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 4세 아동 ‘수영장 익사’ 3년 6개월 만에 1심 마침표
법원, 베이비시터 과실 인정 판결
이어폰 끼고 동영상 보느라 방치
사회 통념상 주의 관찰 의무 위반
피해자 부모 의사 등 참작 벌금형
부산 부산진구 한 아파트 수영장에서 발생한 4세 아동 익사 사고에 대한 1심 형사재판이 3년 6개월 만에 베이비시터의 유죄 선고로 마무리됐다. 수영 강사 등 수영장 관계자들이 먼저 유죄 판결을 받은 것과 달리, 베이비시터에게 민사 계약을 넘어선 ‘사회 통념상 과실’을 물어 법적 책임을 물릴 수 있는지 치열한 법리 공방이 벌어지며 재판이 길어졌다.
사건은 2023년 2월 8일 오후 7시 39분 부산진구 한 아파트 커뮤니티센터 수영장에서 발생했다. 당시 만 4세이던 A 군(신장 109cm)은 수심 120~124cm 성인 풀에서 강습을 듣던 중, 수영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사다리 주변에서 잠수를 하고 있었다. 그러다 A군이 착용하고 있던 어깨형 보조 튜브가 사다리의 하단 봉에 끼고 말았다.
A 군은 약 2분 44초 동안 물속에 잠겨 있다가 뒤늦게 구조되어 병원으로 이송됐으나, 일주일 만에 숨졌다. 당시 현장에 동행했던 카자흐스탄 국적 20대 여성인 베이비시터 B 씨는 수영장 내부 의자에 앉아 이어폰을 끼고 휴대전화 동영상을 보느라 A군의 상황을 인지하지 못했다.
사건의 직접적인 관리 책임이 있는 수영장 관계자들은 2024년 8월 열린 1심에서 먼저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자격증이 만료된 상태에서 안전 요원을 겸하며 관찰을 소홀히 한 수영 강사에게 금고 1년에 집행유예 2년, 안전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한 커뮤니티 팀장에게 금고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각각 선고했다.
반면, B 씨 측은 해당 재판과 분리돼 지난달 19일에야 부산지법에서 1심 판결이 선고됐다. 사건 직후 3년 6개월 만에 판결이 나온 이유는 ‘계약 외 주의 의무’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가에 대한 법정 다툼 때문이었다. B 씨 측은 “부모와의 베이비시터 계약 내용은 아이를 수영장에 바래다주고 옷을 갈아입히는 ‘통학 및 준비’에 한정되며, 강습 중 아이를 관찰 보호하는 의무는 포함되어 있지 않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실제로 피해 아동의 부모 역시 수사 기관에서 “베이비시터에게 강습이 끝날 때까지 휴대폰을 보며 기다리면 된다고 말했다”고 진술하기도 했다.
하지만 법원은 B 씨 측의 주장을 배척하고 업무상 과실을 인정했다. 부산지법 형사 7단독 장기석 부장판사는 “민사상 베이비시터 계약에 수강 중 관찰 보호 의무가 직접 포함되어 있지 않다 하더라도 보호자를 대신해 통학을 맡고 위험성이 있는 수영장에 상주하게 된 이상, 사회 통념(조리 및 신의성실의 원칙)상 아동이 안전하게 수영하는지 관찰해야 할 주의 의무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아이가 자기 신장보다 깊은 성인 풀에 들어가 있었고, 강사가 다른 수강생을 지도하느라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는 상황이었다면 베이비시터가 더욱 주의 깊게 살펴 사고를 방지해야 했다는 취지다.
장 부장판사는 “어린 아이를 데리고 위험한 수영장에 상주한 보호자에게는 사회 통념상 아이의 안전을 지켜야 할 최소한의 주의 의무가 존재한다”며 “다만, B 씨의 주의 의무 위반 정도가 수영장 팀장이나 강사에 비해 경미한 점, 피해 아동의 부모가 B 씨에 대한 처벌을 적극적으로 바라지 않고 있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벌금 200만 원에 선고를 유예했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