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진국 함정’에 빠지나… 기로에 선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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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중국/스콧 로젤·내털리 헬

1980년대 이후 30여 년간 중국은 엄청난 인구와 낮은 임금을 앞세워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뤘다. 세계적 기업은 물론, 중국 국내 기업들의 공장이 곳곳에 들어서고 전국의 노동자들이 몰려들었다. 이들의 임금이 상승하면서 소비력이 커졌고, 건설, 서비스, 공산품에 대한 수요가 급상승했다. 이는 중국의 경제를 지속적으로 성장시키는 선순환을 창출했다.

하지만 이러한 성장의 선순환은 영원히 지속될 수 없었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오르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기업들은 더 싼 노동력을 찾아 다른 나라로 옮겨 가거나 로봇 등의 자동화 시스템을 갖추기 시작했고, 더는 저숙련 노동자들을 찾지 않게 되었다. 이들 노동자가 새로운 일자리를 얻지 못하고 기업의 외면을 받게 된 것은, 중국 정부가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다.

거주지 통제·도시-농촌 간 극심한 불평등
중국 고소득 국가 올라서는 데 걸림돌 지적

은 중국이 ‘중진국 함정’을 피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한다. 40년간 중국의 교육, 경제, 농업을 기반으로 다양한 연구를 한 스콧 로젤 스탠퍼드대학 선임연구원, 작가이자 연구자인 내털리 헬은 중국이 사회구조적 모순을 해결하지 못하면 ‘중진국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진단한다.

이들은 중국이 고소득 국가로 올라서는 데 걸림돌이 되는 것은 도시-농촌의 극심한 불평등이며, 여기에는 국민에게 도시 또는 농촌 신분을 배정하고 거주지 이전을 통제하는 ‘후커우(주거지 등록) 제도’가 가장 큰 원인이 되었다고 지적한다. 후커우 제도는 도시와 농촌의 교육과 보건 등 여러 분야에 걸쳐 거대한 격차를 만들어냈고, 이는 중국의 지속적 성장을 위협할 주요한 사회문제를 양산하고 있다.

이 책은 단순히 중국 대다수 노동인구가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것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지적한다. 교육의 질에도 차이가 크다고 한다. 많은 농촌의 학생들이 교육의 질이 낮은 직업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농촌 초등학생의 학업 성취도는 도시 학생들보다 크게 뒤처진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농촌의 많은 학생이 빈곤 문제에 더해 인지 능력의 상대적 부족으로 고등학교에 진학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3세 미만 어린이의 75%가 농촌에서 태어나 성장하는 현실에서, 중국의 미래 노동력과 경제에 큰 우려를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한다.

저자들은 후커우 제도 때문에 도시-농촌 격차는 더욱 커지고, 갈등도 증폭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중국의 문제는 중국의 문제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전 세계에 정치적·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

중국의 공급망이 무너지면 전 세계적으로 물가상승이 일어날 것이고, 중국 경기가 안 좋아지면 세계적 기업들은 수많은 고객을 잃게 될 것이다.

이 책은 오랫동안 직접 중국을 경험하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생생한 취재를 바탕으로 중국의 오늘을 예리하게 파헤친다. 스콧 로젤·내털리 헬 지음/박민희 옮김/롤러코스터/356쪽/1만 8000원. 천영철 기자 cy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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