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이전’은 지역균형 시금석… 정책 반기에 ‘회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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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B산업은행 이전은 당선인이 그냥 한 공약이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가 15일 산업은행 이전 공약에 대한 산은 측의 반발 움직임(부산일보 3월 14일 자 1·2면 보도)에 강한 우려를 표시하면서 덧붙인 말이다. 산은 이전 공약을 특정 지역의 표를 얻기 위한 선심성 정책으로 폄훼하는 데 대한 경고성 발언이다.

윤 당선인 ‘산은 부산 이전’ 공약
지역 소멸 극복 위한 대표 정책
산은 측 ‘선심성 정책’ 폄훼에
군기 잡기·정책 걸림돌 차단 포석

윤 당선인은 지난 대선 레이스에서 전국 17개 시·도별로 맞춤형 공약을 내세웠는데, 산은 부산 이전은 윤 당선인이 역점적으로 강조했던 대표 공약이다. 윤 당선인의 시·도 공약집을 보면 350개 공공기관 가운데 특정 기관을 콕 집어 본사 이전을 명시한 곳은 산은이 유일하다. 그만큼 숙고 끝에 결정했다는 얘기다.

산은 공약을 만들 당시 상황을 잘 아는 윤 후보 측 인사는 “당선인은 평소 지역 소멸 문제에 대해 지역 청년이 원하는 일자리를 확충하는 것이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는 인식이 강한데, 부산의 경우 기존에 구축된 금융 인프라 등 산은 이전의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돼 있다는 점에서 타 지역의 선행 사례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면서 “다른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 없이 부산에만 산은 이전을 약속한 건 그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날 윤 당선인 측 핵심 관계자가 “‘윤석열표’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특히 이 관계자는 산은 반발에 대해 “기관 이기주의” “좁은 이해관계”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산은 측이 부산 이전에 대해 “지금까지 축적한 네트워크가 무너져 금융업 전체가 흔들릴 것”이라는 이유를 내세우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방 이주에 따른 불편함, 자녀 교육 문제 등 생활적인 측면이 더 강한 것 아니냐는 얘기다.

노무현 정부 때도 대다수 공공기관이 거창한 명분을 앞세워 지방 이전에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각 시·도에 이전 공공기관들로 조성된 혁신도시들은 대부분 정착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역 이전으로 경쟁력이 크게 훼손될 것이라거나 심지어 존립이 위태로워질 것이라는 기관들의 반발은 대부분 기우로 판명됐다. 그럼에도 대통령 당선인 측 핵심 인사가 한 국책은행의 움직임에 대해 강하게 경고음을 낸 것은 다소 이례적인 모습으로 비친다.

윤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역대 인수위에 없었던 지역균형발전 특별위원회를 신설, 해당 이슈를 주요 과제로 다루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지역균형발전 특위는 앞으로 문재인 정부에서 무산된 공공기관 추가 이전을 비롯해 균형발전 정책 전반을 다룰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잠재적인 이전 대상 기관들의 조직 이기주의 행태를 방치할 경우 정책 추진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 아래 조기에 ‘진화’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현 정부 ‘낙하산’ 공공기관장·공기업 수장들에 대한 선제적인 ‘군기 잡기’라는 해석도 나온다. 윤 당선인 측에서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장으로 재직 중에도 친민주당 행보를 보여 온 이동걸 행장이 대선 전인 올 1월 산은 이전 공약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다. 소탐대실”이라고 비판하는 등 노골적인 정치적 행보를 한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윤 당선인 측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인수위에 와서 말하면 되지,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국민들을 분열시키는 발언을 하느냐”고 질타에 가까운 지적을 내놓은 것은 이런 시각이 담겼다. 즉, 민주당 성향의 공공기관장들이 새 정부 출범 이후 비협조적인 태도로 새 정부 안착을 방해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려는 포석이 담겼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윤 당선인 측은 최근 현 정권 임기말 공기업 인사와 관련해 꼭 필요한 인사라면 대선에서 당선인 측과 협의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른바 ‘임기말 알박기 인사’ 우려 때문이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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