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병-의용군 ‘잔혹한’ 전투… 우크라 민간인 희생자 급증
러시아군이 12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를 에워싸며 도심을 향해 좁혀들어가고 있다. 이날 로이터통신·CNN방송 등에 따르면 대규모 러시아 지상군이 키이우 도심과 약 25km 떨어진 북서쪽 지점까지 접근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키이우와 도시 경계를 맞대고 있는 소도시 이르핀에서 격렬한 시가전이 수일째 이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키이우 북쪽으로 약 100㎞ 떨어진 도시 체르니히우에서는 도시 랜드마크인 ‘호텔 우크라이나’가 폭격으로 파괴됐다.
러 용병-우크라 의용군 수만 명
경도된 사상, 극단 충돌 가능성
폭력 심화할 경우 3차대전 우려
러 군, 수도 키이우 포위망 좁혀
거리에 수습되지 못한 시신도
민간인 사망자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우크라이나에서는 집단 매장도 행해지고 있으며, 수습되지 못한 시신도 넘쳐난다고 AP통신은 보도했다. 마리우폴에서는 침공 12일째까지 사망자 수가 1600명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민간인 사망자가 늘면서 집단매장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고, 공세가 심해지면서부터는 매장지 조성 작업마저 중단됐다. 마리우폴 시장은 “사망자들이 이제 땅에 묻히지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서방 정보당국은 러시아군이 생화학 공격을 준비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는 이날 미국과 유럽의 보안 당국 관계자 등의 발언을 토대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생화학 무기 공격을 감행한 뒤, 그 책임을 우크라이나 또는 미국 등 서방 국가로 돌리는 ‘가짜 깃발’ 작전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외국 전투원들이 대거 투입되고 있어 ‘잔인한 국제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들은 대의를 내세우지만, 사상이 경도돼 있거나 시리아 등지에서 온 이들처럼 돈을 받고 온 이들도 많아 전쟁이 더 잔인한 국면으로 흐를 수 있다는 지적이다. 자칫 세계대전을 부를 수 있는,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참전 자원자가 1만 6000명에 달하며 대체로 중동 국가 출신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측에도 민간인들이 의용군이라는 이름으로, 소속국 정부의 만류에도 전장에 뛰어들고 있다. 우크라이나 외무부의 지난달 6일 발표에 따르면 외국인 의용군은 52개국 출신 2만 명 정도다.
이 같은 의용군, 용병들의 대치를 두고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일단 제대로 검증되지 않은 채 사상적으로 경도된 이들이 무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전쟁 자체가 잔인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러시아측 전투원 중에는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같은 반서방 극단주의 테러단체에 몸담은 이들도 부지기수다.
우크라이나 의용군을 둘러싸고도 비슷한 극단주의 우려가 제기된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테러활동 감시단체인 ‘시테 인텔리전스 그룹’은 유럽과 북미에서 극우세력이 의용군에 자원한다고 보도했다. 전장에 나선 이들이 정규군처럼 교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고 이들의 행동 때문에 향후 난제가 뒤따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가장 심각한 우려는 외국인 전투원 때문에 우크라이나 전쟁이 국제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이다. 서방국가들은 의용군이 파병으로 비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자국민들의 가세를 적극적으로 막고 일부에선 처벌까지 하고 있다. 특히 이들 국가들은 서방과 러시아의 직접충돌을 제3차 세계대전의 도화선으로 인식해 더욱 경계하고 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