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 체크] 부산, ‘기름 대란’ 가능성 극히 낮다
주유소마다 최대 한 달 유류 재고 비축
정유도시 울산과 근접 지리적 이점도
부산에도 주유소에 기름이 텅텅 비는 기름대란이 찾아올까?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이하 화물연대)의 총파업이 엿새째 접어들었다. 시멘트 재고 부족으로 신음하는 레미콘 업체에 이어 주유소를 바라보는 시민의 시선에도 불안감은 감돈다.
흔히 ‘탱크로리’라고 불리는 정유업체의 유조차 운전사 상당수가 화물연대 조합원으로 파업에 동참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탓이다.
실제로 29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4대 정유사 운송사업자를 기준으로 파업 참여율은 70% 선에 달한다. 올해 초 있었던 파업 당시 20%도 안 되던 참여율이 3배 이상 늘었다.
국토부에서는 이 같은 정유사 운송사업자 참여율이 폭증한 원인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물류산업과 측은 “내용은 전해 들었지만 우리도 원인은 알지 못한다”고 “화물연대에서 탱크로리를 상대로 PR 활동을 열심히 한 결과로 안다”고 답했다.
그러나 당장 현재까지의 정황만 놓고 보면 부산의 기름대란은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분석이다.
부산에서는 일반적으로 3000~5000드럼 수준의 유류 비축이 가능한 주유소를 대형으로 친다. 가장 많은 수가 1000드럼 안팎의 중소형 주유소다. 앞서 부산시주유소협회는 파업 이틀 시내 전 주유소마다 일제히 공문을 발송했다. 파업을 대비해 유류 재고 관리에 유의할 것을 당부한 것이다.
일단 주유소마다 1000드럼 안팎으로 재고를 비축했고, 평상시보다 여유가 있어 길게는 한 달 가까이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시내 한 주유소 대표는 “일주일에서 보름에 한 번씩 탱크로리를 통해 유류 납품을 받는데 이 간격이 길어지면 어려움에 봉착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부산에서 운영 중인 탱크로리는 260여 대 수준. 주유소를 2~3개 운영하는 법인이 아닌 이상 자체 탱크로리를 보유한 업소는 없다. 대부분 파업 참여 가능성이 높은 개인 사업자라는 이야기다.
탱크로리 조합원의 부문별 파업 참여율은 나오고 있지 않다.
하지만 화물연대 부산본부 등 파업 참여자의 규모는 전체 조합원 수 2400여 명 대비 5분의 1인 500여 명 선이라는 게 일반적인 추산이다. 당장 탱크로리 운행이 멈춰 유류 공급 차질을 염려할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의미다.
거기다 부산은 동남권 최대 정유공장 집결지인 울산을 배후에 두고 있다.
화물연대가 진을 친 부산항에 물량이 쏠리는 시멘트와 달리 개별 공장마다 물량 공급이 가능하고 일부 차질이 있더라도 곧바로 회복이 가능한 여건이다.
부산시주유소협회 노경택 사무국장은 “개별 주유소에서 피해가 발생하면 보고하도록 조치했지만, 현재까지는 유류 공급 차질이나 판매가 불가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고 있다”며 “울산에서 실어 오는 물량도 정상적으로 시내 주유소에 공급되고 있다”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