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탕서 또 ‘끼임’, 재발 방지 규정 언제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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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5세 여아 흡입구서 사고
지자체는 수질 위주 점검 그쳐
장치 부식 등 발견·지적 못해
“관리 기준 만들어야 예방 가능”

5살 어린이의 끼임 사고가 발생한 부산 수영구 민락동의 목욕탕 흡입구. 독자 제공 5살 어린이의 끼임 사고가 발생한 부산 수영구 민락동의 목욕탕 흡입구. 독자 제공

부산의 한 대중목욕탕에서 5살 어린이가 오래돼 파손된 욕탕 흡입구에 종아리가 빠져 다치는 사고가 일어났다. 특히 이 목욕탕은 한 달 전 안전 점검에서 아무 문제가 없는 것으로 조사되는 등 목욕탕 내 배수구 끼임 사고는 반복되고 있지만, 여전히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


지난 25일 오후 9시께 부산 수영구의 한 대중목욕탕 온탕에서 놀던 5살 여자 아이의 종아리가 흡입구에 끼였다. 강한 수압이 지름 10cm 정도의 흡입구에 몰리면서 아이의 작은 발이 빠져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당시 보호자와 목욕탕 이용객들이 물을 퍼냈지만, 구급대원이 도착했을 때는 아이의 종아리까지 빨려 들어가 상처가 깊어진 상태였다. 이후 아이는 소방대원에 의해 응급처치 후 응급실로 옮겨졌다. 현재는 대학병원에서 내원치료를 받으며 경과를 지켜보고 있는 상태다.

사고가 난 곳은 수중 안마 기능이 있는 탕이다. 물살을 만들기 위해 바닥에서 30cm 정도 높이에 흡입구가 있는데 여기에 아이의 다리가 빠진 것이다. 흡입구 마개가 부식된 것이 사고 원인이었다. 흡입구의 안전장치가 삭아 날카로워져 제 역할을 못 하고 오히려 상처를 낸 것. 이 탕의 높이는 50~60cm 정도로 어린아이들이 자주 들어가 노는 곳이다.

시설물 관리 부주의 민원을 접수한 수영구청은 지난 27일 현장 점검을 벌였고, 공중위생관리법 위반으로 업주에게 과태료 80만 원을 처분할 예정이다.

목욕탕 흡입구나 배수구 끼임 사고는 반복해서 발생하고 있다. 올해 8월 서울에서는 파도장치가 작동되는 냉탕에서 성인의 무릎 부위가 흡입구로 빨려 들어가는 사고가 있었으며, 2019년 충남의 한 목욕탕에서도 아이의 허벅지가 배수구에 끼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목욕탕에서 일어난 사고는 자칫 사망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2017년 전북에선 물속에 잠긴 채 목욕탕 배수구에 다리가 끼인 8살 어린이가 숨졌으며, 2006년에는 전남에서 두 명의 어린이가 순환 배수구에 신체가 끼여 사망하기도 했다.

이처럼 반복되는 사고에도 목욕탕 내 흡입구나 배수구 등에 대한 관리는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은 목욕탕 시설물 점검 주체를 기초 지자체로 정하고 있으나, 명확한 점검 시기나 안전장치에 대한 관리 기준이 없다. 이 때문에 지자체 안전 점검은 수질검사 위주로 이뤄지는 실정이다. 이번 사고가 난 목욕탕 역시 지난달 수영구청이 안전 점검에 나섰으나 흡입구의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수영구청 환경위생과 관계자는 “공중위생관리법상 흡입구 안전관리에 대한 세부사항이 전혀 없다 보니 안전 점검에 나가서도 구체적인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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