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바람 맞은 후 피부 가렵고 우둘투둘 올라온다면?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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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불청객 피부질환 ‘한랭 두드러기’
전신 증상 악화되면 쇼크 올 수도
손·발·코·귀 등 말단부위 노출 줄여야
약물 복용 임의 중단 땐 재발 위험

바깥 기온이 뚝 떨어져 실내와 온도 차가 큰 요즘 ‘한랭 두드러기’를 주의해야 한다. 부산대병원 피부과 배경남 교수가 한랭 두드러기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바깥 기온이 뚝 떨어져 실내와 온도 차가 큰 요즘 ‘한랭 두드러기’를 주의해야 한다. 부산대병원 피부과 배경남 교수가 한랭 두드러기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부산대병원 제공

최근 날씨가 영하권으로 뚝 떨어지면서 본격적인 추위가 시작됐다. 찬 바람이 쌩쌩 부는 야외에 있다가 따뜻한 실내로 들어오면 급격한 온도 차 때문에 피부가 자극을 받는다. 빨갛게 부풀어 오르며 두드러기가 생기고 가려움을 일으키기도 한다. 조금 생소하게 들리는 ‘한랭 두드러기’ 때문에 겨울철 일상생활에 불편을 겪는 이들이 주변에 꽤 많다.


■젊은 연령대에서 더 많이 발생

한랭 두드러기는 춥고 차가운 날씨인 한랭 자극에 반응해 발생한다. 정확한 유병률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체 만성 두드러기의 1~3% 정도를 차지한다. 한랭 기후가 두드러진 국가에서는 약 0.05%의 발병률을 보인다. 모든 연령대에서 발생하지만 10~30대의 젊은 층에서 더 많이 발생한다. 남성보다 여성의 발병률이 약간 높은 편이다.

두드러기는 뚜렷한 요인이나 악화 요인이 없는 자발성 두드러기와, 원인이 되는 특정 요인이 있는 유발성 두드러기로 분류할 수 있다. 한랭 두드러기는 아직까지는 기전이 뚜렷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한랭이 악화 요인이 되는 유발성 두드러기라고 할 수 있다.

부산대병원 피부과 배경남 교수는 “대부분 국소적으로 차가운 것에 접촉된 피부에 발생하는 형태를 보이지만, 심부 체온 저하로 증상이 생기는 전신성 한랭 두드러기 형태도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신 증상 악화 땐 쇼크 올 수도

한랭 두드러기의 피부 증상은 한랭 자극에 노출된 후 수 분 내에 발생하며 가려움과 두드러기가 동반된다. 증상은 수 분에서 수 시간까지도 지속된다. 드물게는 한랭 자극에 노출된 지 몇 시간 이후에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심한 경우엔 차가운 음식이나 음료를 섭취한 후 입이나 인두, 후두 부위까지 부어서 호흡·삼킴 곤란이 생기기도 한다. 평균적인 유병 기간은 6년 정도이지만 길게는 20년 이상까지 지속된 사례도 있다. 또한 전신 증상 악화 시에는 아나필락시스 증상에서 볼 수 있는 빈맥, 두통, 천명, 의식상실과 같은 치명적인 양상이 나타날 수 있다.

한랭 두드러기 진단은 어떻게 이뤄질까. 먼저 문진을 통해 한랭 두드러기가 의심되면 한랭 유발검사를 진행한다. 한랭 유발검사는 비닐 주머니에 싼 얼음 조각이나 차가운 물을 5분간 아래팔 안쪽에 얹어 놓았다가 5~10분 후에 두드러기와 홍반 발생 유무를 확인하는 것으로 비교적 간단하게 진행한다. 전신성 한랭 두드러기의 경우 드물게 다른 기저질환이 발견되기도 한다. 자가면역질환, 만성림프구성백혈병, 다발성골수종, 기타 감염성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서 한랭 두드러기가 동반되는 경우가 있다. 유전성이 있을 땐 유전자검사를 통해 변이 유전자를 발견하는 사례도 있다.


■매일 증상 있으면 약물 지속 복용

특별히 한랭 두드러기에 효과적인 약물이 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인 만성 두드러기에 준해 약물을 처방한다. 증상이 매일 혹은 거의 매일 발생한다면 증상이 있을 때만 약물을 복용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복용을 권장한다. 경증인 경우 2세대 경구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며, 1세대 항히스타민제는 졸림 증상이 심하고 다음 날 아침 과진정으로 일상생활이 어려울 수 있어 일반적으로 권하지 않는다. 효과가 없을 땐 복용량을 늘려볼 수 있다. 하지만 가려움은 조절되지만 두드러기와 같은 피부 발진에는 효과가 다소 낮다.

약 30%의 고용량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해도 증상이 낫지 않으면 전신면역조절제인 사이클로스포린(Cyclosporin)이나 오말리주맙(Omalizumab, 항면역글로불린E 항체)과 같은 주사 치료를 시도해 볼 수 있다. 피부과에서 흔히 처방하는 스테로이드는 급성 두드러기나 만성 두드러기 악화 때 10일 내외로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이상의 기간이나 고용량으로 복용하면 부작용의 위험이 있다. 또한 아나필락시스와 같은 쇼크 증상이 발생한 환자는 응급 상황을 대비해 휴대용 자가 주사 에피네프린 키트를 지니고 다니는 것이 도움이 된다.


■손·발·코·귀 저온 노출 피해야

한랭 두드러기의 최우선 예방법은 한랭 자극을 피하는 것이다. 겨울철 실내 온도는 18~20도 정도로, 습도는 40% 정도로 유지하는 게 좋다. 두드러기뿐만 아니라 한랭 자극으로 유발되는 피부질환은 대부분 손이나 발, 코와 귀 같은 말단 부위에 잘 발생하므로 과도한 저온에 노출되지 않도록 특히 주의해야 한다. 한랭 두드러기를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먼저 어느 정도의 저온 환경에 노출됐을 때 두드러기 증상이 나타나는지 체크해 보고, 그 이상의 자극은 가능한 한 받지 않도록 한다. 아이스크림이나 얼음 등 24도 이하의 차가운 음식과 음료는 피하고, 스키나 스케이트와 같은 겨울철 운동도 제한하는 것이 좋다.

부산대병원 피부과 배경남 교수는 “한랭 두드러기를 비롯한 많은 두드러기 환자들이 단기간에 질환을 뿌리 뽑는 해결법을 물어보지만 두드러기는 유발 요인이 뚜렷하지 않은 경우가 많고, 짧게는 수개월에서 10년 이상 지속되기도 한다”며 “만성 두드러기의 치료 목표는 최소한의 약물요법으로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증상을 조절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약물을 복용하는 도중에 효과가 있으면 완치된 줄 알고 임의로 중단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부분 다시 재발한다. 만성 두드러기에서는 지속적인 약물 복용이 필요하므로 정기적인 피부과 진료를 통해 약물 복용 계획을 조정해 나가야 한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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