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약물 먹여 제압한 뒤 살해”…양정동 이웃집 모녀 살해 50대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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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정동 모녀 살인 피고인
‘건강 도라지물’로 속여 음용케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DB 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DB

지난해 추석 연휴 부산 양정동의 한 빌라에서 발생한 모녀 사망 사건(부산일보 지난해 9월 14일 자 11면 등 보도)의 용의자는 피해자들을 제압하기 위해 정신과 약물을 탄 물을 ‘도라지약물’이라며 속여 마시게 한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약물에서 깨어나자 피고인이 흉기나 둔기 등을 휘두른 뒤 목을 조르는 등의 방법으로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6일 오후 일명 ‘양정동 모녀 사망사건’의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검찰은 모녀의 이웃집에 살던 50대 여성 A 씨를 살인과 상해,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모녀 관계인 40대 여성 B 씨와 10대 여성 C 양은 지난해 9월 12일 낮 12시 50분께 부산진구 양정동의 한 빌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다른 방에서 자고 있던 B 씨의 아들이 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2015년 7월부터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는데, 일정한 직업이 없어 월세나 생활비, 병원비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 A 씨는 이웃집에 사는 B 씨로부터 귀금속 등 금품을 가로채기로 마음 먹고 자신이 평소에 복용하던 정신과 약물을 절구로 빻아 가루로 만든 뒤 물에 탔다.

A 씨는 이들 모녀에게 찾아가 ‘몸에 좋은 도라지약물’이라고 하며 물을 마실 것을 권했다. 검찰은 피해자들이 물 마시기를 거부했으나 A 씨가 피해자들에게 강제로 물을 먹인 것으로 보고 있다.

약물에 중독된 B 씨가 쓰러졌다가 다시 의식을 회복하자 A 씨는 부엌에서 흉기를 가져와 B 씨의 턱과 손 부위 등을 찔렀다. 이후 A 씨는 끈 등을 이용해 B 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B 씨의 딸인 C 양도 의식을 되찾자 A 씨는 둔기로 C 양의 머리 등을 때렸고, 휴대전화로 C 양의 얼굴을 내려 찍기도 했다. 이후 A 씨는 C 양의 입을 손으로 막아 질식사 하도록 했다.

수사 초기 경찰은 범행 현장에서 외부인 침입 흔적을 발견하지 못한 점과 검안 소견 등을 토대로 극단적 선택 가능성에 무게를 뒀으나, 이후 1차 부검 결과 숨진 모녀에게서 약물 성분이 검출되고 귀중품이 사라지는 등 타살 정황이 속속 발견되면서 타살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진행했고, 이웃 주민인 A 씨를 용의자로 특정했다.

한편 A 씨는 이날 공판준비기일에서 앞으로의 공판이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되기를 원한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A 씨 변호인 측은 “검찰 측 기록을 검토한 뒤 피고인과 상의해 국민참여재판 여부 등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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