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하신 몸’ 물메기, 풍어되자 ‘물먹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맛 좋은 인기어종 인식에 비싸
올해 남해서 어획량 크게 늘어
㎏ 단가 하락… 음식값은 ‘아직’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물메기. 못생긴 외모 탓에 한때 버려지는 생선이었다. 김현우 기자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인 물메기. 못생긴 외모 탓에 한때 버려지는 생선이었다. 김현우 기자

요즘 남해안은 물메기철이다. 한때는 버리는 생선으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귀하신 몸이 된 물메기가 풍어를 이루면서 모처럼 어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고 있다.

물메기는 대표적인 한류성 어종이다. 11월까지는 주로 서해안 쪽에만 머물다가 12월이 되면 남해안까지 서식 범위가 넓어진다. 때문에 남해군 어민들은 찬바람이 강해지는 12월부터 본격적으로 물메기 잡이에 나선다.

경남 남해군수협에 따르면 지난달 한 달 동안 지역 위판장에서 거래된 활어 물메기 양은 4만 7668kg이다. 중대형급 물메기 한 마리가 2kg 정도임을 감안하면 한 달에만 2만 4000마리 정도가 거래된 셈이다.

이는 지난 5년간 12월 위판량 가운데 최대치이기도 하다. 2018년 12월 당시 3만 9377kg을 기록했는데 이듬해 2019년에는 1만 8297kg으로 뚝 떨어졌다. 2020년과 2021년에도 각각 2만 6919kg, 2만 4924kg에 그쳤다.

물메기를 건조하고 있는 모습. 겨울철 경남 남해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김현우 기자 물메기를 건조하고 있는 모습. 겨울철 경남 남해군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김현우 기자

물메기는 원래 생선으로 취급하지 않을 정도로 홀대 받는 물고기였다. 생김새가 흉해서 잡자마자 다시 바다에 던져 버릴 정도였다. 물메기가 물에 떨어지는 소리를 흉내 내 ‘물텀벙’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강원도 동해안에서는 흐물흐물한 살집과 둔한 생김새 때문에 ‘곰치’, ‘물곰’이라고도 부른다.

당연히 전문적으로 잡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대부분 다른 물고기를 잡기 위해 설치한 그물에 같이 올라오는 정도였다.

물메기가 재평가되기 시작한 건 불과 10여년 전부터다.

비리지 않고 시원한 맛을 내는 물메기탕이 큰 인기를 끌면서 한때 어획량은 물론, 위판량도 크게 늘었다.

하지만 성쇠는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갑자기 어획량이 늘면서 어족자원이 줄어든 탓도 있지만 겨울철 이상 고온도 악영향을 줬다.

여기에 물메기가 잘 잡히지 않자 나이 많은 어민들이 비교적 먼 바다까지 나가야 하는 물메기 잡이를 꺼려하면서 어획량이 뚝 떨어졌다.

이런 가운데 물메기 몸값은 천장부지로 뛰기 시작했다.

10년 전 6~7천 원선이었던 물메기 kg당 단가는 2019년 12월 기준 1만 6000원 대까지 올랐다. 2021년 12월에도 1만 4000원 대에 거래됐다.

한때 버려지는 생선이었던 물메기는 요즘 없어서 못 파는 ‘귀하신 몸’이 됐다. 김현우 기자 한때 버려지는 생선이었던 물메기는 요즘 없어서 못 파는 ‘귀하신 몸’이 됐다. 김현우 기자

올해는 단가가 다소 오락가락 하고 있다. 지난 12월 초 기준 1만 5000원 선이었지만 하순에는 1만 1000원 수준에 그쳤다. 그럼에도 어획량이 크게 늘어 어민들로선 오랜만에 미소 짓고 있는 상황이다.

남해군수협 관계자는 “지난 5년 동안 물메기 어획량이 줄어 어민들의 걱정이 많았다. 실제 나이 많은 어민들은 절반 이상이 물메기 조업을 포기했다. 오랜만에 풍어를 이루면서 어민들도 간만에 미소 짓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일반 소비자들은 올해 물메기 풍어를 체감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지난 몇 년 사이 물메기 가격이 급등하면서 물메기탕 가격이 크게 올랐다. 10년 전 남해안에서 7천 원 수준이었던 물메기탕 가격은 현재 1만 5000원 이상이다. 물메기 자체 가격은 떨어졌지만 음식값은 변동을 보이지 않으면서 소비자들은 아쉬움을 삼킬 수밖에 없다.

경남 사천의 한 물메기탕 식당을 찾은 손님은 “물메기탕을 좋아해서 해마다 겨울만 되면 자주 먹는 편이다. 올해는 풍어라고 들었는데 오히려 가격은 더 올랐다. 가격이 워낙 비싸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