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박용 경유 1드럼에 22만 원”… 금어기 전 조업중단 속출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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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사태로 선박용 경유값이 2배 이상 급등하면서 수산업계가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고기를 잡아도 상승한 기름값에 수지가 맞지 않아 조업을 포기하는 어선이 늘고 있다.

10일 대형선망 등 업계에 따르면 이번달 선박용 경유가격은 1드럼(200L)당 22만 원을 돌파했다. 지난달 17만 원 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5만 원 이상 오른 가격이다. 지난해와 비교해보면 경유가격은 배 이상 올랐다. 지난해 3월에는 드럼 당 판매 단가가 10만 원 대였으나, 올해 3월은 17만 원까지 올랐다. 지난해 4월에는 11만 원 대였지만 올해 4월은 22만 원까지 올랐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선박용 경유는 8만 원대가 보통이고, 많아 봐야 11만 원이 고작이었다”며 “20만 원대까지 오른 건 2008년 이후 처음 본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유륫값 급등
지난해보다 배 이상 올라 ‘울상’
선단 6척 운행 대형선망 부담 커
조업 조기중단 고려 선단 늘어나
“고기잡이 나가는 게 더 손해”

어업 면세유 가격은 국제 유가 변동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시장에서 경유가격이 휘발유가격을 앞지르고 있다. 미국과 영국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수입을 금지하고 러시아가 유럽에 대한 에너지 공급 중단으로 맞서며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는 탓이다.

이 같은 추세는 조업을 하는 선박들이 공급받는 면세유에서도 이어진다. 특히, 대형선망의 경우 한번에 6척을 운행해야 해 유류비 부담이 타 업종에 비해 크다. 대형선망의 경우 본선 1척, 운반석 3척, 등선 2척 등 총 6척이 대규로모 한 번에 움직여야 한다. 선단별로 차이는 있지만, 지난 어기(2020년 7월~2021년 4월)에 대형선망은 1만 6000~2만 드럼을 사용했고, 총 유류비는 최소 14억 원에서 최대 17억 원이 쓰였다. 하지만 올해 유류비는 경유값 상승으로 지난 어기 대비 2배가 될 것으로 업계는 예측하고 있다.

조업을 나가기 위해선 일정 인력을 무조건 배에 태워야 해 인건비도 아낄 수 없다. 이 때문에 이번달 말부터 시작되는 금어기를 앞두고 조업을 나가는 것이 오히려 손해인 경우가 많아 일찍 조업 중단을 고려하는 선단들도 늘고 있다. 이미 대형선망 소속 선단 한 곳은 조업을 중단한 상태다. 한 선사 관계자는 “경유값이 계속 오르는 중이어서 이 추세라면 고기잡이를 나가는 게 더 손해인 상황”이라며 “조업을 포기하는 어선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대형선망 뿐 아니라 다른 업종도 먼 바다로 나가 조업을 하고 어획물 운반선을 운용해야 해 유류비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트롤 어업 관계자도 “그래도 다행인 점은 지금이 성어기가 아니라는 것이지만, 금어기를 앞두고 그냥 빨리 조업을 접는게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며 “자원량이 갈수록 줄어 드는데다 CPTPP(포괄적·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로 면세유 마저 없어질까 두렵다”고 호소했다.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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