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차량 뒤엉켜 난린데… 혼잡 더할 커피테마거리 조성
영도 봉래동 물양장 커피거리
공장·방문객 차량으로 혼잡
교통대책 없이 이달부터 공사
부산에서 커피 핫플레이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 거리가 교통 혼잡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현재 진행 중인 커피테마거리 공사가 완료되면 더 많은 방문객이 몰려올 수 있어 혼잡 문제는 더 악화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일 낮 12시 봉래동 물양장 거리. 유명 커피점을 찾은 한 방문객이 좁은 1차로 도로 탓에 여러 번을 오가다 공터에 주차를 시도하자, 10대가 넘는 차량이 오도 가도 못하고 있다. 이미 17면짜리 커피숍 주차장은 꽉 찼고, 골목 갓길도 차들로 빼곡하다. 갓길에서 주차하는 차량과 나오는 차량이 뒤엉키고, 인근 공장 차량이 짐을 내리려고 차로 일부를 점령하다 보니, 방문객들의 차는 짧은 거리를 서다 가기를 반복하며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다. 특히 이곳에는 대중교통편이 없어 차량 방문객이 많기 때문에 교통 정체는 심각한 수준이다.
인근 대형 물류창고의 한 직원은 “골목 갓길에 주차한 차량 때문에 대형 트럭이 진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며 “그때마다 차를 빼 달라고 말하지만, 오히려 화를 내는 사람도 있어 구청에 민원을 넣은 적도 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곳은 2021년 부산을 대표하는 커피점인 '모모스 커피'와 '무명일기'가 들어선 뒤 방문객이 급증했다. 부산시와 영도구청은 해당 커피거리에 커피 브랜드를 구축해 방문객 유입을 늘리려고 커피테마거리를 계획했다. 영도구청은 지난 4일 봉래동 물양장 거리 일원에 커피테마거리 조성공사를 시작했다.
문제는 교통 인프라 개선이 안 된 상태로 테마거리가 조성돼 혼잡이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는 것. 현재 모모스 커피점에만 평일 하루 방문객이 300~400명에 이르는데, 대부분은 택시나 자가용을 이용한다. 반면 이곳 거리는 차로가 좁고, 주차 공간이 적어 만성적인 교통 혼잡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인근에 위치한 선박수리업체, 공업사 등의 공장을 오가는 대형트럭까지 합세해 대형사고 위험도 크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금도 트럭과 방문객 차가 엉키면서 사고가 날 뻔한 아슬아슬한 순간이 많다”며 “테마거리 공사가 끝나고 차량이 더 많아지면 상황이 더 안 좋아질 것 같다”고 걱정스러운 시선을 보냈다.
테마거리 조성으로 인도가 넓어지는 대신 차로가 줄어드는 것에 대한 우려도 크다. 그나마 영도구청은 교통 혼잡을 줄이기 위해 인도 확장 폭을 3m에서 구간에 따라 최대 2.8m로 줄였다. 또 내년 준공을 목표로 120면짜리 주차 타워 건설을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부지 선정도 안 된 상황이어서 언제 주차 문제가 해결될지 알 수 없다. 구청 관계자는 “공사 전 테마거리의 업체 관계자들을 만나 불편 사항을 들으면서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했다”면서도 “주차 문제는 주차 타워를 포함해 다양한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사업 계획 단계 때부터 신중한 접근이 필요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영산대학교 관광컨벤션학과 오창호 교수는 “관광개발 사업은 초기·중기·장기 계획이 필요한데, 시나 구에서 예상되는 문제점에 대한 고민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구청이 나서서 문제의 해결책을 논의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글·사진=김준현 기자 joon@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