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징검다리] ‘컨테이너 집’에 사는 윤기 할아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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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와 접한 자갈 위에 컨테이너가 하나 있습니다. 곧 허물어질 듯 위태로워 보입니다. 주변엔 버려진 생선과 고기들이 흩어져 있고, 생선 썩는 냄새가 코를 찌릅니다. 그 잔해 위에 까마귀가 날아다니는 모습은 으스스한 느낌까지 듭니다. 이곳이 80세를 바라보는 윤기 할아버지의 생활 터전입니다. 화장실도 없는 컨테이너에서 살게 된 지 어느덧 이십 년 가까이 됐습니다.

가난한 환경 탓에 할아버지는 열여덟에 기술을 배우러 무작정 부산으로 왔습니다. 바닥에서 시작했지만 열심히 살았습니다. 영도에서 목조 선박을 고치는 기술을 익혔고, 중년에는 직원을 서넛 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기도 했습니다. 가정도 꾸렸습니다. 하지만 목조 선박이 사양화되면서 사업체는 문을 닫았습니다. 젊음을 바쳐 배운 기술도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목조 선박 개조업 사양화로
사업체 문닫고 빚만 잔뜩 안아
팔십 노구 쉴 단칸방이 소원

이미 고령이 된 할아버지는 다시 일어서기에 한계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사업체를 운영하면서 진 빚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힘들었습니다. 결국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졌고, 홀로 남겨진 할아버지는 갈 곳이 없어 과거 작업장으로 사용했던 이곳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좁은 나무다리를 건너야 합니다. 화장실을 가려면 가파른 사다리를 타고 넘어야 합니다. 80세에 가까운 할아버지의 삶은 매 순간이 위태로움의 연속입니다. 할아버지는 이렇게 위험한 공간이라도 있어 감사하다고 합니다. 다른 선택지가 없기에, 지금의 환경이 최선이라고 체념하신 듯합니다.

윤기 할아버지는 매일 불편한 몸을 움직이며, 온종일 폐지를 모읍니다. 하지만 폐지 수집으로 번 돈과 기초연금으로는 심장질환과 천식, 관절치료비로 쓰기에도 빠듯합니다. 최근에는 폐지 수집도 어려워져 치료를 그만두었습니다.

소원을 여쭤보니 할아버지는 “몸이 아프니까, 누울 수 있는 단칸방이 하나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답합니다. 그러면서 화장실이 밖에 있어도 괜찮고, 따뜻한 물까지 나온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고 합니다. 더 욕심을 부려보라는 말에 “그럼 너무 아플 때만이라도 병원에 갈 수 있으면 좋겠지요”라며 미안한 미소를 짓습니다. 우리에겐 당연한 일상이, 할아버지에겐 욕심을 부려야만 겨우 도달할 수 있는 먼 세계의 일인가 봅니다.

창밖으로 벚꽃이 만개하고, 따뜻한 바람이 살랑거립니다. 할아버지가 이 봄을 만끽할 수 있다면 얼마나 큰 함박웃음을 지을지 상상해 봅니다. 윤기 할아버지에게 따뜻한 봄기운이 전해질 수 있도록, 여러분의 응원을 부탁드립니다.



△강서구청 생활지원과 신혜영

△계좌번호 부산은행 315-13-000016-3 부산공동모금회 051-790-1400, 051-790-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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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렇게 됐습니다-지난 1일 자 승철 씨 사연
지난 1일 자 승철 씨 사연에 69명의 후원자가 239만 3260원을, 특별후원 BNK 부산은행 공감 클릭을 통해 100만 원을 모아주셨습니다. 후원금은 따뜻한 보금자리를 위한 보증금, 세간살이 마련에 사용할 예정입니다. 여태껏 혼자라고 생각했지만 여러분들의 응원에 힘을 얻은 승철 씨는 어떤 역경에도 다시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살겠다고 다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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