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 참사 유가족, 잇단 막말에 ‘분통’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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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돌려줄테니 내 아이 살려내라"
창원시의회서 김미나 의원 규탄
명예훼손·모욕 혐의 경찰에 고소
"통합 막는 표현, 근절 대책을"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1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시의회 입구에서 '이태원 참사 막말 김미나 시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미나 의원은 최근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막말을 개인 페이스북에 올려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이 15일 경남 창원시 성산구 창원시의회 입구에서 '이태원 참사 막말 김미나 시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미나 의원은 최근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에 대한 막말을 개인 페이스북에 올려 전 국민의 공분을 샀다. 연합뉴스


이태원 참사 막말로 논란이 된 국민의힘 김미나(53·비례) 창원시의원이 결국 유가족들을 울렸다. 정치적 편향성과 세대 간 갈등이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반감으로 변질됐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사회 통합을 저해하는 막말 파동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 등은 15일 오전 11시 경남 창원시의회를 찾아 김 의원 규탄 기자회견을 열었다. 한 유족은 김미나 의원을 향해 “저는 자식 죽고, 팔자 고치려는 것도 없었다. 그 사람(김 의원)은 ‘분’이 아니다. 어떤 머리를 갖고 그렇게 얘기했는지 모르겠지만 인간 이하의 인간이다. 인간 취급도 하기 싫다”고 비판했다.

다른 유족은“자식 팔아서 장사를 한다니요. 나라에서 위로금이랍시고 2000만 원, 우리 애들 1년 연봉도 안 됩니다. 2000만 원 저도 있습니다. 다시 돌려주고 내 새끼 살려주십시오. 얼마나 예쁜 아이들인데…”이라며 눈물을 훔쳤다. 또 다른 유가족도 “뭐 눈에는 뭐 밖에 안 보인다. 본인은 그렇게 되면 시체팔이 하실 건가 보죠”라며 “우리도 똑같은 국민이고 똑같은 엄마, 아버지, 할머니, 이모 아닙니까”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번 기자회견에 이태원 참사 유가족은 5명 참여했다. 이들은 창원시의회에 항의서한을 전달하고 김 의원을 명예훼손과 모욕 혐의로 창원중부경찰서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고소장에는 부모와 친척 등 유가족 238명의 이름이 올라있다. 박미혜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경남지부장은 “고소 내용은 설명할 필요가 없다. 본인의 정치적 의도로 불법을 감행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너무 뻔뻔하다”고 질타했다.

김 의원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우려먹기_장인들’ ‘자식팔아_장사한단 소리_나온다’ ‘나라 구하다_죽었나’ ‘#시체팔이 족속들’ ‘지 새X를 두 번 죽이는 저런 무지몽매한 애X가 다 있나?’ 등을 게재했다.

김 의원의 SNS 글 외에도 온라인상에서는 비슷한 혐오 감정을 드러낸 글이 상당히 퍼져 있다. 실제 김 의원 관련 기사에는 오히려 “유가족들 챙길 거 다 챙겨라”, “세월호 2편 만들지 마라” 등 희생자와 유가족을 조롱하고 혐오하는 댓글이 적잖게 발견된다. 앞서 윤석열 대통령 멘토 의혹이 불거진 천공 스승의 경우 “이태원 참사로 큰 기회가 온 것”이라고 발언해 문제가 됐으며, 또다른 유튜버는 “(희생자들이) 자발적으로 그 장소에 갔다”고 말해 비판을 받기도 했다.

대체로 이태원 참사의 유가족들에게 반감을 드러내는 발언들은 희생자들의 책임 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태원 참사가 정치권 쟁점이 되다 보니, 정치적 입장에 따라 유가족들을 상대 진영으로 설정해 일방적으로 부정적인 결론을 내린 것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핼러윈 문화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 등이 유가족들과의 정서적 공감을 저해하고 오히려 반감을 키웠을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부산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임영호 교수는 지금 한국 사회를 두고 ‘심각할 정도로 균열된 사회’라고 평했다. 임 교수는 “대형 참사마저 정파화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낮게는 구의원부터 대통령에 이르기까지 자신의 정파성에 맞춰 막말을 쏟아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실수보다는 주목도를 높이기 위한 의도된 막말로도 보여지는데, 의도된 막말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창원시의회는 김 의원에 대한 의회 차원의 징계를 추진키로 했다. 창원시의회 더불어민주당 의원단은 이날 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의원의 막말은 의원 윤리 강령과 윤리 실천 규범을 위반한 행위”라고 지적했다. 징계요구서는 이르면 이날 작성해 16일 창원시의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시의회 윤리위원회 징계는 △공개회의에서 경고 △공개회의에서 사과 △30일 이내의 회의 출석 정지 △제명(의원직 박탈) 등이 있다. 징계 안건은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에 과반수 찬성해야 통과된다. 다만 제명의 경우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 강대한 기자 kdh@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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