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만 OK”… 스웨덴 나토 가입 끝까지 막아선 튀르키예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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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르도안 “동시에 받지 않을 것”
코란 불태운 스톡홀름 시위에다
쿠르드족 감싸는 스웨덴 못마땅
모든 국가 동의해야 회원 자격
핀란드 “함께 들어가야” 고수 중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끝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2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파티흐 이슬람 사원 앞에서 군중들이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불태워버린 시위를 규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가입을 끝까지 반대하고 나섰다. 2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이스탄불의 파티흐 이슬람 사원 앞에서 군중들이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불태워버린 시위를 규탄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북유럽의 스웨덴과 핀란드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동시 가입을 추진 중이지만, 튀르키예의 반대로 두 나라 동시 가입 논의가 좀처럼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다. 튀르키예가 테러리스트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PK)을 이들 나라가 옹호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급기야 핀란드의 나토 가입을 허용하는 신호를 보내면서도 스웨덴만은 끝까지 반대해 양국 관계도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스웨덴보다 핀란드가 나토에 먼저 합류하는 데 동의할 수 있다는 신호를 보냈다고 보도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방송된 TV연설에서 “우리는 핀란드에 다른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고 스웨덴은 우리 메시지를 보면 충격을 받을 것”이라며 “핀란드는 스웨덴이 저지른 것과 같은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스웨덴과 핀란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라 지난해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이들 국가가 나토에 소속되려면 모든 회원국의 승인이 필요하지만 튀르키예와 헝가리는 스웨덴과 핀란드 가입에 대해 비준하지 않은 상태다.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1984년 튀르키예 정부에 대항해 무기를 든 쿠르드노동자당 소속 무장세력의 은신처라고 주장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스웨덴과 핀란드의 나토 가입 관련 합의한 내용을 언급하며 “우리는 스웨덴에 120명의 명단을 제공하고 자국에 있는 테러리스트를 인도하라고 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는 지난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한 극우 정치인이 이슬람 경전인 코란을 불태우는 등 튀르키예를 규탄하는 시위가 발생하자 스웨덴·핀란드와 나토 가입 관련 회담을 중단해버렸다. 튀르키예는 이를 계기로 유럽으로 출국하는 자국민에게 여행경보를 발령하기도 했다. 스웨덴 외무부 또한 스톡홀름에서 발생한 시위의 맞불 시위가 튀르키예에서도 열리는 점을 염두에 두고 자국 국민들에게 튀르키예의 군중과 시위를 피할 것을 지난 21일 경고하기도 했다.

여울프 크리스터손 스웨덴 총리는 스웨덴이 튀르키예와 나토 가입 대화 재개를 원한다고 말했지만, 메블뤼트 차부쇼을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지난 26일 “나토 가입을 위한 대화는 무의미하다”고 잘라 말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이 스웨덴을 겨냥한 공세를 두고 오는 5월로 예상되는 대선에서 보수 표밭을 다지기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2003년 내각제 당시 총리에 취임하고 2014년 대통령이 돼 20년째 집권 중이다. 에르도안 대통령의 어깃장에 나토는 7월 리투아니아에서 예정된 정상회의에서 스웨덴과 핀란드 가입을 통과시킨다는 구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스웨덴에는 핀란드보다 쿠르드족 이주민이 더 많고, 규탄 시위 같은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하는 분위기다. 핀란드는 당초 방침처럼 스웨덴과 동반 가입하는 게 최우선 순위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페카 하비스토 핀란드 외무장관은 지난 24일 “스웨덴의 가입 절차가 오랫동안 지연된다면 핀란드가 상황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핀란드의 나토 단독 가입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하비스토 장관은 이후 기자들에게 자신의 발언이 “부정확”했다며 스웨덴과 함께 나토에 가입하려는 핀란드의 생각은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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