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장 인물 세계 각국… 한마디로 '짬뽕'이죠 '
해외수출 공모 첫 선정된 만화가 형민우
영어 일본어 불어 독일어 출판이 확정된 형민우 만화가가 자신의 작업실에서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선정작 고스트페이스는?
미국,일본 등 출판 확정
'소도' 배경 음모와 투쟁 그려
본격 준비에만 1년 반
2006년 2월 만화계를 술렁이게 한 사건이 있었다. 당시 막 30대에 접어든 젊은 만화가 형민우(34)의 데뷔작 '프리스트'가 영화 '스파이더맨'을 만든 샘 레이미에 의해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재탄생된다는 소식이었다. 형민우 작가는 프리스트의 미국 입성과 함께 일본과 대만에서도 단행본과 잡지 연재를 하는 등 국내에서 가장 '인터내셔널'한 만화가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근 출간된 그의 신작 '고스트페이스'는 서울애니메이션센터와 한국문학번역원이 공동으로 시행하는 '해외수출 기획만화 제작지원공모전'의 첫 선정작이며, 기획서만으로 미국, 일본, 프랑스, 독일 등의 출판이 확정되기도 했다.
지난 14일 그와의 인터뷰 이전에 매니지먼트사 관계자가 '딴 언론에 난 거 또 묻지마라'는 등 이런저런 금기(?) 사항을 주길래 '꽤 까다로운 사람이겠구나' 생각했는데, 기우였다. 할리 데이비슨을 끌고 나타난 그는 민머리에 걸쳐 쓴 검은 뿔테 안경, 팔뚝에 새겨진 '정의(Justice)'와 '자비(Mercy)'라는 문신 등 온 몸이 '만화적'인 유쾌한 달변가였다. 그러나 작품에 대해서는 굉장히 치밀했고, 만화계의 척박한 현실에 대해서는 격정적이었다.
'프리스트'가 할리우드에 판권을 팔기 전까지 미국 시장은 한국 만화계에서 논외였다. 그는 "몰라서 생각을 못했던 것일 뿐, 판로는 항상 열려있었다"고 말했다. 당시 '언더월드' 같은 '다크 히어로'물들이 강세를 띤, 시간적인 운도 따랐다.
신작 '고스트페이스'는 모든 질서가 무너진 치외법권지역인 '소도'를 배경으로, 각 조직간 벌어지는 음모와 투쟁, 여기에 초인적인 능력을 지닌 두 명의 주인공이 그 음모의 실체를 파악해가는 과정이 기둥 줄거리다.
막연한 구상은 6년 정도, 캐릭터 구축 등 본격적인 준비에만 1년 반이 걸린 이번 작품을 하면서 형 작가는 해외시장 진출과 영화·게임 등 '멀티 유스'를 겨냥해 몇 가지 원칙을 세웠다.
이번 작품의 배경인 '소도'라는 이름은 삼한시대 천신에 제사를 올린 성지에서 따왔다. 또 소도의 각 '클랜(일족)'으로는 소림 무당 아미 등 중국 이름과 블랙본, 그레이울브스 등 미국식이 혼재하고, '텟산', '룬'이라는 남자 주인공에 일본식인 '나오미'가 여주인공 역을 한다. 쉽게 말하면 짬뽕이고, 좀 '있는' 것처럼 얘기하자면 '하이브리드'(혼종) 형식이다. 이 또한 단순 차용이 아니라 국제성과 보편성을 넓히려는 나름의 복잡한 고려가 있었다는 설명이다.
인터뷰 전 '금기사항'이었던 '프리스트'의 영화화 진행상황을 살짝 물었다. 그는 "언론에 나온 수준 이상은 나도 모른다"며 "요즘 할리우드 트렌드와는 거리가 있기 때문에 당분간 영화가 나오긴 힘들 것"이라고 냉정하게 진단했다.
그런 그가 막판에 '양념식'으로 물었던 국내 만화계에 대해서는 '불'을 뿜었다.
'독학파'인 형 작가는 국내 만화가의 대표적 산실인 '화실 문화'에 대해 "그런 전근대적 문화에서 창조적인 만화가들이 나오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한 때 그도 문하생을 두긴 했지만, '이건 아니다' 싶어 현재는 집에서 혼자 맘 편히 작품에만 몰두하고 있다.
그는 또 동료 만화가들을 만나면 '한국 독자들은 일본만화만 본다'는 등의 불만을 얘기하는 것이 단골메뉴라며 "우리 안에서 문제를 찾지 못하면 한국 만화는 일본처럼 채 피워보지도 못한 채 퇴보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만화가 데뷔 과정이 재미있다. 부산 금성고를 졸업하고, 부산대 산업디자인학과에 입학했지만 적응이 안돼 '뭘 할까' 방황하던 차에 사귀던 여자친구가 서울로 가버렸다. 서울은 가야겠는데, 할 일이 없어 전전긍긍하던 그의 눈에 만화 공모전 소식이 눈에 들어왔고, 당선 2개월만에 '프리스트'를 연재했다. 다행히 그 여자친구와는 지금 부부가 됐다. 기존 국내 만화가들과는 조금 다른 길을 가는 형민우가 그 길에서 어떤 성과물을 낼 지 기대가 앞선다. 전창훈 기자 jch@busa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