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리우올림픽] 한국 경기 있어도 술집 썰렁… "올림픽 개막했나?"
지난 10년 동안 부산 해운대와 서면 일대에서 술집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45) 씨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대한 기대를 일찌감치 접었다.
올림픽이 개막한 6일 새벽 시간대에 축구, 수영, 사격 등 한국 선수들의 메달 가능성이 높은 경기가 열렸으나 가게에 응원하는 손님은 거의 없었다. 한국 선수들이 메달을 따면 맥주를 공짜로 제공하는 이벤트도 무용지물이었다.
불황 탓 단체응원 예약 없어
시청률도 3~8%대로 뚝↓
유통가도 올림픽 특수 실종
2012년 런던올림픽 등 과거 올림픽의 경우 새벽 시간대에는 손님들로 북적거렸다고 한다. 또 주요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새벽이든 밤이든 예약 전화도 빗발쳤다.
김 씨는 "그동안 경험한 3번의 올림픽 중 이번 대회가 가장 조용한 것 같다"며 "뉴스를 보지 않으면 올림픽이 개막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조용하다"고 말했다.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열기가 시들하다. 먼 나라에서 열리는 남의 이벤트로 전락했다. 과거 애국심만으로 금메달 따기를 기원하며 친구, 애인, 가족들과 함께 모여 밤새 응원하는 모습도 흔치 않다. '경기 불황이 장기화되고 세상이 너무 각박해져 올림픽에 관심 가질 여유가 없다'는 것이 시민들의 반응이다.
자칭 '올림픽 마니아'였던 회사원 김 모(50) 씨는 축구, 수영 등 주요 경기를 열리는 날에도 일찍 잠들었다. 김 씨는 과거 올림픽에서 금메달 유력 경기가 열리는 날에는 시간대에 구애받지 않고 TV를 시청했다.
그러나 요즘에는 다음 날 출근하기 위해 컨디션을 조절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한다. 예전과 달리 회사 내 상황이 올림픽 경기 봤다고 너그럽게 이해해줄 분위기가 아니었다.
김 씨는 "불황으로 미래가 어두운 상황에서 밤새워 올림픽 경기를 볼 사람이 드물다"며 "대다수 직원이 남의 메달 따는 것을 응원하는 힘을 자신에 사용하자고 농담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불황으로 인한 사회 분위기와 함께 △브라질의 지리적 거리감 △TV 시청이 어려운 시차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원하는 각종 국제 스포츠를 TV로 즐길 수 있는 시대적 변화 등이 올림픽에 대한 관심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실제로 리우 올림픽의 시청률은 2012년 런던올림픽 때보다 뚝 떨어졌다. 올림픽 남자 축구 경기의 지상파 3사의 시청률은 3~8%대로 런던올림픽의 23.3%보다 급감했다. 특히 올림픽 개막식의 시청률도 4~10%대로 런던올림픽의 평균 시청률 14%대보다 떨어졌다.
대학가에서도 과거 동아리방 등에 삼삼오오 모여 밤새워가며 올림픽 응원을 펼치던 모습은 없었다.
대학생 박 모(26) 씨는 "하반기 공채에 응시하려면 8월 안에 토익 성적을 만들어놔야 하는데 밤새워가며 올림픽 볼 정신이 어디 있겠느냐"며 "궁금한 경기는 스마트폰 앱 등으로 필요한 부분만 골라서 보면 된다"고 말했다.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부산지역 술집이나 유통가에서는 '올림픽 특수'가 사라졌다.
일부 업주는 올림픽 특수를 잡기 위해 이벤트도 준비하고 영업 연장을 했으나 손님이 없어 한숨만 내쉬고 있는 실정이다.
또 A백화점은 리우 관련 특별 할인 판매 행사를 했으나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 A백화점 관계자는 "TV에서만 100억 원의 매출을 올렸던 런던 올림픽 때와는 달리 올해는 거의 반응이 없다"고 말했다.
김 형·안준영 기자 mo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