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 톡톡] 어서 와 멍멍아, 한방센터엔 무슨 일이고?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배윤지 큰마음재활한방센터 수의사

우리 집 반려견은 내가 퇴근하고 돌아오면 보고 싶었다며, 안아달라며 두발로 선 채 껑충껑충 뛰며 반긴다. 주말엔 소파에 앉아 드라마를 보고 있으면 폴짝 뛰어올라 내 옆을 차지하곤 한다. 침대 매트리스를 오르내리는 건 기본, 드라이브를 하러 차를 탈 때면 문턱이 높은데도 깡충 점프를 해서 차를 타곤 한다.

우리 집 반려견의 이야기를 듣고 ‘엇, 이거 완전 우리 반려견 이야기 같은데?’라고 생각하는 보호자들이 있을 것이다. 이러한 행동들은 필자가 만났던 ‘추간판 탈출증(IVDD, Inter Vertebral Disc Disease)’으로 내원한 강아지들의 습관들이다. 이러한 사소한 생활습관들이 모여 가벼운 통증이 발생한다. 가벼운 통증은 며칠 진통제만 먹어도 금방 괜찮아지지만 반복적으로 쌓이다 보면 ‘추간판 탈출증’이라는 질환을 야기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추간판 탈출증이란 소위 ‘디스크’라고 불리며, 척추뼈 마디와 마디사이에서 충격을 흡수해 주는 디스크(추간판)가 어떤 원인에 의해 손상, 변성돼 척수신경을 압박해 통증을 유발하는 질환이다. 사람들도 목 디스크나 허리 디스크가 생기면 손발이 저리고 통증을 느끼고 심하면 마비가 오는 것처럼 강아지도 마찬가지다.

강아지 디스크 질환의 대표적인 증상으로는 활동성의 현저한 감소다. 예를 들면 산책을 좋아하던 강아지가 집안에 웅크리고 꼼짝도 안 하거나 대소변을 가리던 아이가 아무 곳에 실수하거나 대소변을 흘리고 다니는 빈도가 늘어난다. 평소에는 침대, 식탁 위를 날아다녔는데 다리를 끌면서 다니는 등의 행동도 보인다. 또한 통증으로 갑자기 비명을 지르기도 한다.

대부분의 보호자들은 반려견이 이런 증상을 보이면 상당히 당황스러워한다. 강아지는 통증을 참는 경우가 많아 겉으로 봤을 때 건강해 보였지만 디스크에 걸려 고통을 참아왔다고 생각하면 미안하고 속상한 마음이 크다.

그렇다면 이런 디스크 질환을 수의 한방에서는 어떻게 다스릴까? 수의 한방에서 디스크는 어딘가 정체돼 아픈 병이라 여겨서 비증(痺症)이라고 한다. ‘비(痺)’란 ‘폐(閉)’ 즉 막혀서 잘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근육 및 관절의 비증(痺症)은 나쁜 기운인 풍한습열(風寒濕熱)이 몸의 정기가 허약해진 틈을 타고 침습해 관절의 강직과 변형을 초래한다.

한의학에서 불통즉통 통즉불통(不通則痛 通則不痛)이라고 하여 ‘기혈(氣血)이 통하지 않으면 아프게 되고 기혈(氣血)이 통하면 아프지 않다’고 한다. 그러므로 한의학적 치료는 기본적으로 경락의 흐름을 고르게 하고 막혀있던 기혈을 통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침, 한약, 음식, 추나 마사지 등의 치료방법을 사용하게 된다.

‘American Veterinary Medical Association’ 저널에 실린 ‘수술 시기를 놓쳐 디스크로 인해 오랫동안 심각한 신경 손상이 있었던 강아지들을 대상’으로 연구한 논문에 따르면 마비가 있고, 대소변을 가리기 힘들고, 심부통각이 없는 상태의 강아지를 치료법에 따라 회복률을 비교해 봤을 때 수술만 했을 시 40%, 수술과 전기침 치료를 했을 때 72.7%, 전기침 치료만 했을 경우 78.9%이었다. 만약 골든타임 안에 빠른 수술적 치료가 불가하다면, 심각한 신경 손상이 있는 강아지들은 약물치료와 함께 한방치료가 효과적이라고 보고했다.

요즘 같은 장마철에는 관절질환이 있는 사람이나 강아지나 욱신거리고 힘들기 마련이다. 통증은 참는다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나의 반려견이 예전과 같지 않은 활동량을 보인다면 지금 가장 가까운 한방센터에 나의 반려견을 데려가보는 것도 방법이다.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