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테크] 네오스, 현장 노하우·기술력 자신…‘60대 시니어들의 반란’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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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상 네오스(주) 대표가 이동형 절삭유 탱크 청소기 앞에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윤상 네오스(주) 대표가 이동형 절삭유 탱크 청소기 앞에서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부산, 울산, 경남에 은퇴한 유능한 테크니션과 엔지니어들이 얼마나 많은지 몰라요. 그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고, 실제로 그들이 해냈어요. 유명 대학 연구진들도 못 해내는 제품 개발을 우리 직원들이 해냈어요.”

네오스(주) 김윤상 대표는 3년 전 아쉽게 탈락한 ‘장영실상’을 거론하며 60대인 직원들 자랑부터 했다. 경남 창원에 있는 네오스는 CNC(Computer Numerical Control) 공작기계에 필요한 하이브리드 필터링 시스템과 이동형 절삭유 탱크 청소기, 오일스키머 등을 만드는 회사다.


대표와 직원 모두 60대 ‘은퇴자’

절삭유 탱크 청소기·오일스키머 제조

“청소기 1대로 20대 공작기계 커버

3년 전 탈락 ‘장영실상’ 재도전”


■품질과 환경에 도움되는 기계

모든 CNC 공작기계는 가동 중 생겨난 절삭유, 미세칩, 윤활유, 슬러지 등이 절삭유 탱크 하부에 쌓인다.

이것들이 부패하면서 공장 내 악취가 진동하고 때론 공구가 파손되거나 표면 조도, 정밀도가 떨어져 품질 불량이 증가하게 된다.

하이브리드 필터링 시스템은 오일스키머를 포함해 여러 필터가 들어가 있어 이 문제를 해결해준다.

하지만 고가이다 보니 설비를 모두 갖추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 4년 전 비용 문제로 고충을 토로하는 고객의 ‘한 마디’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네오스는 지난해 말 고정형이 아닌 이동형 절삭유(연마유) 탱크 청소기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고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김 대표는 “기존에는 고정형 밖에 없어 모든 CNC 기계에 설치해야 돼 비용이 상당했지만 이동형 청소기 1대를 사면 CNC 공작기계 20대가량을 커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면 절삭유 사용량을 30% 정도 절감할 수 있어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 김 대표는 “품질 제고로 생산성이 향상되고 환경 개선에도 도움이 되며, 원가 절감까지 할 수 있으니 이것이야말로 스마트 팩토리화의 핵심”이라고 말했다.

■코로나로 기술력에 집중했던 시간

김 대표는 지난 1년여 간의 코로나 시국이 오히려 도움이 됐다고 했다. 김 대표는 “시간을 두고 기술 테스트를 하며 상품을 안정화하는 시간이 됐다”면서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경우 태생이 유럽과 달라서 대기업 하청의 하청으로 종속돼 살아가는 경우가 많은데 우리 중소기업도 독자 기술을 갖고 독자 브랜드를 가진 상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중소벤처기업부의 정책 방향 설정과 지원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독일과 일본의 경우 설비비 1억 원 중 20%가 주변 설비비인데 한국은 95%가 본체 값이고 전체 비용의 5%만 주변 설비에 투자한다”면서 “주변 설비를 잘 해야 기계도 오래 쓰고 제품의 완성도도 높아지는데 한국은 아직 주변 설비의 중요성에 눈을 뜨지 못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나마 최근에는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네오스의 제품이 하나 둘 납품되고 있다. 모두 유럽 제품에 비해 가격은 훨씬 저렴한데도 기술력은 뛰어나다보니 입소문을 타 납품이 이뤄졌다.

■60대 시니어들의 반란

김 대표는 누군가 네오스를 ‘60대 시니어들의 반란’이라고 소개했을 때 가장 기분이 좋았다고 했다. 대표는 물론이고 직원 6명도 다 60세가 넘은 ‘은퇴자’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유명 대학의 연구진들도 못해내는 제품 개발을 이 직원들이 다 해냈을 정도로 실력파들이다.

김 대표는 특히 ‘청년창업’이 강조되는 시대이지만 어느 곳에서든 시니어의 지혜와 연륜, 주니어의 아이디어와 열정이 합쳐져야 시너지가 난다고 생각하고 있다.

실제 김 대표는 하이브리드 필터링 시스템에 온도계와 농도계를 넣고 이를 LCD 창에 표시되게 하는 기술 개발을 거의 끝냈는데 이것도 청년 기업과의 협업을 통해 가능했다.

김 대표는 네오스의 성공 사례를 바탕으로 시니어들의 기술이 더욱 가치 있게 평가받고 또 활용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김 대표는 “장영실 상에도 또 도전하고, 기술특례로 주식 상장도 해보려 한다”면서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사회에 좋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기업이 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창업 제조기업과 노하우 공유하고파”

김 대표는 “평생 기계를 다뤄온 분들인 만큼, 소리만 들어도 기계가 어떻다는 걸 아는 사람들”이라면서 “현대자동차, 두산중공업 관련 기업들이 부울경 지역에 얼마나 많은지 아느냐. 네트워킹을 통해 오랜 기술자들이 가진 능력을 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스스로도 2014년 창업 이후 제조업 분야에서 우여곡절을 겪으며 현재에 이른 만큼, 자신이 가진 노하우와 네트워크를 다른 창업자들과 공유하고 싶다고 했다.

올해 63세인 김 대표는 20년간 삼성물산을 다녔다. 1996년 이탈리아로 파견을 갔고 3개월 뒤 독일로 넘어가 2006년까지 머물렀다. 10년간 독일에 있는 동안 쌓은 인맥들이 현재 네오스의 기술 개발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지인들에게 오일스키머에 대해 물으니 덴마크 누구, 이탈리아 누구 하며 70세가 넘은 유럽의 장인들을 소개해주더라고요. 그 장인들과 소통하며 한국 기업들의 요구도 반영하다 보니 오늘날의 기술력에 이를 수 있었어요.”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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