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울토마토] 폐지 줍는 할아버지-손녀 휴먼드라마
관객 눈물 쏙 빼내는 가족영화 신구·김향기 연기 호흡 '척척'

'가족영화'란 이름으로 대박을 날린 작품 중에선 아마도 이정향 감독의 '집으로…'를 첫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다. 시골에 홀로 사는 외할머니와 서울 손자의 예기치 않은 만남을 통해 웃음과 감동을 준 이 작품은 당시 40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이라는 기적을 빚어냈다.이를 계기로 충무로에선 '말아톤' '안녕, 형아' '맨발의 기봉이' '마음이…' 등 가족영화 제작 붐이 일었고 관객들의 반응도 괜찮았다. 이는 다양한 소재 발굴과 함께 코미디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자연스러운 웃음과 아역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졌기 때문이다.
오는 29일 개봉예정인 '방울토마토'도 이런 가족영화의 연장선 상에서 빚어진 작품. 도시 내 철거촌을 배경으로 돈 없고, 집도 없는 노인과 어린 손녀가 살아가는 모습을 살갑게 담고 있다. 속내를 들여다 보면 한적한 시골의 외할머니-어린 손자 조합인 영화 '집으로…'와는 상반된 구조이기에 두 작품의 연출력을 비교해 보는 것도 좋을 듯하다.
줄거리 역시 그다지 복잡하지 않다. 리어카를 끌고 다니며 폐품을 모아 판 돈으로 어린 손녀 다성(김향기)을 돌보며 어렵게 살아가고 박구 할아버지(신구). 둘이 살고 살고 있는 판자촌은 곧 철거에 들어갈 예정인데 이들 앞에 교도소에서 출소한 할아버지의 아들 춘삼(김영호)이 찾아온다.
이튿날 아침 춘삼은 딸 다성에게 방울토마토 화분만 남겨둔 채 폐품을 팔아 애써 모아논 박구의 통장을 들고 사라진다. 게다가 강제 철거를 하려는 용역업체 '어깨'들과 이를 막으려는 주민들 사이에 싸움이 붙자 할아버지의 유일한 재산인 리어카가 그만 부서지고 만다.
할아버지는 다성의 손을 붙들고 리어카 값을 보상을 받기 위해 건설업자 갑수의 저택을 찾아가지만 이들은 멀리 여행을 떠나고 집에는 값비싼 개 한마리만 남아 있다. 무작정 저택 안으로 들어간 둘은 냉장고에서 먹을 것을 훔쳐 먹고 안락함에 취해 당분간 그곳에 머물기로 하는데….
'방울토마토'는 관객들의 눈물을 쏙 빼내는 최루성 영화. 힘겹게 살아가는 할아버지와 손녀, 여기에 비정한 아들이자 아빠를 끼워넣은 영화는 시종 안타까움을 유발한다. 그리고 부도덕한 건설업자의 횡포를 덧씌우고 유일한 생계수단이 리어카마저 빼앗기는 상황을 포갠다.
이쯤되면 사회적 약자는 갈 곳이 없다. 그런데 이들을 따스하게 감싸는 것은 가진 것 없는 철거촌 주민들. 때문에 영화는 극한으로 상황을 몰고 가면서도 솔직하고 진지하다. 개발업자는 사생활과 취미까지 이상한 완벽한 악인으로 나오고 피해자인 두 주인공이 수렁에 빠지는 장면 장면은 섬뜩하게 묘사하는 것.
데뷔 46년 만에 처음 영화 주연을 맡은 배우 신구와 아역 배우 김향기의 연기호흡이 척척 맞아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메가폰은 PD 생활을 하면서 '인물 한국사' '역사 속으로' 등을 연출했던 신예 정영배 감독이 잡았다.
김호일 선임기자 tokm@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