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호기자의 피플&] '사직 여신' 박기량 롯데 자이언츠 치어리더
입력 : 2015-04-02 20:02:57 수정 : 2015-04-06 12:47:38
개막전 인산인해 팬에 감동… 경기장서 프러포즈 받고 싶어요
박기량 씨는 "야구장 행사 중 프러포즈 이벤트가 있는데 볼 때마다 참 부러웠다"며 자신도 나중에 큰 경기장에서 프러포즈를 받고 싶다며 웃는다. 김경현 기자 view@야구의 계절이 돌아왔다. 야구 팬들은 3월 말이 되면 설렌다. 프로야구 6개월의 대장정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그녀들도 돌아왔다. 사직야구장의 꽃들이다. 기쁨과 슬픔, 환희와 좌절을 함께하는 치어리더들이다. '국민 치어리더' 박기량(24) 씨도 돌아왔다. 올해는 더욱더 기다렸다.
"지난 주말 사직 개막전 때 팬들이 구름처럼 많이 와서 정말 감동했어요. 옛날 생각이 많이 났지요. 주말마다 사직구장을 꽉꽉 채우던 그 시절요. 얼마만인지 모르겠어요. 팬들의 응원 덕택에 2연전을 승리한 것 같아요. 올해는 꼭 가을야구를 했으면 좋겠어요."
지난해 불미스러운 일 모두 잊고
팬들과 '부산갈매기' 맘껏 부르고 싶어
고교생 때 길거리 캐스팅돼 입문
롯데선 2009년부터 활동 시작
2011년 20세 때 국내 최연소 팀장
큰 키에 동작 시원시원해 '인기'
TV 출연·광고 모델 등 연예인급 성장
"일당제 시스템, 월급제 됐으면…"
지난달 30일 사직구장서 박기량 씨를 만났다. 그녀는 지난해엔 너무 슬펐다고 말한다. 여러가지 사건이 겹치면서 관중 수가 급격히 줄었다고. 개막 첫날 안 떨릴 줄 알았는데 꽉 찬 관중석을 보니 자신도 모르게 떨렸다고 전한다. 올해 롯데 자이언츠의 캐치프레이즈는 '리스타트(Restart) 2015'다. 불미스러운 일을 잊고 다시 뛰자는 의미란다.
"사직구장이 세상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고 하잖아요. 다시 한번 팬들과 함께 '부산갈매기'를 목이 터지도록 부르고 싶어요. 함께 부를 수 있는 노래가 있어 좋아요. 부산갈매기는 부를 때마다 달라요, 소름 끼치도록 기분 좋게 부를 때도 있지만 플레이오프 등에서 질 땐 같이 울며 부른 적도 있어요. 선수와 팬, 저희들이 하나가 되는 올 시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박기량 씨는 롯데에 대한 애정을 숨기지 않았다. 치어리더에 대한 자부심도 크다. 자신이 잘해야 후배들이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다는 사명감도 갖고 있다. 치어리더로선 처음으로 톱스타만 찍는다는 주류광고 모델로 발탁도 됐다. 화보도 찍는다. 하루하루가 경험해 보지 못한 신세계라며 즐거워한다.
"고등학교 2학년 여름, 길거리 캐스팅이 됐어요. 처음엔 치어리더가 뭔지도 몰랐어요. 연습실에 한번 오라 해서 갔는데 그날 춤추던 팀장 언니가 아주 멋있었어요. 어릴 때부터 춤추는 것을 되게 좋아했거든요."
박기량 씨는 공짜로 춤을 배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시절 장기자랑 시간이면 매번 안무를 짜서 친구들과 함께 춤추는 것을 즐겼다고 한다. 그때부터 학교 마치면 서면 연습실로 가 하루 5시간 이상 춤을 췄다. 밥 먹을 시간도 아까워 빵과 딸기우유로 저녁을 많이 때웠다. 곧바로 프로농구 울산 모비스 경기에 투입됐다. 17세부터 치어리더 생활이 시작됐다. 우월한 '기럭지'가 치어리더로서 유리한 조건이었다고. 동작이 시원시원하고 커 멀리 있는 관중들에게도 어필이 잘됐다고 한다. 롯데엔 언제 왔을까.
"2009년 아는 언니가 사직야구장에서 치어리더를 하고 있어서 놀러 갔는데 정말 재미있게 보였어요. 특히 팬들과 혼연일체가 돼 응원하는 것을 보니 소름이 돋을 지경이었지요. 그래서 그 언니한테 부탁해 롯데에서 활동하게 됐어요."
박기량 씨는 그때 지금의 소속사 RS컴퍼니로 옮겼다고 한다. 이전 소속사는 당시엔 겨울 스포츠만 했다고. '사직 여신'이 탄생한 배경이다. 광적인 거인 팬과 열정적인 그녀의 춤이 어우러져 치어리더계에 신화를 쓰기 시작한 셈이다. 운 좋게도 롯데는 2009~2012년 4년 연속 가을야구를 하는 행운을 얻었다. 그녀의 주가도 따라 올라갔다. 부모님의 반대는 없었을까.
