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 헬기’ 동체 침몰 막는 안전장치에 문제 있었나?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해경이 제주도 마라도 해상에 추락해 4명의 사상자를 낸 헬기 동체를 이송해 사고 원인 분석을 시작한다. 전문가들은 사고 당시 헬기를 물에 뜨도록 하는 안전장치가 제 기능을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13일 남해해양경찰청에 따르면 해경은 이날 오전 사고 원인을 본격적으로 조사하기 위해 헬기 동체를 사하구 해양경찰정비창으로 옮겼다. 지난 8일 추락 이후 지난 10일 인양된 사고 헬기는 전날 부산 영도구 부산해양경찰서 전용부두에 도착했다.

항공 전문가, 비상부유장치 지목
기능 제대로 못했을 가능성 지적
블랙박스 분석 최소 한 달 소요

해경은 헬기 블랙박스를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에 의뢰해 정밀 분석하는 등 추락 당시 상황과 사고 원인을 조사할 계획이다. 해경에 따르면 블랙박스 분석에는 최소 한 달이 걸린다. 침수된 시간과 파손도 등에 따라 1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도 있다.

전문가들은 추락 당시 헬기의 비상부유장치가 작동했더라도 제대로 기능하지 못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비상부유장치는 헬기가 강이나 바다 위로 불시착하는 경우 펼쳐져 동체를 물 위에 뜨도록 해 침몰을 막는 안전장치다. 제기능을 한다면 탑승자 구조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

사고가 난 S-92 헬기에는 비상부유장치가 동체의 양쪽과 후방에 총 3개 설치돼있었다. 비상부유장치는 충격 등 작동 조건이 감지되면 고압가스가 유입되면서 자동으로 펴진다. 조종사가 수동으로 작동할 수도 있다.

한국교통대학교 항공운항학과 이근영 교수는 “헬기가 수평을 잃고 추락하는 경우 비상부유장치 일부가 펴져도 제 기능을 하기 어렵다”며 “특히 수평이 무너지는 과정에서 헬기 날개에 닿아 장치가 찢어졌을 확률도 높다”고 말했다.

경남도립남해대학 항공정비학부 최백호 교수도 “수평이 아닌 상태로 바다 위로 떨어졌다면 헬기에 충격이 가해지면서 발생한 파편들이 장치를 손상시켰을 가능성도 있다”며 “장치가 제대로 기능했다면 탑승자들이 탈출하거나 구조될 때까지 무사히 버틸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해경에 따르면 사고 헬기는 지난 9일 오전 수심 58m 해저에서 발견 당시 바닥에 뒤집힌 상태였다. 추락하는 과정에서 수평을 잃고 뒤집힌 채 바닷속에 가라앉았거나 수직으로 추락한 뒤 가라앉는 과정에서 무게중심으로 인해 뒤집혔을 가능성이 있다.

해경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달 6일까지 보고된 S-92 헬기 결함 28건 중에 비상부유장치 결함은 포함되지 않았다. 해경은 1년에 한 번 정기적으로 비상부유장치를 정비했고, 가장 최근 정비는 지난해 9월 이뤄졌다.

해경 관계자는 “앞으로 조사 과정에서 비상부유장치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 여부 등도 확인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해경은 헬기를 조종한 기장 최 모 경감과 순직한 부기장 정두환 경감 모두 이번 사고 이전에는 사고 이력이 없다고 밝혔다. 손혜림·김동우 기자 friend@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