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수도’의 민낯… 초호화 슈퍼요트 부산 앞바다서 ‘눈칫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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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재벌이 소유한 것으로 알려진 초호화 요트가 19일 부산 해운대구 요트경기장 앞 해상에 정박해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정종회 기자 jjh@

부산을 찾은 4000억 원대 초호화 요트가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지난 18일 낮 12시 30분 부산 광안대교 앞 해상. 초대형 흰색 요트가 덩그러니 시내를 바라보며 떠 있다. 이 요트는 러시아 억만장자 안드레이 멜리첸코 씨가 소유한 ‘슈퍼요트 A’. 뱃값만 무려 4200억 원 내외(3억 5000만~3억 7000만 달러)로 추정된다.

러 억만장자 소유 4000억대 고가
이달 초 부산으로 동절기 피항
길이만 119m 달해 정박시설 없어
영도크루즈터미널 ‘들락날락’
마리나 인프라 확충 절실 지적

2008년 건조된 이 요트는 성능 역시 세계 10위 안에 든다. 최대 23노트로 항해하며 회전침대에서 일출과 일몰을 모두 감상할 수 있다. 욕조 수도꼭지와 계단 난간에만 1억 원이 넘는 돈이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초호화 요트는 정작 ‘항구의 도시’ 부산의 품에 안기지 못하고 있다. 길이만 119m에 달하다 보니 수용 시설이 없어 정박도 못한 채 부산 앞바다에 하염없이 떠있는 것이다.

10월 초 부산에 온 슈퍼요트 A는 정박할 곳을 찾지 못해 크루즈터미널을 빌려 쓰고 있다. 그러다 터미널에 다른 배가 입항하면 수시로 광안대교 해상으로 쫓겨나며 눈칫밥을 먹고 있다. 승선원들이 해상에서 파워보트로 갈아탄 뒤 육지로 오가는 모습도 수차례 목격됐다. 겨울철 피항을 위해 부산을 찾은 슈퍼요트 A는 이번 주 부산을 떠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요트 동호인들은 ‘이번 일을 단순 해프닝으로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세계적인 해양도시를 자청하는 부산에 슈퍼요트 한 대조차 댈 수 없는 부끄러운 현실에 대한 반성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현재 부산에는 수영만 요트경기장, 남천 마리나 등이 해수면 마리나 시설로 지정돼 있다. 수영만 요트경기장이 그나마 수용 규모가 가장 크지만 정박 가능한 요트 길이는 겨우 12m 내외다. 슈퍼요트 A의 10분의 1 수준인 셈이다. 부산시 체육시설관리사업소 관계자는 “4~5번 선석 사이가 좀 넓어 최대 27m 내외 길이의 요트까지 댈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2021년 준공을 앞둔 북항 마리나도 설계상으로 최대 24m 길이의 배까지 수용 가능하다. 다만, 북항 마리나는 설계가 확정된 것은 아니어서 추후 변경될 여지는 있다.

포화상태에 이른 마리나 시설 확충과 함께 요트 수리소, 주유소 등 전반적인 요트 인프라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인다. 부산의 한 요트 사업자는 “요트경기장마다 간이시설을 제외하면 마땅한 수리소나 주유소도 없다. 워낙 포화 상태다 보니 수리하는 데 수개월이 걸린 적도 있다. 왕산마리나, 아라마리나 등 타 지역보다도 인프라가 열악한데 부산이 무슨 세계 해양도시냐”고 일침을 놓았다.

부산요트협회 김정철 부회장도 “재개발 등을 이유로 요트 인프라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슈퍼요트 A 등 초호화 요트 유입은 지역 경제에도 큰 도움이 될 텐데 아쉬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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