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 창업 가능성 무궁무진 인재 모여들 환경을 만들어야”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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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인 싱가포르국립대 초빙교수

지역 벤처 도전적 마인드 필요
투자자는 힘들 때 큰 ‘보석’ 찾아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가인 이인 싱가포르국립대 초빙 교수가 9일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지훈 기자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투자가인 이인 싱가포르국립대 초빙 교수가 9일 <부산일보>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지훈 기자

"부산은 창업에 매력적인 도시로, 지역의 독보적인 장점을 살리면 강력한 창업 생태계를 만들 수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의 벤처 투자자로 활동한 이인 싱가포르국립대 초빙 교수는 부산의 벤처·창업 시장이 가진 잠재력을 이같이 진단했다.

최근 신간 '무빙'을 출간하고 한국을 찾은 이인 교수는 9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부산은 아름다운 미항과 해양·관광자원을 가졌을 뿐만 아니라 지역민의 친절한 성품과 자부심 등 소프트웨어도 강하다"며 "나만의 강점을 부각하고, 인재들이 모여들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인 교수는 30년 넘게 미국 실리콘밸리와 시애틀에서 벤처 투자자이자 사업 전략가로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싱가포르국립대에서 창업을 꿈꾸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일도 병행한다. 1980년 대기업 '상사맨'이라는 안정적인 직장을 그만둔 이인 교수는 미국으로 건너가 통신자재회사에서 근무했다. 이후 무역회사를 운영하다 벤처산업에 시선을 돌려 실리콘밸리에서 활동했다. 첫 투자기업인 반도체 회사 사이릭스를 나스닥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한 것을 시작으로 총 7개의 기업을 나스닥에 상장하고, 100개 넘는 기업의 인수합병(M&A)를 성사시켰다.

이인 교수는 부산과 더불어 한국의 벤처 생태계 전반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대표적인 창업국가인 이스라엘과 같이 사회 전체에 창업 열기가 뜨겁다"며 "콘텐츠 산업과 바이오와 아이디어상품에 강하고, 소프트웨어 분야의 발전속도도 빠르다"며 "특히 콘텐츠 산업은 패션, 코스매틱, 관광산업으로 시너지가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또 부산의 창업 생태계 육성에 대해서도 "멋진 건물을 지어 올리는 하드웨어적 투자는 한계가 있다"며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 지역의 학교와 기업이 노하우와 기술을 다 열어놓고 응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이어 "지역의 모든 기업이 도전적이고 개방적인 벤처형 마인드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고환율·고금리·고물가 등으로 벤처투자시장이 빠르게 얼어붙으며 돈줄이 막힌 벤처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이인 교수는 준비된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금융산업에는 주기가 있다. 지금의 침체기는 2, 3년 전부터 예상된 것"이라며 "벤처투자자는 경기가 나빠도 늘 투자할 곳을 찾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자 침체기에는 빛나는 보석같은 기업이 살아남는 시기다. 투자자도 그럼 기업을 찾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옥석가리기를 할 수 있는 지금이 잠재력이 큰 기업이 투자받기 좋은 시기다. 잘 준비된 벤처기업이라면 굽히지 말고 밀고나가야 한다. 그게 벤처"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인 교수는 자신의 저서에서 소개한 실리콘밸리의 전설적 투자자 돈 발렌타인과의 인연을 소개하며 벤처기업가의 인성과 책임감도 강조했다. 이 교수는 "돈 발렌타인과 같은 세계적 기업가는 단순이 돈을 버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 일자리와 산업 생태계를 만들어 사회와 나라에 기여하는 것으로 중요하게 여겼다"며 "나 역시 투자할 때 인성과 진실성을 먼저 본다. 벤처기업인들이 돈 발렌타인과 같은 사람의 생각을 닮아야 한다"고 말했다.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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