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남, 말레이시아서 독침 피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 김정남이 현지시간 13일 오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고 정부 소식통이 14일 밝혔다. 사진은 2007년 2월 11일 베이징 공항에 나타난 김정남. 연합뉴스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남이자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이복형인 김정남(46)이 현지시간 13일 오전 말레이시아에서 피살됐다고 정부 소식통이 14일 밝혔다.
김정남은 이날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공항에서 신원 미상의 여성 2명으로부터 독침을 맞고 살해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남은 김정일과 그의 본처 성혜림 사이에서 출생했으며, 김정은은 김정일의 셋째 부인인 재일교포 출신 무용수 고영희에게서 태어났다.
신원 미상 여성 2명에 의해
쿠알라룸푸르 공항서 살해
이복동생 김정은 지시 추측
北 권력 세습 비판 발언 탓?
김정남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김일성 주석으로부터 권력을 물려받던 선례에 따라 오래전부터 '황태자'로서 후계수업을 받아왔다. 1990년 조선컴퓨터센터(KCC) 설립을 주도하는 등 IT(정보기술) 분야 및 군사 분야의 주요 직책을 맡았던 김정남이 낙마한 결정적인 계기는 일본 나리타 공항 밀입국 미수 사건이었다.
2001년 5월 아들 및 두 명의 여성을 대동하고 도미니카 가짜 여권을 소지한 채 나리타공항을 통해 일본에 입국하려다 체포돼 추방된 것이다. 이 사건으로 김정일의 눈 밖에 난 김정남은 이후 권력의 주변부로 밀려나 마카오와 베이징 등지를 오가면서 해외생활을 해왔다. 특히 2013년 12월 장성택이 처형된 후에는 싱가포르를 비롯한 동남아시아에 주로 거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집권 후 김정남이 북한의 권력 세습을 비판해왔다는 점에서 김정은이 자신의 우상화를 위한 걸림돌을 제거하기 위해 이복형을 암살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온다. 김정남은 김정은이 후계자로 확정된 2010년 10월 일본 TV아사히와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3대 세습에 반대한다"며 "(다만) 해외에서 언제든지 동생(김정은)이 필요할 때 도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김정남은 이복동생 김정은의 집권 체제가 굳어진 이후 최근에는 북한 내 정치상황에 대한 공개적인 언급을 자제해 왔다.
김정남이 피살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프랑스에 유학 중인 김정남의 아들 김한솔(22) 군의 신변 역시 위험에 처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한편 북한이 지난 12일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면서 한반도 주변 긴장수위를 높인 데 이어 김정남 피살사건까지 발생함에 따라 정부와 여당은 15일 고위 당정협의회를 열어 안보관련 현안에 대한 대비태세를 논의할 예정이다.
청와대도 이날 김정남 피살설과 관련한 보고를 받았으며 북한에서 특별한 움직임 등이 감지될 경우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 등을 소집할 것으로 알려졌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