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고양이] 수족관 속 돌고래가 죽어갑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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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수족관 돌고래 20마리 폐사
좁은 수조, 공연·체험에 스트레스 시달려
해수부, 신규 수족관 고래 사육 금지키로
돌고래 방류 움직임도…'바다쉼터' 대안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올해에만 벌써 세 마리의 돌고래가 수족관(아쿠아리움)에서 폐사했습니다. 올해 2월 거제 씨월드에서, 3월 제주 마린파크에서, 5월 아쿠아플라넷 여수에서 각각 1마리가 세상을 떠났죠. 2016년부터 2020년까지 5년 동안 수족관에서 폐사한 고래는 총 20마리. 고래에게 수족관은 어떤 공간일까요.

거제씨월드에서 사육 중인 흰돌고래(벨루가). 핫핑크돌핀스 거제씨월드에서 사육 중인 흰돌고래(벨루가). 핫핑크돌핀스

경남 거제에 위치한 거제씨월드는 국내의 대표적인 돌고래 체험 파크입니다. 이곳에서는 돈만 내면 돌고래와 입 맞추기, 먹이 주기, 만지기 뿐만 아니라 벨루가의 등에 올라타는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성인 남성이 서핑보드처럼 돌고래를 타는 사진과 영상이 공개되면서 ‘동물학대’ 논란이 일기도 했는데요. 청와대 국민청원게시판에는 이같은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청원 글이 올라오기도 했습니다.

거제씨월드 측은 공식 입장문을 내고 학대 의혹에 반박했는데요. 이 입장문에서 “동물 학대 등의 금지조항을 철저히 지키며 운영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수족관 시설은 다양한 해양동물 및 해양생태계의 중요성과 자연의 소중함을 배우는 공간이라고 자부한다”고 밝혔습니다.

성인 남성이 서핑보드를 타듯 흰돌고래(벨루가) 위에 올라탄 모습. 거제씨월드에서는 이외에도 돌고래를 타는 등 체험을 제공해 동물학대 논란이 일었습니다. 핫핑크돌핀스 성인 남성이 서핑보드를 타듯 흰돌고래(벨루가) 위에 올라탄 모습. 거제씨월드에서는 이외에도 돌고래를 타는 등 체험을 제공해 동물학대 논란이 일었습니다. 핫핑크돌핀스

전국에는 총 23개소의 수족관이 있습니다. 민간이 운영하는 곳은 15곳, 공공이 운영하는 곳은 8곳입니다. 이중 고래류를 사육하는 수족관은 총 7곳. 이곳에서 24마리의 돌고래가 사육되고 있습니다. 일부 수족관에선 전시를 넘어 돌고래 쇼, 체험까지 진행되고 있습니다.

수족관들은 큰 인기를 끕니다. 2016년부터 2018까지 대형 수족관 4곳은 연평균 100만 명가량이 꾸준히 찾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육지 동물보다 더 보기 힘든 수중 생물을 눈앞에서 볼 수 있다는 것이 이곳을 찾는 주된 이유죠.

특히나 돌고래를 보유한 수족관들은 더 큰 인기를 끕니다. 귀여운 외모에 사람에게도 친근하고 지능이 높아 재롱도 떠는 돌고래. 바닷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눈앞에서 돌고래를 보는 건 흔치 않은 경험일 겁니다.

수족관의 순기능도 있습니다. 일부 수족관들은 전시의 역할을 넘어 해양생태계 보전과 구조‧치료 등의 공적 역할을 담당하기도 합니다. 멸종 위기인 수중 생물을 번식해 방류하는 등의 역할도 하고, 해양오염에 대한 경각심을 키우는 교육적 기능도 하고요.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조사한 국내 고래류 사육 수족관 현황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가 조사한 국내 고래류 사육 수족관 현황

하지만 문제는 수족관 속 돌고래들이 계속해서 죽어 나간다는 겁니다. 하루 수백km를 헤엄치는 돌고래들을 10m도 채 안 되는 수조 안에 가둬두니 스트레스가 쌓일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초음파로 소통하는 돌고래들이 수조 안에 갇힐 경우, 반사되는 음파로 인해 지속적인 소음에 노출됩니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돌고래들은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하죠. 수족관 내를 반복적으로 맴돌거나, 움직이지 않는 등 이상행동을 보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지난해 폐사한 큰돌고래 안덕이는 죽기 직전 움직이지도 않고 가만히 물에 떠 있는 모습을 반복적으로 보였다고 합니다. 매년 평균 4마리의 돌고래들이 죽어 나가는 수족관. 해양환경단체들과 동물보호단체들이 수족관을 ‘감금시설’이라 표현하는 이유입니다.

