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코드 부산] 그 시절 영화관엔 다 그림 간판이 걸려있었지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지금은 사라진 부산 추억의 장소를 다시 기록하는 ‘레코드 부산’. 그때 그 사람을 만나, 추억의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극장마다 영화 그림 간판이 걸려있던 시절 기억하시나요?

1990년대까지만 해도 극장가에서는 그림 간판을 쉽게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극장에는 간판을 그리는 '간판장이'들도 있었죠.

그림 간판 자리를 컴퓨터 그래픽이 대체하면서, 영화 그림 간판의 시대는 막을 내렸습니다. 부산에서는 부산극장이 2003년까지 그림 간판을 내걸었지만, 결국 컴퓨터 그래픽에 자리를 내어줍니다.

레코드 부산 네 번째는 부산의 마지막 간판장이 권오경 씨와 함께하는 추억의 극장 이야기입니다.

1978년 처음 간판 붓을 잡은 그는 남포동 극장가의 그림 간판을 보면서 운명 같은 끌림을 느꼈는데요. 그림을 배우고 싶은 생각에 무작정 왕자극장을 찾아가면서, 극장과 첫 인연을 맺게 됩니다. 실력을 쌓은 그는 제일극장, 삼성극장 등 부산의 여러 극장을 거쳐서 부산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부산극장에 들어갑니다. 처음엔 차석으로 들어갔지만, 실력을 인정받아 이후엔 미술부장 자리를 물려받게 됩니다.

영화 홍보 수단이라고는 포스터와 극장 간판, 신문 광고가 전부이던 시절. 간판은 극장 앞에 선 손님들을 안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는데요. 이 때문에 극장주들은 더 눈에 띄는 간판을 원했다고 합니다. 극장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터미네이터 눈에 불을 넣거나, 간판을 움직이게 하는 각종 화려한 수법이 등장하기도 했다네요.

그림 간판의 시대는 2000년 초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하나둘씩 생겨나면서 점차 막을 내리기 시작하는데요. 상영관이 하나밖에 없던 단관 극장에서는 그림 간판이 가능했지만, 상영관이 늘어나면서 그림으로 다 그려낸다는 것이 불가능해졌습니다. 게다가 컴퓨터 그래픽이 발달하면서 굳이 그림으로 그릴 필요가 없게 됐죠. 권 씨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2003년을 끝으로 붓을 내려놓게 됐습니다.

그는 지금이라도 영화 간판 의뢰가 온다면 작업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내비쳤는데요. 20년 넘도록 수천 개 넘는 간판을 그려온 터라 '몸에 뱄다'고 표현하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상상하기 어려운, 그 시절의 극장 이야기. 영상으로 만나보시죠.

*'레코드 부산'은 <부산일보> 유튜브 채널에서도 만날 수 있습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출연=남형욱·서유리 기자

그래픽=이지민 에디터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 남형욱 기자 thoth@busan.com ,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