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이 뭔지도 몰랐다가 살기 위해 투쟁 시작했다”
신라대 청소노동자 투쟁기
〈현장의 힘〉 북 콘서트 열려
책에 못 담은 이야기 등 나눠
신라대 청소노동자의 직접고용 쟁취 과정을 기록한 <현장의 힘> 북 콘서트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은 지난 16일 부산 사상구 부산도서관 지하 1층 혜윰마당에서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의 직접고용 투쟁기를 담은 <현장의 힘> 북 콘서트를 열었다고 19일 밝혔다. 이날 북 콘서트에는 시민과 조합원 등 50여 명이 자리를 가득 채웠다. 저자인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배성민 사무국장과 신라대 청소노동자 3명이 함께 무대에 올라 책에 마저 담지 못한 투쟁기와 소회 등에 대해 관객들과 이야기를 나눴다.
<현장의 힘> 저자인 배성민 사무국장이 관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북 콘서트의 막이 올랐다. 배 국장은 “민주노총 소속 노동자들이 고함치고 격하게 투쟁하는 모습만 미디어에 노출되는데, 농성장의 일상과 그 안에서 조합원들이 느끼는 기쁨과 슬픔에 대해 생생하게 전달하고 싶어 책을 출판하게 됐다”고 밝혔다.
책은 신라대 청소노동자들이 해고에 맞서 벌인 114일간의 투쟁기를 다뤘다. 지난해 신라대는 학령인구 급감으로 신입생 충원율이 하락하자 비용 절감을 위해 청소노동자를 일제히 해고하고, 교직원들이 직접 학교를 청소한다는 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맞서 대학 청소노동자들이 직접고용 투쟁에 나섰고 당시 농성 현장에서 조합원들이 느꼈던 희로애락이 책에 생생하게 담겼다.
당시 투쟁에 참여한 최옥순 조합원은 “신라대 직접고용 투쟁 전에는 노동이나 파업에 대해 제대로 몰랐는데 해고 통보를 받으면서 ‘생계 문제’가 갑자기 코앞에 닥쳤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위해 투쟁을 시작했다”며 “대학 측이 청소뿐만 아니라 업무 외 노동을 당연시했는데 이를 문제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살았다. 직접고용 투쟁을 하게 되면서 노동법에 어긋난다는 점을 깨달았고 나아가 불평등한 사회 구조에 대해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투쟁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다른 노조 소속 노동자와의 갈등, 교내 구성원인 학생들의 반대 등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혔다. 조합원들은 파업의 방식, 연대와 공감의 확장성에 대해 고심했다. 투쟁 기간이 길어질수록 조합원들은 더욱 끈끈하게 뭉쳤다. 함께 야유회를 가고 운동을 하는 등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투쟁 동력을 얻었다. ‘투쟁이 일상화’ 된 이들은 교내 구성원들과 연대를 위해 치열하게 고민했다.
조합원들은 힘겹게 이뤄낸 직접고용 쟁취의 순간을 잊지 못한다. 정경엽 지회장은 “직접고용 합의 순간에 실업급여 문제로 현장에 함께하지 못하고 전화로 소식을 전해 들었다. 듣자마자 지하철에서 펑펑 울었다”며 “신라대 주차장에서 본관까지 거리가 꽤 되는데 한 번을 안 쉬고 단숨에 뛰어갈 정도로 행복했다”고 당시의 상황을 생생히 전했다.
해고를 당한 불쌍한 어머니라는 저차원의 휴머니즘적인 시선을 모두 거부한 이들은 조직된 노동자로 끈끈하게 뭉쳐 연대의 기쁨을 느꼈다고 한다. 박순초 조합원은 “수많은 연대가 있었기 때문에 투쟁에서 승리를 할 수 있었다”며 “투쟁 기간 동안 SNS를 시작했는데 모르는 많은 사람들이 응원해 줘 유명인이 된 기분이다.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하다”고 말해 관객들의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배 국장은 “같은 노동 문제라도 수도권은 전국적으로 이슈가 되는데 지역 노동자들은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하고 그대로 잊히는 경우가 많다”며 “지역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는 책을 꾸준히 쓸 생각이고 우리 사회를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기 위해 내년에도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