2016~2020년 수족관 고래류 폐사 현황. 해양수산부 자료 발췌 2016~2020년 수족관 고래류 폐사 현황. 해양수산부 자료 발췌

해양수산부는 올해 초 ‘제1차 수족관 관리 종합계획’을 발표했는데요. 동물원과 마찬가지로, 그동안 등록제였던 법을 허가제로 전환하고, 허가 기준을 만들기로 했습니다. 전문검사관 제도도 도입해 수족관 허가뿐 아니라 점검 시 서식환경의 적정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할 계획입니다. 또 동물 학대 논란이 된 '체험'은 원칙적으로 금지합니다. 해수부는 앞으로 관람객 먹이주기, 만지기, 올라타기 등을 금지하고 체험이 가능한 프로그램은 가이드라인에 따르도록 지침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새로 짓는 수족관에는 고래류 사육‧전시를 전면 금지하는 계획도 발표했습니다. 실제로 고래를 전시하지 않고, 디지털 기술로 구현하는 체험시설을 짓도록 유도하고 이를 지원할 방침입니다. 하지만, 기존에 등록된 수족관에는 적용되지 않는데요. 해수부 관계자는 “돌고래들이 업체의 사유재산이기 때문에 방류를 강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다만, 수족관 운영 업체에 방류를 제안하는 등 협조를 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많은 나라에서 고래류의 사육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캐나다는 2019년 ‘고래 돌고래 감금 종식법’을 도입해 치료나 구조, 학술연구 목적을 제외한 고래류의 사육과 전시, 관람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 프랑스, 인도, 칠레 등 국가에서도 돌고래 사육을 금지하거나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바닷속 모습을 디지털로 재현하는 곳들도 늘고 있습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자연사박물관은 바닷속을 가상현실로 체험하는 전시를 열기도 했습니다. 길이 30m에 달하는 대왕고래가 유영하는 모습이 실제와 매우 흡사했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뉴욕 한복판에서 열린 내셔널지오그래픽의 ‘오션 오디세이 인카운터’에서도 혹등고래와 백상아리, 대왕오징어, 바다사자가 눈 앞에서 헤엄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하네요.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흰돌고래(벨루가) 모습. 핫핑크돌핀스 서울 롯데월드 아쿠아리움의 흰돌고래(벨루가) 모습. 핫핑크돌핀스

수족관 속 고래를 방류하자는 움직임도 일고 있는데요. 특히나 제주 마린파크에 홀로 남은 생존 돌고래 ‘화순이’의 방류를 촉구하는 범국민적 캠페인도 일고 있습니다. 방류 방법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는데요. 핫핑크돌핀스 등 해양환경단체들은 대안으로 ‘바다쉼터’를 제안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해역 중 면적이 넓고, 수심이 일정하고, 해양생태계가 잘 보전된 곳에서 자유롭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적입니다. 해양수산부는 이달 초 전문가, 활동가들과 함께 바다쉼터 후보지를 답사하기도 하는 등 돌고래 방류를 위한 발걸음을 내디디고 있습니다.

수족관 속 돌고래를 방류하면 돌고래는 어디서 보냐고요? 제주도 앞바다에선 배를 타고 나가지 않아도 맨눈으로 돌고래를 볼 수 있습니다. 수족관에 갇힌 돌고래보다, 바닷속을 헤엄치는 돌고래가 가장 돌고래다운 모습이지 않을까요?

제주도 앞바다에서는 육안으로도 충분히 돌고래를 볼 수 있습니다. 핫핑크돌핀스 제주도 앞바다에서는 육안으로도 충분히 돌고래를 볼 수 있습니다. 핫핑크돌핀스

편집국 고양이 소식도 전합니다. 우주는 편집국에 온 지 4달 만에 처음으로 목욕을 했습니다. 고양이들은 물을 싫어하고, 평소 ‘그루밍’을 통해 스스로 몸을 단장하기 때문에 목욕을 자주 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피부병이 있는 부루와 함께 지내는 만큼 한 번쯤은 목욕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겁이 많은 편이어서 목욕이 쉽지 않을 거라 예상은 했지만, 우주의 목욕난이도는 상상 그 이상이었습니다. 우주의 목욕기는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서도 시청할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영상‧편집=장은미 에디터 mimi@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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