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 고양이] 과학의 눈부신 발전 뒤엔 실험동물의 눈물나는 희생이…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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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실험 사용된 동물 371만 마리
동물 실험 관련 윤리적 기준 높아졌지만
여전히 동물 실험에 희생되는 동물 많아
동물실험 대체할 기술·정책 자리 잡아야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는 <부산일보> 4층 편집국에 둥지를 튼 구조묘 '우주'와 '부루'를 통해 사람과 동물이 함께 행복한 사회를 그리는 기획보도입니다. 우주와 부루의 성장기를 시작으로 동물복지 현안과 동물권 전반에 대해 다룰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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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실험’이란 말을 들으면 어떤 동물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 쥐나 토끼일 겁니다. 실제로 동물 실험엔 훨씬 다양한 동물들이 투입되는데요. 귀여운 외모에 사고뭉치로 알려진 ‘비글’도 실험에 자주 쓰이는 동물이란 사실, 알고 계셨나요? ‘편집국 고양이-동물동락 프로젝트’ 이번 편은 실험동물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19년 우리나라에서 실험에 사용된 동물의 수는 371만 2380마리였습니다. 2010년 132만 8000여 마리에서 9년 만에 3배 가까이 늘어났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되는 종은 설치류(86.9%)입니다. 그 다음으로 어류(6.3%), 조류(5.1%), 기타포유류(0.9%), 토끼(0.7%) 순이었습니다.

동물실험 수행기관에서 사용된 실험동물 수는 2010년 132.8만 마리에서 2019년 371.2만마리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동물실험 수행기관에서 사용된 실험동물 수는 2010년 132.8만 마리에서 2019년 371.2만마리로 3배 가까이 늘었습니다.

실험동물들은 실험을 위해 태어나, 각종 실험으로 고통받다 대부분 안락사됩니다. 동물 실험에 대한 윤리적 문제가 불거지자 국내에서도 2009년 실험동물관련 법안이 처음 만들어졌는데요. 무분별한 동물실험을 억제하고 실험동물을 윤리적으로 다루기 위해 동물실험윤리위원회도 만들어졌습니다. 실험에 쓸 수 없는 동물을 지정하고, 동물의 고통이 덜한 방법으로 실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감독할 수 있게 됐죠.

하지만 현실에선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동물보호법은 장애인 보조견이나 경찰견, 소방견, 검역 탐지견 등 국가를 위해 일한 동물들이 실험동물로 쓸 수 없도록 하고 있지만, 예외적으로 실험에 쓰이고 있습니다.

혹시 검역탐지견 ‘메이’를 기억하시나요? 2012년 복제견으로 태어난 메이는 훈련을 받아 검역탐지견으로 활약했는데요. 국가를 위해 일하고 영예롭게 은퇴할 줄 알았지만, 은퇴 후 메이는 또다시 실험실로 가게 됐습니다. 메이는 2019년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비쩍 마른 상태로 발견됐는데요. 성기가 비정상적으로 커져 있는 등 무리하게 실험에 투입한 정황들이 발견됐습니다. 메이는 결국 실험실에서 생을 마감했는데요. 당시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가 청와대 국민청원에 이같은 사실을 알리면서, 무리한 동물 실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더욱 커졌습니다.

2019년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비쩍 마른 모습의 '메이'. 비글구조네트워크 2019년 갈비뼈가 드러날 만큼 비쩍 마른 모습의 '메이'. 비글구조네트워크

동물 실험이 꼭 필요한 상황에서만 일어날까요? 올해 초엔 충북대 수의학과 한 연구진의 연구가 논란이 됐는데요. 3D프린터로 만든 인공 눈을 넣기 위해 멀쩡한 개의 눈을 적출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샀습니다.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잔혹하고 불필요한 실험”이라는 비판이 일었습니다. 게다가 이 실험이 동물실험윤리위원회에서 아무런 제재 없이 통과가 됐다는 사실이 전해지면서, 위원회가 제 역할을 못한다는 비판도 나왔습니다.

