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놀이도 좋지만… 봄나들이 때 ‘비염·천식’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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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코로나19 확진으로 1주일간 재택근무를 해야 했던 A(34·여) 씨는 지난 주말 모처럼 봄 정취를 즐기려 봄꽃 명소로 나들이를 다녀왔다. 하지만 집으로 돌아온 뒤부터 부쩍 재채기가 나고 콧물을 훌쩍거리면서 코로나에 감염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됐다. 병원을 찾은 A 씨는 신속항원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고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꽃가루로 인한 알레르기 비염이라는 뜻밖의 진단을 받았다.

꽃가루·미세먼지 등 발병 원인
결막염·아토피 피부염 등 유발
기침·호흡 곤란·가슴 답답함도
항알레르기제 복용 치료 큰 도움


꽃피는 4월, 알레르기 질환 급증

꽃가루와 미세먼지의 합동 공격이 시작되는 봄은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이들에게는 고통의 계절이다. 특히 4~5월은 건조한 공기, 꽃가루, 황사, 미세먼지 등의 영향으로 결막염, 비염, 기관지 천식, 아토피 피부염의 4대 알레르기 질환이 기승을 부리는 시기다. 우리나라 국민의 약 15%가 알레르기 질환을 앓고 있으며, 꽃가루 알레르기가 차지하는 비중은 이 중 30% 정도라고 알려져 있다.

알레르기는 우리 몸의 면역체계가 ‘알레르겐’이라 불리는 외부 물질에 과민 반응하는 현상이다. 특정 물질에 대한 알레르기 체질이 있는 사람이 꽃가루,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의 털과 비듬, 곰팡이 등 알레르겐에 노출되면 ‘감작’이라는 단계를 통해 알레르기 항체가 생기게 된다. 이 항체는 우리 몸의 ‘비만세포’라고 하는 면역 세포 표면에 붙어 있다가 눈이나 호흡기 점막을 통해 알레르기 원인 물질이 체내에 들어오면 면역 반응 유발 물질을 분비한다. 이렇게 분비된 물질에 의해 알레르기 염증 반응이 시작되면서 가려움, 콧물, 재채기, 코 막힘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된다. 특히 봄철에는 자작나무, 오리나무, 개암나무 등에서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는 능력이 강한 꽃가루가 많이 날린다.



미세먼지로 알레르기 질환 악화

‘봄의 불청객’인 황사나 미세먼지는 직접적으로 알레르기 염증을 유발하는 물질은 아니지만, 면역세포를 직접 자극하거나 자극성 염증을 일으켜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미세먼지 내에는 각종 중금속, 탄소, 이온 등 다양한 유해 물질이 포함되어 있는데다, 직경 2.5㎛ 이하의 초미세먼지는 폐 깊숙한 곳까지 침투하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초래한다.

부산백병원 호흡기알레르기내과 김미영 교수는 “미세먼지는 호흡기 점막을 자극해 기도 염증을 일으킬 뿐 아니라, 황산화물질을 감소시켜 활성산소 증가로 인한 염증성 손상을 초래한다”며 “이는 알레르겐 감작 기회와 면역세포 노출 증가로 이어지면서 호흡기 알레르기 질환이 있는 환자의 경우 기침, 호흡곤란, 쌕쌕거림, 가슴 답답함 등의 증상이 한층 악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는 주로 공기와 직접 접촉하는 피부와 눈을 자극하는데, 이로 인해 피부 가려움, 따가움, 안구 건조증, 알레르기 결막염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기관지 천식은 적극 치료받아야

알레르기 비염의 대표적인 증상은 재채기다. 맑은 콧물이 흐르며 눈과 코의 가려움증과 코막힘 등도 잦은 증상으로 꼽힌다. 재채기와 콧물이 흐르는 증상은 보통 아침에 일어났을 때 심했다가 오후가 되면서 줄어들는데 코막힘 증상은 계속 된다. 감기는 발열과 근육통 등의 증상이 동반되는 경우가 많고, 코로나19는 발열, 인후통 등이 대표적인 증상이어서 알레르기 비염 증상과는 구분된다.

가려움증의 경우 코뿐 아니라 눈, 목, 귀 등에도 발생할 수 있다. 그 밖에 눈물, 두통, 후각 감퇴, 폐쇄성 비음 등의 증상이 있고 이로 인해 중이염, 부비동염, 인후두염 등이 동반될 수도 있다.

알레르기 비염의 경우 증상이 경미하고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지 않는 경우에는 치료 없이 경과를 지켜보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증상을 유발하는 것으로 추측되는 알레르겐이 회피 불가능한 것이라면 치료를 받는 것이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특히 기관지 천식의 경우 염증이 악화되는 경우 갑자기 심한 호흡곤란이 나타날 수도 있기 때문에 평소 증상이 경미하더라도 조기에 진단하고 치료받는 것이 좋다.

알레르기 질환은 피부반응검사나 혈액검사를 통해 증상을 유발하는 알레르겐을 찾아 낸 뒤 이에 대한 노출을 피하는 것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밀가루로 인한 두드러기가 있다면 음식에서 밀가루를 빼는 식이다. 하지만 비염이나 천식처럼 호흡기 계통의 알레르기 질환은 공기 중에 포함된 알레르겐을 회피할 수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콧물이나 재채기 같은 증상을 완화해주는 항히스타민제, 알레르기에 의해 활성화되는 체내 세포가 활동하지 못하게 막아주는 항알레르기제 등을 복용하는 약물 치료가 주로 활용된다. 90% 이상의 환자들은 약물 치료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일상생활에 불편함 없이 지낼 수 있을 정도의 증상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항원 물질을 오랜 기간 몸에 조금씩 주입해 자연스럽게 내성을 이끌어내는 면역치료도 사용된다.

대동병원 이비인후과 노영진 과장은 “알레르기 비염을 비롯한 알레르기 질환은 만성적인 맑은 콧물, 코막힘, 발작적인 재채기 등의 증상 여부와 알레르기 검사, 가족력, 주거 환경, 과거 치료력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진단할 수 있다”며 “봄이니까 당연하다는 식으로 넘기는데, 치료시기를 놓치면 축농증이나 중이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증상이 있으면 진단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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