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충, 제거 중심 방제에서 건강성 관리로 전환해야” [송림, 기로에 서다]

최환석 기자 ch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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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 기로에 서다] ⑤ 전문가 진단

국가유산마저 위태로운 현실
똑같은 방식 사후적 접근 한계
방제 패러다임 전환 필요한 때
바꿀 나무 구분하는 결단 절실

재선충 시리즈 좌담회가 24일 부산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원준 기자 lwj@ 재선충 시리즈 좌담회가 24일 부산일보 편집국 회의실에서 열렸다. 이원준 기자 lwj@

1988년 부산 금정산에서 처음 발견된 소나무재선충 피해는 3차 대유행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작년 6월부터 올해 5월 말까지 전국 166개 시군구에서 177만 그루가 소나무재선충병으로 고사하는 등 피해 범위도 확산하고 있다. 국가적 방제 노력에도 확산세가 꺾이지 않는 가운데 포항 북구 북송리 북천수 등 생활권 국가유산마저 위태로운 사실이 드러났다.


〈부산일보〉는 지난 24일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성과를 평가하고 앞으로의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학계와 현장의 전문가를 모아 좌담회를 열었다. 한국산림행정학회 허용훈 회장을 좌장으로 △한국산림기술사협회 최현준 부회장 △부산대학교 식물생명과학과 강헌일 교수 △노거수를 찾는 사람들 활동가인 곰솔조경 박정기 대표가 머리를 맞댔다. 산림청 병해충방제과 이홍대 과장도 참석해 앞으로 방제 정책 방향성을 설명했다.

방제 정책의 실패로 평가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지만, 전문가들은 산림 전역에 똑같은 방식을 적용하는 ‘사후적 접근’이 한계였다고 지목했다. 결국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한 시기라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사후적 방제 정책을 탈피해 확산 위험을 미리 예측하고 위험도가 높은 지역에 방제를 집중하는 예방·예측 중심으로 정책 전환을 강조했다. 한정된 예산과 인력을 선별해 우선적으로 방제하는 전략이 주요하다는 접근이다. 개별 지자체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명확하기에 거버넌스를 구축해야 한다는 제언도 이어졌다.


■‘사후약방문’ 정책 한계

기후변화로 최근 겨울철 고온 건조한 기온이 계속됐다. 기상청 자료 기준으로 2020년부터 2024년까지 겨울철 기온은 역대 가장 높았다. 소나무는 날이 따뜻할 때 광합성을 하는데, 토양에 수분이 부족해 광합성이 어려워지면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다. 병해충에 견디는 힘도 약해질 수밖에 없다. 강 교수는 “봄철까지 고온 현상이 이어져 솔수염하늘소·북방수염하늘소 등 재선충의 매개충 활동 시기가 빨라진 점도 확산 원인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재선충병은 ‘소나무 에이즈’로 불릴 정도로 파급력이 크다. 감염된 소나무는 급속도로 말라 죽는다. 재선충은 1mm 이하 크기라서 스스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는 짧다. 대신 여름철 우화해 소나무를 갉아먹는 매개충을 이용한다. 재선충에 감염된 소나무는 급격하게 고사하고, 고사목에서 다시 매개충이 산란해 번데기가 우화하면 다시 재선충을 품고 나오는 구조다. 재선충과 매개충을 함께 방제해야 하기에 관리가 몹시 까다롭다.

문제는 지구 평균 기온이 점진적으로 상승하면서 기후가 계속 급격하게 변화하는 추세라는 점이다. 소나무에는 불리하고, 재선충에게는 유리한 기후가 이어진다는 뜻이다. 최 부회장은 “이미 기후변화로 확산 조짐을 보였는데, 그 시기 예산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 했고 적기에 투입하지 못했다”며 “극심지 등 피해 확산 지역은 예산 배정과 투입 문제로 관리 수준을 넘어섰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를 겪고 있는 지금이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정책의 방향성을 바꿀 적기라고 입을 모았다. 최 부회장은 “고온과 가뭄, 집중호우와 산사태, 산불 등 기후변화 시대에는 기존 산림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방향이 곧 기후적응 전략”이라며 “현실적으로 모든 소나무 숲을 같은 비용과 같은 방식으로 지킬 수 없다”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정책은 고사목을 발견하고 제거하는 사후 대응에 초점이 맞춰졌다. 감염목과 의심목을 벌채해서 파쇄하거나 훈증했다. 감염원과 매개충 서식처를 없애려면 필요한 방식이지만, 고사목이 발견된 때는 이미 감염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다. 방제 과정에서 감염되지 않은 소나무를 그대로 뒀더니 내년에는 발병해 피해목으로 분류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더군다나 최 부회장은 “산림청 방제 지침 중 가령 훈증 처리 방식은 이론적으로 확실하지만 산악 지대에서 지침을 그대로 반영하기에는 작업 환경이 녹록지 않다”며 현실적인 어려움 탓에 사후 방제조차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선제적 방제로의 전환 제언

