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안정’ 택한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연임 성공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결선 투표에서 극우 성향 마린 르펜 국민연합(RN) 후보를 누르고 연임에 성공했다. 프랑스인들이 ‘반이민 민족주의’보다 ‘유럽의 안정’을 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크롱 대통령은 프랑스 역대 최연소 대통령(2017년, 39세)이라는 기록을 세운 데 이어 20년 만에 재선에 성공한 대통령이라는 타이틀까지 갖게 됐다.
결선투표서 득표율 58.54%
20년 만에 첫 재선 성공 사례
극우 성향 르펜도 41%대 획득
6월 총선 따라 연립 정부 가능성
연금·세제 개혁 성패도 달려
■“모두를 위한 대통령 될 것”
25일(현지시간) 프랑스 내무부는 개표를 완료한 결과 24일 치러진 대통령 선거 결선투표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득표율은 58.54%, 르펜 후보는 41.46%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두 후보는 2017년 5월 대선에서도 결선 투표에서 맞붙어 당시 마크롱 대통령이 득표율 32.2%포인트 차로 승리했다. 이번 결선 투표에서 득표율 차는 17.08%포인트로 5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어들었다.
르펜 후보의 득표율은 역대 극우 성향 후보 중 가장 높았다. 이에 따라 마크롱 대통령은 24일 밤 당선 수락 연설에서 “많은 국민이 극우에 투표하도록 만든 분노와 여론 분열 대한 해답을 찾아야 한다. 이는 내 책임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선거는 끝났으며 모두를 위한 대통령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프랑스 대선에서 현 대통령이 승리한 것은 자크 시라크(2002년) 이후 20년 만이다. 결선 투표율은 71.99%로 집계돼 프랑스 제5공화국 초대 대통령인 샤를 드골이 재선에 도전했던 1969년 68.9% 이후 53년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마크롱 재선에 유럽 안도
영국 BBC방송은 마크롱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유럽 지도자들을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모습이라고 25일 보도했다. 유럽연합(EU)의 영향력을 축소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서 프랑스의 역할을 줄이겠다는 공약을 내건 르펜 후보가 승리할 경우 국제 정세에 지각 변동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우리는 함께 프랑스와 유럽을 전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은 트위터를 통해 “브라보 에마뉘엘”이라며 “이 혼란한 시기에 우리는 단단한 유럽 그리고 한층 전략적인 EU에 완전히 헌신하는 프랑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와는 첫 통화를 했다. 엘리제궁은 성명을 내고 “숄츠 총리가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축하를 했다”며 “대통령이 (승리한 뒤)받은 첫 통화”라며 “프랑스와 독일 간 우정”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2010년 유럽재정위기 이후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등으로 표면화된 ‘유럽 회의주의’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겪으며 ‘친유럽주의’로 바뀌고 있다는 점은 마크롱 대통령의 재선 성공과도 관련이 깊다. 마크롱 대통령은 대표적인 ‘친유럽 중도주의’다.
■극우 지지 역대 최대, 도전 직면
그러나 AFP통신은 대선에서 극우 후보가 이토록 당선에 근접했던 적은 사상 처음이라면서 마크롱 대통령은 6월 총선을 시작으로 두 번째 임기동안 여러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고 짚었다. 다가오는 총선에서 마크롱 대통령의 전진하는공화국(LREM)이 과반 의석을 차지하지 못하면 연립정부, 심하면 동거정부까지 고려해야 할 수 있다. 중도 성향인 탓에 좌우 진영에서 모두 공격받곤 하는 마크롱 대통령이 두번째 임기에서 추진하려는 연금, 세제 등 개혁 정책의 성패는 당장 6월 총선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마크롱 대통령을 상대로 연거푸 고배를 마신 르펜 후보는 24일 저녁 득표율 추정치가 나온 후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득표율(추정치)이 43%가 넘는다는 사실 자체로 눈부신 승리“라고 자평했다. 르펜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극우 이미지를 희석하고 ‘민생 공약’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마크롱 후보를 추격했다. 그럼에도 르펜 후보는 마지막 토론에서 공공장소에서 무슬림의 히잡 착용을 금지하겠다고 밝히는 등 ‘반이민’ 색깔을 분명히 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