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으로 느낄 만큼 강력한 빙하 붕괴로 시작 [네팔 대홍수 발생 원인은]
빙하 붕괴로 인한 눈사태 잔해
강물 가뒀다가 일순간에 터져
기후변화로 히말라야 빙하 불안
가파른 협곡 지형도 피해 키워
추가 홍수 발생 가능성도 경고
26일(현지 시간) 사회관계망서비스에 공개된 CCTV 영상 캡처 화면에는 티베트 자치구 지룽 항구에 돌발 홍수가 닥치며 발생한 피해 상황이 담겨 있다. AFP연합뉴스
중국 국경과 맞닿은 네팔 히말라야 산악지대에서 대규모 홍수가 발생해 최소 160여 명이 숨지고 800여 명이 실종되면서 재난 원인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며 강을 가로막아 만들어진 자연댐이 붕괴하면서 고여 있던 물이 한꺼번에 쏟아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여기에 기후변화로 불안정해진 히말라야의 빙하와 가파른 협곡 지형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도 나온다.
27일(현지 시간) AFP·로이터 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6일 오전 네팔 중북부 바그마티주 일대에서 발생한 홍수로 165명이 숨지고 826명이 실종됐다. 현지에서 수력발전소를 건설하던 한국남동발전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속 한국인 9명도 연락이 끊겼다. 네팔 접경 지역인 중국 티베트자치구 르카쩌(시가체)시 지룽현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558명이 실종됐다.
현재 유력하게 거론되는 원인은 빙하에서 발생한 얼음·암석 붕괴가 꼽힌다. 네팔 카트만두에 본부를 둔 통합산악발전국제센터(ICIMOD) 전문가들은 무너져 내린 얼음과 암석이 강물을 가로막아 일시적으로 자연 댐을 형성해 물을 가뒀고, 한꺼번에 터지면서 막대한 양의 물이 하류로 쏟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네팔 정부는 처음에는 티베트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빙하가 붕괴해 홍수가 일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미국 지질조사국(USGS)이 추가 분석을 거쳐 지진 발생 사실을 부인하면서 상황은 뒤집혔다. USGS도 당초 라수와 북쪽 47㎞ 티베트 지역에서 규모 4.4의 지진이 발생했다고 발표했지만, 장주기 지진파와 위성사진 등을 재분석한 결과 규모 5.2 수준으로 관측된 에너지가 지진이 아니라 대규모 산사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판단했다.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면서 지진과 ‘유사한 충격’이 감지됐다는 것이다. 홍수 직전 큰 비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이번 재해의 배경에는 빠르게 진행되는 히말라야의 기후변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히말라야에서는 21세기 들어 빙하 감소 속도가 두 배 이상 빨라졌다. 이 지역 빙하 두께는 2000년 이전에는 연평균 34cm씩 줄었지만 이후에는 매년 73cm씩 감소한 것으로 조사됐다. 빙하가 빠르게 녹으면서 산악지대의 지반과 암석이 불안정해지고 대규모 붕괴 위험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히말라야 특유의 가파른 ‘V’자 협곡 지형도 피해를 키운 요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이번 홍수가 빙하 붕괴·산사태에서 비롯된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강우량을 토대로 작동하는 기존 홍수경보로는 위험을 사전에 포착하기 어려웠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대규모 토사와 험준한 지형 탓에 실종자 수색과 구조가 쉽지 않은 가운데 추가 홍수 가능성도 제기된다. ICIMOD 관계자는 “네팔과 중국 국경 지역의 강 상류에 여전히 막힌 부분이 남아 있다”며 “당국은 두 번째 홍수 발생 가능성을 경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이번 재해의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