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윤·안 공동정부 파열음, 겉도는 대국민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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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14일 고용노동부 장관 후보자로 이정식 전 노사발전재단 사무총장,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로 정황근 전 농촌진흥청장을 발탁했다. 안철수 대통령직인수위원장 측 인사는 이날 발표에서도 배제됐다. 당초 안 위원장은 윤 당선인에게 행정안전부 장관 등 4명 이상의 장관 후보자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모두 세 차례에 걸친 조각을 통해 18개 부처의 장관 인선이 마무리됐지만, 세간의 관심을 끌었던 소위 ‘안철수계 사람’의 새 정부 내각 합류는 결국 성사되지 못했다. 이로써 윤·안 양측이 대통령 선거 당시 약속했던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의 공동정부 구상이 출범하기도 전에 좌초 위기를 맞았다.

새 장관 후보에 ‘안철수계 인사’ 배제
대선 때 내걸었던 국민통합 기치 무색

파열음은 지난 11일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의 인수위 탈퇴 선언으로 본격 터져 나왔다. 안 위원장도 “전문성 있는 분야에 조언을 드리고 싶었지만 그런 과정이 없었다”며 불만을 토로한 뒤 14일 공식 일정을 전격 취소함으로써 윤 당선인과의 갈등을 시사했다. 윤·안 두 사람은 지난달 3일 ‘인수위 단계부터 정부 구성까지 협의하겠다’는 단일화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는데, 그 직전 심야 회동에서 윤 당선인은 안 위원장에게 “종이 쪼가리 말고 날 믿어 달라”며 단일화를 설득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안 위원장으로선 윤 당선인이 식언한 것으로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공동정부는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평가가 그래서 나온다.

이처럼 공동정부 균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도 윤 당선인은 자신에게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내각 인선으로 불거진 논란과 관련해 그는 “인사 원칙에 부합하면 어느 계도 상관없다. 거기에 부합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로지 능력을 보고 뽑았지 특정 계파에 구애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안 위원장 측의 불만 표출에 대해서도 윤 당선인은 “충분히 설명드렸고 본인이 불쾌하거나 이런 건 전혀 없으신 걸로 안다. 본인이 속으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알 수 없지만, (안 위원장의 행보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잘못은 자신이 아니라 안 위원장에 있음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발표된 장관 후보자들의 면면을 보면 윤 당선인의 그런 주장에는 선뜻 고개가 끄덕여지지 않는다. 널리 인재를 등용했다기보다는 자신과 가까운 사람 중심으로 편협한 내각을 꾸렸다는 인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재오 국민의힘 상임고문조차 “나도 같은 편이지만 인사를 그렇게 하면 안 된다”고 탄식할 정도다. 무엇보다 국민 앞에서 스스로 약속한 안 위원장과의 공동정부 전망을 흔들리게 한 점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윤 당선인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소통과 협치에 바탕을 둔 국민통합을 기치로 내걸어 당선됐다. 그런데 공동정부 약속도 지키지 못하면서 어떻게 국민통합을 이루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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