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희와 함께 읽는 우리 시대 문화풍경] 문화예술교육과 지역의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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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 강사

7일 열린 ‘2022년 영도 풀뿌리 문화예술 교육포럼’. 7일 열린 ‘2022년 영도 풀뿌리 문화예술 교육포럼’.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문화예술교육은 기능 중심의 예술교육이나 교양교육으로 여겨졌다. 2005년 문화예술교육지원법 제정으로 누구나 문화예술을 향유하고 문화예술을 통해 창조력을 함양하는 것을 목표로 했다. 기존의 문화예술진흥법에 따른 문화예술지원체계가 예술가와 예술단체, 즉 공급자 중심이었다면, 향유자 중심으로 옮겨간 셈이다. 이후 문화기본법(2013), 지역문화진흥법(2014), 국민여가활성화기본법(2015)이 잇달아 제정되면서 개인의 내적 성장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방향으로 나아갔다.

문화예술교육은 미적 체험과 표현, 창의성 및 감성계발이라는 전통적 가치에서 나아가 인간과 사회에 대한 성찰, 다양성의 이해와 포용, 소통능력의 배양, 지역과 공동체에 대한 재인식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기술혁명과 사회변화, 코로나19 팬데믹 경험 속에서 문화예술교육은 또다시 새로운 변곡점에 섰다. 불안과 불확실성의 시대에 공감과 치유, 회복탄력성, 창조적 역량 계발이 문화예술교육의 핵심 가치로 떠올랐다. 또한 자치분권과 행정의 지방이양을 강조하는 정책 기조에 따라 일상성과 자치성, 지역성을 더욱 강조하게 되었다.

문화예술교육의 지역화는 묵은 과제인데도 여전히 화두다. 기초단위 문화예술교육에는 지역민의 삶과 지역 현안이 공존한다. 이제 문화예술교육은 독립적인 영역이라기보다는 생활문화, 평생교육, 사회복지, 도시재생과 중층적으로 얽혀있다. 문화도시로 선정된 영도의 풀뿌리 문화예술교육은 이러한 변화를 오롯이 담지한 사례다. 2020년부터 숱한 라운드테이블을 통해 지역 환경을 분석하고 도시의제를 도출했다. 이를 실천하는 데는 행정기관과 마을공동체, 교육기관과 학부모단체 등이 함께해야 한다. 이들이 모두 지역 문화예술교육의 실질적 주체인 까닭이다. 지난 7일 ‘영도 풀뿌리 문화예술교육 포럼’에는 구청과 구의회, 주민과 아동센터, 교육청과 학교, 문화예술교육 종사자 등 다양한 지역주체들이 참석했다. 3시간에 이르는데도 자리를 뜨는 이가 없을 만큼 열정으로 넘쳐났다.

문화예술교육은 예술을 ‘위한’ 교육이나 예술을 ‘통한’ 교육이 아니다. 지역민의 문화향유권 확대나 예술활동 증진과 연관하여 기계적으로 이해하는 것도 곤란하다. 이제 문화예술교육은 문화, 예술, 교육이라는 단선적인 차원에서 벗어나 독특한 의미와 범주를 지닌 새로운 장(field)이 되었다. 예술로 교육을 실천하고 교육을 예술적으로 고민하면서 지역의 미래를 상상하는 영도의 고민이 이를 잘 보여준다. 지역에서, 건강하고 행복하게, 창의적으로 사유하며, 이웃과 더불어 사는 방법을 모색하는 담론 생성과 문화적 실천이 아닌가. 지역과 사람이 함께 살아남는 힘이다. 영도의 깊고 푸른 물빛을 품은 만월이 봉래산 자락에 가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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