[인터뷰] 박창근 국토안전관리원장 “안전은 관리 아닌 실행… 현장에서 답 찾겠습니다”
토목·방재 전문가로 이름 알려
기관 위상·전문성 강화에 주력
전 주기 지하안전체계 구축·가동
지반침하 사고 원천 차단 목표
“안전은 관리가 아니라 실행이며, 현장에서 완성됩니다.”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지는 극한 호우는 더 이상 낯선 이변이 아니다. 시간당 100mm를 웃도는 폭우가 도심을 덮치고, 도로가 주저앉는 지반침하(싱크홀)와 노후 인프라 붕괴는 국민의 일상을 순식간에 집어삼킨다. 기후 위기 속에서 과거의 방재 기준과 안전 매뉴얼은 명확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올해 1월 취임한 국토안전관리원(이하 국토안전원) 박창근 원장의 어깨가 무거운 이유다. 5월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7월 포항 보릿돌교 사고 등 구조물 붕괴가 잇따랐고 서울 명일동 대형 싱크홀 등 도심 지하 안전 문제도 심각성을 더했다. 시설물통합정보관리시스템(FMS)에 등록된 30년 이상 노후 시설물 비율은 현재 22% 수준이지만, 10년 뒤에는 절반을 넘는 51%에 달할 전망이다. 지자체 관리 시설물까지 더하면 관리 대상은 더 늘어나는 데다 노후화 속도도 훨씬 빠르다. 국토안전원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부각되는 배경이다.
“이제는 인프라를 무작정 늘리는 시대가 아니라, 지어진 시설물을 안전하게 유지·관리하는 시대입니다. 건설 현장과 지하공간에서 후진적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하는 데 모든 역량을 쏟겠습니다.”
박 원장은 서울대 토목공학과에서 학·석·박사를 취득한 정통 토목·방재 전문가다. 서울대 공학연구소,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을 거쳐 1997년부터 가톨릭관동대 교수로 재직하며 학계의 두터운 신망을 쌓았다.
특히 교수 시절 물 환경 중심으로 사회 현안에 대해 집중하면서 지반침하 관련 최고 전문가로 이름을 날렸다. 2014년 서울시 싱크홀조사단장, 2020년 충남 당진시 지하사고조사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사회적 현안의 중심에서 원인을 규명해 왔다. 현 정부에서 국가 재난안전체계의 청사진을 직접 그려온 인물인 만큼, 국토안전원의 위상과 전문성을 끌어올릴 적임자로 꼽힌다.
박 원장의 안전 철학은 ‘안전은 관리가 아니라 실행이며, 현장에서 완성된다’이다. 정책으로 만들어도 현장에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아무리 정교한 정책과 매뉴얼도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 무용지물입니다. 건설 현장과 지하안전 관리 체질의 근본적 개선에 착수해 AI 기반 위험 공정 분석 시스템으로 취약 현장을 핀셋 점검하고, 적정 공사비와 안전관리비가 현장에 투자되도록 유도하고 있습니다.”
특히 국토안전원은 공사 전·중·후를 아우르는 ‘건설공사 전 주기 지하안전관리체계’를 전면 가동했다.
“지하안전법 개정으로 지자체 요청 없이도 국토교통부와 국토안전원이 고위험지역 지반 탐사를 직접 시행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첨단 지표투과레이더(GPR) 장비와 전문 인력을 대폭 확충해 보이지 않는 도심 지하 위험 요소를 사전에 선제적으로 걷어내고 있습니다.”
박 원장의 임기 내 목표는 건설사고 사망자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대형 지반침하 사고를 원천 차단하는 것이다. 아울러 국토안전원의 현장 점검의 실효성 확보를 또 다른 과제로 꼽았다. 2020년 말 한국시설안전공단과 한국건설관리공사가 통합 출범하며 국토 안전의 종합 컨트롤타워로 자리 잡았지만 현장 개선을 강제할 수 있는 권한과 지원 체계는 여전히 보완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국토안전원이 현장의 구조적 결함을 짚어내고 실질적인 개선을 끌어내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관리·점검 실효성이 뒷받침돼야 합니다. 국토부 및 관계 기관과 긴밀히 협의해 국토안전원의 전문성을 극대화하고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안전한 국토 환경을 만들겠습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