동물보호단체 라이프 심인섭 대표는 “동물이나 인간의 건강 증진을 목적으로 불가피하게 이루어진 실험이 아닌, 단순 미용의 목적으로 두 마리의 비글을 희생시킨 불필요하고 비윤리적인 실험”이라고 지적하면서 “실험의 윤리성과 정당성을 올바르게 평가해야 할 동물실험윤리위원회와 연구윤리위원회마저 전혀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사실상 국내에 실험동물의 안전을 보장할 시스템이 부재함을 의미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충북대 수의학과의 한 연구팀은 3D프린터로 만든 인공 안구를 삽입하기 위해 멀쩡한 개의 눈을 적출해 비판을 받았습니다. 논문 중 발췌 충북대 수의학과의 한 연구팀은 3D프린터로 만든 인공 안구를 삽입하기 위해 멀쩡한 개의 눈을 적출해 비판을 받았습니다. 논문 중 발췌

동물 실험의 결과가 완벽하지도 않습니다. 실제로1950년대 후반 ‘탈리도마이드’라는 약물은 소형 설치류에서 독성을 보이지 않는 것으로 확인돼 시중에 판매됐는데요. 입덧을 완화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알려지면서, 전 세계 많은 임신부들이 약을 복용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산모에게서 팔다리가 짧거나 없는 기형아들이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당장 동물 실험을 없애는 건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래서 나온 것이 ‘3R원칙’입니다. 최대한 동물을 이용하지 않도록 대체(Replacement)하고, 실험에 사용하는 동물의 수를 줄이고(Reduction), 불가피하게 동물 실험을 진행할 경우 고통 완화(Refinement)를 위해 노력한다는 원칙입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동물 실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고 있다는 겁니다. 요즘엔 대학 학부 수업에서 직접 해부를 하는 대신 모형을 이용하는 사례도 늘고 있고요. 동물 실험을 대체하는 실험도 조금씩 자리를 잡고 있습니다. 한국동물실험대체법학회도 꾸려져 연구자들이 다양한 대안들을 찾아가고 있습니다.

소비자 중에도 동물 실험에 반대하는 이들이 늘고 있습니다.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거나 동물성 원료를 사용하지 않는 제품, 이른바 ‘크루얼티 프리(Cruelty Free)’ 제품을 찾는 이들도 많아지고 있습니다. 이같은 움직임에 발맞춰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다고 선언하는 기업도 늘어나는 추세고요.

토끼는 화장품 실험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동물입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 화장품 동물 실험을 금지했지만 예외적으로 기능성 제품에 대한 실험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으며, 수출국이 요구하는 경우엔 허용하고 있습니다. 크루얼티프리인터내셔널 토끼는 화장품 실험에 가장 많이 활용되는 동물입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 화장품 동물 실험을 금지했지만 예외적으로 기능성 제품에 대한 실험은 여전히 이뤄지고 있으며, 수출국이 요구하는 경우엔 허용하고 있습니다. 크루얼티프리인터내셔널

국회에선 동물대체시험법을 더욱 확산하기 위한 노력들이 진행되고 있는데요. 2020년 12월 동물대체시험법의 개발·보급 및 이용촉진에 관한 법률이 발의됐습니다. 동물대체시험법 확산을 위해 기본 계획을 세우고, 식약처 등 관련 행정기관에서도 적극적으로 시책을 수립하고, 전문 인력을 양성하는 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법안이 통과돼 동물 실험을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된다면, 실험실에서 고통 받는 동물들이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 불필요한 희생을 조금씩 줄여나갈 수 있길 기대합니다.

끝으로, 편집국 고양이 소식입니다. '부루'는 수술을 잘 마치고 편집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아픈 곳이 없어서인지 이전보다 훨씬 활발해지고 밝아져 집사들의 마음이 놓입니다. '우주'는 신문사 고양이답게 제작회의에도 참여했는데요. 우주의 활약은 유튜브 <부산일보> 채널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많은 시청 부탁드립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장은미 기자 mim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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