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장인화 체육회장의 4년, 벤투처럼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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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돈 스포츠라이프부장

큰 감동 남긴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
16강 이끈 벤투 감독 박수 받으며 떠나
국내에선 민선 2기 시·도 체육회장 선거
부산 장인화 회장, 벤투의 길 걸었으면

15일 부산시체육회관에서 열린 부산 체육계를 이끌 수장을 뽑는 부산시체육회장 선거에 당선된 기호 1번 장인화 후보가 기뻐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15일 부산시체육회관에서 열린 부산 체육계를 이끌 수장을 뽑는 부산시체육회장 선거에 당선된 기호 1번 장인화 후보가 기뻐하고 있다. 김종진 기자 kjj1761@

‘메신’으로 칭하는 것이 전혀 억지스럽지 않은 메시의 ‘라스트 댄스’였다. 지난달 21일 개막한 2022 카타르 월드컵이 29일간의 축제를 마무리했다. 4년마다 열리는 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인 월드컵. 지역 예선을 통과한 32개국에만 허용되는 본선 진출 자격만으로도 영광이고 성취임이 틀림없다. 그러니 조별리그에 포함된 4개국 중 두 나라에만 허락된 토너먼트 진출을 이룬 것은 대단한 성과이지 않은가.

이번 대회만 하더라도 과거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던 독일과 우루과이가 조별리그 세 경기만 치르고 짐을 쌌다. 대회 직전 국제축구연맹 랭킹 2위를 달리던 벨기에도 마찬가지 처지였다.

이런 면에서, 벤투 감독이 이끈 대한민국 축구대표팀의 사상 두 번째 원정 월드컵 16강 진출은 충분히 평가받을 만하다. 4년 4개월간 우직하게 한국식 ‘빌드업 축구’를 구축하고 떠난 벤투 감독에게 다시 한번 박수를 보낸다.

전 세계가 월드컵 열기에 한창 빠져 있던 이달 중순, 국내 체육계에도 의미가 작지 않은 축제가 펼쳐졌다. 민선 2기를 맞는 17개 광역시·도 체육회장 선거가 지난 15일 일제히 치러진 것이다.

2020년 초 막을 올린 1기 민선 체육회장 시대는 지자체장이 겸하던 지역 체육계 수장 자리를 체육인들에게 돌려줘 진정한 체육 자치를 실현하자는 취지에서 비롯됐다. 지역 체육계 발전을 위해 묵묵히 일하는 사람이 그 지역 체육계를 이끌게 하자는 의미를 제대로 살린다면, 체육회장 선거 역시 그야말로 축제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는 이벤트인 셈이다. 현실은 어땠을까. 정치권 유착설과 특정 후보 편향적 선거 관리, 심지어 후보자 매수 시비까지 전국 곳곳에서 잡음이 일었다.

안타깝지만 부산광역시체육회장 선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위 사례와 어금버금할 정도의 알력과 뒷말이 있었음을 부인하지 못한다. 선거 과정의 시빗거리를 없애겠다며 시 선거관리위원회에 업무를 위탁한 부산시체육회 역시 불공정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한 처지다.

깜깜이 선거라는 불평도 쏟아졌다.

세 명의 후보가 출마한 부산에선 후보들의 정책을 비교 평가할 수 있는 토론회가 열리지 못했다. 선거 운영위원회 결정으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할 수 있는 규정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출마 후보들이 모두 동의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실제 토론회가 성사되는 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이런 이유 때문인지, 선거가 치러진 17개 시·도 가운데 유일하게 인천에서만 정책토론회가 진행됐다. 지역 체육회장의 정책 결정이 엘리트 체육인뿐만 아니라 동호인 등 생활체육인들의 일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면 개선이 시급하다.

어쨌거나 부산에서는 지난 3년간 민선 1기 체육회를 이끈 장인화 현 회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장 회장은 투표권을 행사한 대의원의 3분의 2에 육박하는 65.7%의 지지를 얻었다. 그만큼 지역 체육인들의 신망과 기대가 크다는 방증일 것이다. 부산상공회의소 회장까지 겸하고 있는 장 회장 스스로 자랑스레 내세웠듯이, 만성 재정난에 시달리는 체육회 산하 여러 종목단체가 지역 기업의 후원과 지원으로 어느 정도 숨통을 튼 면도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 회장의 이런 겸직은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것도 스스로 새겨야 한다. 자칫 한쪽을 등한시했다간 그의 의욕은 한순간 과욕으로 비칠 수 있다. 그 한쪽은 무보수 명예직인 체육회장 업무가 될 것이라는 게 지역의 중론임은 물론이다.

사실 부산 체육계 수장이 팔을 걷어야 할 현안은 차고 넘친다. 긴 시간과 많은 재정이 필요한 장기 과제는 지금부터 당장 씨를 뿌려야 한다. 임기 막판 시간이 부족해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변명은 구차하다.

시선이 위에만 머물러서도 안 된다. 열악한 체육 현장을 꿋꿋이 지키는 일선 지도자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가까이해야 한다. 당장 난방비와 방한복이 부족한 곳은 없는지, 박봉에 지쳐 현장을 떠나야 하는 이는 없는지 살피는 따뜻함이 필요하다. 혹여 칭찬과 격려가 아쉬운 현장이 없는지도 찾아보면 좋겠다. 큰돈 들이지 않고 발품만 들인다면 챙길 수 있는 성과가 될 것이다.

선거는 끝났다. 내년 2월 9일 시작될 장인화 회장의 민선 2기, 벤투처럼 4년의 임기를 앞두고 있다. 4년 뒤 박수 받으며 임기를 마치는 그의 모습을 기대한다. 벤투처럼 말이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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