"아버지는 승무원이 되기를 원하셨죠. 치어리더에 대한 인식도 좋지 않았고 제대로 된 직업으로 자리 잡지 못하던 시절이었잖아요. 고교와 대학 졸업 때 2번 마찰이 있었습니다. 또 저러다가 힘들면 그만 두겠지 하는 마음도 있었대요. 그런데 제가 치어리더 생활을 아주 좋아하고 즐기니까 제 뜻대로 하라고 놔두셨는데 지금은 정말 만족하시고 자랑스러워하셔요."
박기량 씨는 2011년 만 20세 때 국내 최연소 팀장이 됐다. 그녀는 엄청 부담이 됐다고 고백한다. 주변에서는 너무 어린데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도 많이 했다고. 연애도 안 하고 '일-집-일-집'만 오가는 생활을 했다고 한다. 자연히 친구들과 멀어진 게 조금 아쉽다고 한다. 가장 힘들 때는 언제일까.
"시즌이 바뀔 때죠. 지금요. 프로농구 모비스는 챔프전에 진출해 있고 프로야구가 시작되는 이 시기요. 한두 달 전에 안무 등을 미리 짜 놓고 연습도 해 두지만 경기가 겹칠 때는 역시 힘들어요. 부산서 야구 응원하고 울산 넘어가서 농구 응원해야 돼요. 팀장 되고 나서는 힘들어도 내색을 못 하겠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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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 사직 개막전 응원 모습. 강원태 기자 wkang@ |
워낙 긍정적인 성격의 박기량 씨도 한 번씩 경기장에서나 집에서 눈물이 갑자기 왈칵 쏟아질 때가 있다고 고백한다. 그럴 때면 혜민 스님의 '누구를 닮아 가려고 하지 마라. 오직 나 하나를 만들어라'라는 말에 위안을 받는단다. 자신의 길을 사랑하며 살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늦게 들어가도 항상 반겨 주는, 2년 전 분양 받은 강아지 '몽몽이'도 큰 위로가 된다고 덧붙인다.
"최근에 대학생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어요. 꿈에 대한 확신이 없는 시절이잖아요. 저도 그랬으니까요. 서툰 강의에도 앞에서 정말 열심히 귀 기울여 준 한 여학생이 강의가 마친 뒤 안아 달라고 하더라고요. 꼭 껴안아 주니까 최선을 다해 일을 하는 게 정말 멋지다고 말해 줬어요. 감동 받았어요. 더 열심히 제 일을 사랑하며 살아야겠구나, 깨닫는 계기가 됐지요."
박기량 씨는 치어리더로서 예능에도 출연하고 주류광고도 찍고 유명잡지 화보도 찍는 요즘이 너무나 감사하다고 말한다. 식당에 들어가 자신이 있는 달력을 보면 아직도 신기하다고. 특히 3월 초 나온 글로벌 한류매거진 K-wave 화보 촬영은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표지모델은 아니었지만 톱스타 송승헌·김희선 씨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어 흐뭇했다고 한다.
"광고 등 섭외가 들어오면 엄청 열심히 해요. 저를 찾아 주신 분들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요. 그런데 요즘은 생각이 많아져요. 30대가 되면 치어리더를 계속하기 어려워요. 춤만 춰서 그런지 할 줄 아는 게 없어요. 앞으로는 영어도 배우고 연기·방송일·쇼핑몰 운영 등 다른 분야도 경험해 보고 싶어요."
박기량 씨는 방송에 나가도 보여 줄 개인기 없어 난감할 때가 많았다고. "끼가 없나 봐요"하며 웃는다. 올해 목표는 개인기 하나 만드는 거란다. 치어리더를 시작하는 후배들에게는 화려한 겉모습만 보고 들어온다면 한 달도 못 버틸 거라고 조언한다. 생각보다 일이 고되다는 것. 더 단단하게 준비하라고 당부한다.
"치어리더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고 인식을 개선시키는 데 도움이 되고 싶어요. 한 건당 페이제로 일하는 현 시스템을 월급제로 만들고 싶은 게 소망이에요. 더 안정적인 직업이 되면 좋겠어요. 후배들이 저보다는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일하도록 하고 싶어요. 제가 더 열심히 하는 이유지요." soney97@busan.com
https://youtu.be/SBgPweY2P1E박기량 씨는
1991년 2월 18일 부산 출생. 키 176㎝ 몸무게 48㎏. 대연정보고·동의과학대 항공운항과 졸업. 형제는 16살 차이 나는 여동생('언니 파이팅' 하는 그림 그려줄 때 너무 예쁘다). 혈액형 AB형. 좋아하는 음식 파스타, 노래 거위의 꿈. 노래방 애창곡 이럴거면. 주량 소주 1병 반. 감명 깊게 읽은 책 혜민 스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생각나는 선생님 고3 때 양원갑 선생님(일과 학업을 병행하던 시절 힘든 나를 잡아준 선생님,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