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새해 들어 정치 개입 시동 거나
'중대선거구제' 띄우며 정국 주도권 확보 나서
대통령실, '나경원 견제'로 전대 개입 논란도
취임 이후 정치 현안과는 일정 부분 거리를 두던 윤석열 대통령이 새해 들어 잇따라 정치 이슈를 주도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행정부 수반인 윤 대통령이 입법부 소관인 국회의원 선거 제도에 대한 입장을 밝힌 일이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언론 인터뷰에서 "선거제는 다양한 국민의 이해를 잘 대변할 수 있는 시스템이 돼야 하는데, 소선거구제는 전부 아니면 전무(全無)로 가다보니 선거가 치열해지고 진영이 양극화되고 갈등이 깊어졌다"며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대표성이 좀 더 강화되는 방안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지역 특성에 따라 2명, 3명, 4명을 선출하는 방법도 고려해볼 수 있다"고 밝혔다.
선거제도 개혁 필요성은 정치권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윤 대통령이 작심하고 '중대선거구제'를 이슈화한 데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먼저 2024년 총선 승패에 윤석열 정부 국정동력이 달려있는 만큼 중대선거구제를 통해 여당이 패배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권의 한 관계자는 "중대선거구제에서는 여러 당 후보가 동반 당선되기 때문에 압승이나 참패가 나오기 힘들다"면서 "제3, 제4정당의 국회 입성 가능성도 높아져 정책 이슈별로 다양한 연대를 만들 수 있다"고 국정 운영에 있어서의 장점을 설명했다.
선거구제 개편이 실현되지 못하더라도 이를 '야당의 반대 탓'으로 돌릴 수 있고, 윤 대통령은 정치 개혁에 적극적이라는 이미지를 얻는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
윤 대통령이 최근 국민의힘 당권주자를 잇따라 관저로 초청한 것도 의미심장하다. 3·8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권 레이스가 달아오르는 시점에 '윤심'(윤 대통령 의중)을 국민의힘 당원들에게 보여주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달 김기현 의원이 관저를 다녀간 데 이어 신년인사회 때 김건희 여사가 안철수 의원 부부를 관저로 초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맏형인 권성동 의원이 최근 전당대회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도 윤심의 작용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당권주자 가운데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나경원 전 의원의 발언을 대통령실 수석이 공개적으로 반박한 것도 윤 대통령이 현실정치에 접근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는 방증으로 이해할 수 있다. 대통령실은 매번 정치 개입은 아니라는 입장을 밝히며 논란에 선을 긋고 있지만 정치권에서는 대통령의 정치 개입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것도 사실이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