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영화 생태계 다양성 죽이는 중소영화제 예산 삭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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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 중소영화제 내년 예산 33% ‘싹둑’
세계적 영화 도시 위한 자산 잘 키워야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의 개막식이 지난 7월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렸다. 개막작 '안녕, 시네마천국'의 프로듀서 헤이먼트 초드리와 장다나 프로그래머가 개막작 소개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의 개막식이 지난 7월 8일 영화의전당 하늘연극장에서 열렸다. 개막작 '안녕, 시네마천국'의 프로듀서 헤이먼트 초드리와 장다나 프로그래머가 개막작 소개하고 있다. 부산일보DB

부산에서 열리는 중소영화제들의 내년도 예산이 크게 줄었다. 전체 영화 영상 관련 예산은 조금 늘었으나 중소영화제 예산이 많이 줄어든 것이다. 부산시는 내년에 축제 관련 예산을 10% 줄이면서 불가피하게 중소영화제 예산도 줄였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세계적 영화 도시를 표방하는 시가 예산 논리를 근거로 영화제 예산을 줄이는 게 맞냐는 지적이 나온다. 가뜩이나 적은 예산으로 힘들게 꾸려 가는 중소영화제들은 예산 삭감으로 명맥을 이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 중소영화제들은 작지만 영화 생태계의 다양성 측면에서 의미 있는 작업인데 시 스스로 영화 도시의 위상을 떨어뜨리고 있는 게 아닌지 의문이다.


시가 내년도 예산을 삭감한 중소영화제는 4개.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예산이 5억 원에서 3억 5천만 원, 부산푸드필름페스타 1억 5천만 원에서 1억 원, 부산독립영화제 1억 원에서 5000만 원, 부산평화영화제 3000만 원에서 2000만 원으로 각각 줄었다. 전체 삭감 총액은 크지 않지만 개별 영화제 삭감 비율은 평균 33%로 적지 않은 액수다. 부산독립영화제는 올해에도 적은 예산 때문에 스탭들이 희생하며 5개의 단편 제작을 지원했는데 내년에는 반토막 난 예산 때문에 지원이 어려울 전망이다. 부산국제영화제(BIFF) 예산은 58억 원으로 동결됐고 부산국제단편영화제는 40주년을 맞아 4억 3000만 원에서 4억 5000만 원으로 증액됐다.

영화제 관계자들은 예산 삭감 기준부터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힘든 여건에서도 적은 예산으로 영화 도시 부산의 다양성에 기여해 왔고 나름대로 관객들의 호응도 얻었는데 일방적 예산 삭감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부산독립영화제는 부산에서 만든 영화가 관객과 만나 경쟁하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해당 지역에서 만든 영화로만 영화제를 꾸리는 게 쉽지 않은데 25년간 한차례도 중단하지 않고 이어 오고 있는 영화 도시 부산의 작지만 소중한 자산이다. 부산푸드필름페스타는 음식과 영화를 접목한 새로운 시도로 일부 프로그램이 조기 매진될 정도로 반응이 좋았는데 예산 삭감은 생각도 못했다는 입장이다. 영화제 관계자들은 예산 삭감 배경에 대해 정치적 의도까지 의심하고 있다.

BIFF만 연다고 부산이 세계적 영화 도시가 되는 것은 아니다. BIFF의 성공에도 불구하고 부산은 여전히 축제만 있고 산업은 없는 껍데기 영화 도시라는 평가를 듣는다. 제대로 된 영화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도 영화 제작과 유통 등 산업은 물론 다양한 저변이 필요하다. 중소영화제들은 특성과 규모, 지향하는 가치는 다르지만 부산의 영화 문화를 대표하는 자산이다. 시가 최소한 삭감된 규모만이라도 예산을 다시 확보하기를 바란다. 부산독립영화협회 오민욱 대표의 말처럼 ‘15분 도시’도 중요하지만 ‘15분짜리 영화’를 만드는 일도 영화 도시 부산을 위해 중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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