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일본의 침략사와 적 기지 공격 능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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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우 부경대 사학과 교수

삼국시대부터 한반도 침략 빈번
부산의 옛 지명 곳곳, 이와 연관성
기장·동평현, 침략 방어 의미 담아

최근 일본, 외부 위협 빌미 재무장
군사강국 목표 수십조 원 예산 투입
역사적 책임 망각한 이율배반 느껴

삼국사기는 5세기 100년간 왜가 신라를 17차례 공격해 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거의 5년에 한 번꼴이다. 이처럼 왜는 빈번하게 신라를 공격해 왔고, 심지어 신라의 최고 관등인 각간이자, 제16대 흘해이사금의 아버지인 우로를 불태워 죽이기도 하였다.

임진왜란이나 식민지의 기억은 선명하지만, 고대부터 끊임없이 한반도를 침략해 온 왜나 일본의 모습은 생소할 수 있다. 사실 고구려 광개토대왕의 비문에도 391년부터 왜가 신라를 공격하였다거나, 대방 지역을 침입하였다는 내용이 보인다. 결국 400년에 광개토대왕이 보·기병 5만 명을 보내어 신라를 구원하였고, 이 남정을 계기로 김해의 가야가 쇠퇴하기 시작하였다.


660년에 백제가 멸망하자, 왜는 백제를 구원하기 위하여 2만 7000명의 병력과 수백 척의 선박을 보내 신라·당 연합군에 맞섰다. 그러나 신라와 당의 협공에 궤멸적인 타격을 입고 물러났다. 바로 663년에 있었던 백강구 전투다.

이 패전을 계기로 왜는 국가개조 사업에 착수해 나라 이름도 일본으로 바꾸고, 군주도 천황이라고 불렀다. 이때부터 자신들은 당과 대등한 국가이며, 신라와 발해는 자신들보다 하위의 국가라는 허구 의식을 만들어 내었다. 고대 일본은 실제로는 당에 조공을 행하면서도, 내부적으로는 당과 대등한 국가라고 생각하는 모순을 범하였고, 이야말로 일본이 보여 주는 이중성의 원류라고 할 수 있다.

일본의 고압적인 자세는 신라와 새로운 갈등을 불러일으켰다. 일본의 변화를 감지한 신라는 722년에 경주와 울산 사이의 모벌군에 관문성을 쌓아 일본이 침입할 수 있는 길을 막았다. 731년에는 일본의 병선 300척이 신라의 동쪽 변경을 침입해 오자, 성덕왕이 군대를 보내 격파하였다.

이처럼 갈등이 고조되어 가는 과정에서 경덕왕은 부산 일대의 지명을 개정하였다. 현재 부산포와 당감동 일대를 일컫던 대증현을 동평현으로 고쳤고, 울산 서생면의 생서량현을 동안현으로 바꾸었다. 동쪽 즉 일본과의 갈등을 평안하게 하겠다는 의도였다.

기장이라는 이름도 이때 생겼다. 기장이라는 말은 〈상서〉 ‘태갑편’에 보인다. 은나라 재상 이윤이 왕인 태갑에게 늘어놓은 쓴소리를 담은 글에서, 사냥꾼이 쇠뇌를 쏠 때는 화살 끝이 목표를 제대로 겨냥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쏜다고 하였다. 즉 기장은 목표를 맞추기 위해서 쇠뇌를 겨눈다는 말이다. 당연히 목표는 일본이다.

이때 거칠산군이라고 불렸던 수영강 일대도 동래군으로 바뀐다. 거칠산군은 내산군(萊山郡)이라고도 하였는데, 래(萊)도 거칠다는 뜻이다. 동안현과 동평현의 경우를 생각하면, 역시 동쪽에 있는 나라 일본을 의식한 결과이다.

동래는 동안현과 동평현, 기장현을 거느리고 일본의 침입을 막는 중심지였다. 이처럼 부산의 중요한 지명은 일본의 침입을 막는다는 뜻을 담고 있으며, 임진왜란 때 가장 먼저 공격을 받은 곳도 부산이었다.

그런 일본이 작년 12월에 적 기지에 대한 공격 능력을 갖추기로 했다. 패전 70년 만에 오로지 방어만 하겠다는 원칙을 무너뜨리고, 외국의 군사 목표를 타격할 수 있는 전투기나 호위함, 순항미사일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심화하고 있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는 상황을 이용해 군비 확장에 나선 모습이다.

일본은 앞으로 5년간 국방예산으로 43조 엔을 투입하여 토마호크 미사일, F35A 전투기에 탑재할 수 있는 미사일, SM-6 장거리 함대공 미사일, 이지스함 2척, 조기경보기 5척을 구입하고, 극초음속 미사일의 개발과 양산, 방위통신위성 정비 등 광범위한 군비 확장을 예고했다. 우리나라의 2022년 국방예산이 54조 원이 조금 넘은 점을 생각하면, 올해부터 연간 국방예산이 우리보다 60%나 많아지게 된다.

그중에서도 5조 엔을 써서 페르시아만 전쟁, 아프가니스탄 침공 등에서 미국이 가장 먼저 사용했던 토마호크 미사일을 500발이나 구입하기로 했다. 개전과 동시에 적의 수뇌부, 미사일 기지 등을 선제 타격해 전쟁의 향방을 결정짓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 있다.

주변 국가의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서 용어는 ‘반격 능력’으로 바꾸었지만, 실상 일본이 의도하는 것은 선제 타격 능력이다. 또 영국, 이탈리아와 함께 차세대 전투기도 공동 개발하기로 했다. 조종사의 지시가 없어도 인공지능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시스템을 탑재할 것이라고 한다.

현재 일본은 중국과 북한을 가장 위협적인 국가로 간주하고 있지만, 역사상 일본 본토를 직접 공격한 동아시아 국가는 몽골뿐이다. 일본이 가장 많이 침략한 지역이 한반도였고, 우리를 가장 많이 침입한 나라 역시 왜구까지 포함하면 바로 일본이다. 그런데 누가 누구의 공격을 걱정한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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