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 시험 경쟁률 43 대 1→9 대 1 ‘뚝’… 5년 새 ‘반의반 토막’
부산시 지방공무원 경쟁률이 5년 새 5분의 1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선발 인원은 다소 늘었지만 지원 인원이 크게 줄었다. 공무원 연금제도 변경 등의 영향 탓인지 공무원 직업 선호도가 예전만 못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7일 부산시에 따르면 올해 부산시 지방공무원 9급 일반행정직 임용시험 경쟁률은 9.3 대 1로 나타났다. 지난달 25일 접수가 마감된 이번 시험에선 833명을 선발하는데 7784명이 응시 원서를 제출했다. 2017년 이후 5년간 부산시 9급 일반행정직 공무원 시험에서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9급 일반행정직은 일반적으로 공무원 직렬 중 선발 인원과 응시자가 가장 많다.
부산시 9급 일반행정직 경쟁률
선발 인원↑, 접수 인원↓탓
비전공생 응시 준 것도 원인
연금 개혁에 따른 메리트 감소
취준생 ‘공무원 선호도’ 하락
부산시 9급 일반행정직 공무원 시험 경쟁률은 2017년 42.9 대 1을 기록한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그렸다. 2018년 31.2 대 1로 전년보다 크게 떨어졌다. 2019년에는 24.3 대 1, 2020년 18.1 대 1, 2021년 16.6 대 1로 하락하다 올해는 아예 10 대 1 아래로 떨어졌다. 국가공무원 9급 일반행정직 시험 경쟁률도 2017년 172.5 대 1에서 2022년 93.9 대 1로 대폭 감소했다.
공무원 시험 경쟁률 하락의 표면적인 원인은 선발 인원이 크게 증가한 반면 지원 인원은 상대적으로 감소했기 때문이다. 2017년 237명이었던 부산시 9급 선발 인원은 2022년 833명으로 약 3.5배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1만 명이 넘었던 접수 인원은 7000명대로 떨어졌다. 5년 새 약 23% 감소한 수치다. 국가직 9급 선발 인원은 같은 기간 243명에서 456명으로 배 가까이 늘었는데, 지원 인원은 1000여 명 늘어나는 데 그쳐 선발 인원 대비 지원자 수가 감소해 경쟁률 하락 현상으로 이어졌다.
부산시 정인국 인사과장은 “육아휴직이나 퇴직에 따른 결원에 대비해 인력을 충분히 충원하도록 조직문화와 제도가 바뀐 영향이 크다”며 “행정 업무 범위가 커지면서 그에 따라 필요한 인력도 크게 늘어났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시험 과목이 수학, 사회, 과학 등 고교 수준의 선택 과목이 폐지되고 행정법총론, 행정학개론 등 직렬별 전문 과목이 필수 과목으로 지정돼 비전공생들의 응시가 다소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2016년 공무원연금 제도가 바뀌면서 납부액 대비 수령액이 줄어 공무원 직업 선호도가 떨어졌다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11월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사회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13~34세 응답자들이 가장 근무하고 싶은 직장으로 꼽은 곳은 대기업이었다. 공무원 근무지에 해당하는 국가기관은 공기업에 이어 3위에 머물렀다. 국가기관이 해당 조사에서 1위 자리에서 밀려난 것은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했던 민 모(34) 씨는 “임금은 낮은데 공무원 연금마저 ‘박살’이 나면서 더 이상 공무원도 안정적인 직업이 아니라고 판단한 친구들이 많았다”며 “악성 민원인에게 시달리는 소식도 주변에서 자주 접하다 보니 굳이 공무원이 될 필요가 있을까 회의적인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금개혁으로 공무원직의 직업적 메리트가 낮아질 수 있겠지만, 확대되는 행정 서비스 수요에 걸맞게 공무원직 지원율이 적정한 수준으로 유지되는 게 중요하다고 본다. 연세대 행정학과 유상엽 교수는 “공직 경쟁률이 낮아진 만큼 우수한 인재들이 민간 영역에 진출해 역량을 펼친다면 국가적으로 손해라고 볼 수는 없다”면서도 “코로나19 이후 시민들이 공공에 요구하는 행정 서비스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공직에서 일하려는 인재들이 지나치게 적어지면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우·손혜림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