전문가들은 현재 고사목 제거 정책에서 선제적 방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장기간 방제 노력에도 피해가 반복되는 구조적 원인을 규명한 만큼 예산과 인력 투입 방식을 바꿔야 한다는 뜻이다.

최 부회장은 생태·문화·경관 가치와 피해 위험도를 종합 평가해 ‘지켜야 할 숲’과 ‘전환을 추진해야 할 숲’을 구분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 방제 방식을 반복하면 비용만 늘고 한계가 분명하다”며 “감염목은 적기에 제거하되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방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도 “일본이 보호해야 할 숲을 ‘고도공익기능삼림’으로 지정한 것처럼 생활권, 가시권 소나무 위주로 방제가 필요하다”며 선제적 방제로 생활권 소나무 집중 관리를 주문했다. 이미 일본은 30년 전 소나무재선충병 방제 정책을 전환했다. 보전 가치와 방제 가능성을 검토해 ‘지켜야 할 숲’을 지정하고 예산과 인력을 집중하고 있다.

그렇다면 선제적이고 예방적인 방제 방식은 무엇일까. 최 부회장은 매개충 이동 감염 고리를 차단하고 보존 필요성이 큰 소나무 숲을 선정해 미리 방어하는 전략을 제안했다. 그는 “금강소나무 숲, 문화재·사찰 주변과 해안가·도시 경관림 등 핵심보전구역을 지정해 집중적으로 예찰하고 피해 지역과 미발생 지역 경계인 선단지(피해 확산 예상지)는 확산저지구역으로, 피해가 극심해 기능을 상실한 지역은 전환관리구역으로 구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적기 예방에 효과적인 예방나무주사도 방제 보조 수단이 아니라 살아 있는 소나무를 보호하는 핵심 전략수단으로 제시됐다. 매개충 우화와 활동 시기에 맞춰 드론 방제와 지상 방제 등 지역 맞춤형 방식을 조합해 방제하는 방안도 나왔다.

강 교수는 “AI 시대에 접어들면서 기술적인 부분이 많이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저항성 수종 연구도 분명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영남권 소나무 숲은 재선충 피해로 오히려 자연 천이가 진행 중이다. 생물군집이 변화해 재선충 피해가 사그라들더라도 다음 세대에는 다른 병해충 문제를 겪을 수 있기 때문에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거버넌스·지속적 관심 필요

전문가들은 지자체 방제 역량 평준화와 거버넌스 구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했다. 지금까지는 각 지자체의 관심과 역량, 예산에 방제 성과가 좌우된 것이 사실이다. 이 과장은 “지자체에 지역 단위 장기계획을 수립하도록 했고 의사 결정 때도 거버넌스를 구축하도록 했다”며 “국가 기관, 인접 지자체, 언론, 환경단체, 임업인 등 모두 참여해 방제 전략을 검토하고 보완하도록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전문가들은 과거 방제에 성공했던 사례가 있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을 주문했다. 강 교수는 “과거에 방제 역량을 총동원해 확산을 저지했으나 지금은 피해 면적이 확대돼 관리 지역이 많아졌고 인력과 예산이 더 많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장기적으로 줄여나가도록 접근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부회장은 “과거 방제 성공 사례를 보면 지자체의 관심이 주요했다”며 “소나무가 소중한 산림 자원이라는 점을 모두 인식해 지켜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소나무 숲이 건강하게 지속하려면 지킬 나무와 전환할 나무를 지금 당장 구분하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산림청은 기획 보도 과정에서 제시된 ‘선택과 집중’ 전략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사찰림, 문화재 등 지켜야 할 중요 소나무 숲은 나무주사로 예방하고 주변 완충 구역을 설정해 재선충 유입을 방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끝-


최환석 기자 ch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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