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사적 욕망의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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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시원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모든 사람은 건강하고 부자 되고 자기실현을 하고 싶어 한다. 이런 사적 욕망을 추구하는 것은 개인의 자유다. 문제는 사람은 혼자 사는 게 아니라 공동체 속에서 함께 산다는 것이다. 그래서 공동체에는 개개인의 ‘사적 영역’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 공동의 ‘공적 영역’도 존재한다. 개인의 사적 욕망이 서로 격하게 갈등하는 공동체 안에서 자신의 사익을 온전히 실현할 수 있는 개인은 없으며 행복할 수 있는 개인도 없다. 따라서 공동체 안에서 개인의 사익과 공동체의 공익과 공동선은 항상 미묘한 경쟁 관계 속에서 조화로운 공존을 형성해야 하는 과제를 지닌다. 국가공동체도 마찬가지다. 개인의 사익과 공동체의 공익이 조화롭게 실현되는 사회가 좋은 국가공동체인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은 좋은 국가공동체인가? 그렇다고 답할 국민은 별로 없을 듯하다. 요즘 대한민국은 사적 욕망의 정치가 난무하고 있다. 대통령도, 정당도, 정부 부처도, 국민도 모두 마찬가지다. 사익만 팽배하고 공익과 공동선은 실종됐다. 0.7% 포인트 차이로 당선된 대통령은 야당과의 협치를 거부하고 취임 8개월이 지나도록 야당 정치인을 만난 적이 없다. 오히려 검찰과 경찰, 감사원, 국정원, 국방부, 통일부 등을 총동원한 사정 정치와 공안 정치로 전임 정부와 야당 대표를 몰아치고 있다.

공동체 사적·공적 영역 함께 존재

사익과 공익 경쟁하면서 공존해야

대한민국 사적 욕망의 정치만 난무

대통령 정치 보복·정치 실종 자행

정치 무관심, 민주 시민 자세 아냐

국민이 민주적으로 다시 깨어나야

대통령은 개인의 사적 욕망보다 공익과 공동선에 최우선적으로 복무해야 하는 자리 아닌가? 대통령이 대한민국 공동체의 공익과 공동선을 위한다면 이럴 수는 없다. 대한민국의 공익과 공동선은 번영과 국민의 행복 그리고 평화 등을 포함한다. 이런 것들을 전력으로 추구해도 모자랄 판에 대통령이 정치 보복과 정치 실종을 자행하고 있는 것이다.

정당도 마찬가지다. 국민의힘이 진정 번영과 국민의 행복과 평화를 추구한다고 보기 어렵다. 국민의힘은 결국 물가 폭등, 복지 감소, 서민 생활의 어려움, 대내외 경제적 침체, 한반도 안보 불안을 가져왔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여러 심각한 실책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지지율은 국민의힘에 뒤지고 있다. 민주당이 이재명 사법 리스크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대통령이 검찰을 통한 사정 정치와 공안 정치로 전 정부와 이재명 대표를 압박하더라도 그리고 그것이 부당하더라도, 민주당은 이재명 지키기가 아니라 공익과 공동선과는 거리가 먼 대통령과 정부·여당을 합리적으로 비판하고 국민이 믿고 맡길 수 있는 정책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먼저 보여 주어야 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 그리고 한동훈 장관의 실언이나 불법 의혹, 이상 행적과 같은 문제에 선차적으로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믿음이 가는 야당의 모습을 스스로 훼손해 왔다. 이런 모습은 야당이 추구해야 할 공익과 공동선과는 괴리감이 있다.

정부 부처도 예외는 아니다. 검찰, 경찰, 감사원, 국방부, 통일부 등의 최근 행적은 보고 있기에도 민망하고 부끄럽다. 정치적 독립을 외치고 그 누구라도 죄가 있으면 수사하고 기소하겠다던 결기를 보이던 강골 검사들은 현 정부에서 다 어디로 갔나? 지금 검찰은 정치적 독립을 누리고 있는가? 그렇게 생각하는 국민은 거의 없을 듯하다. 대통령 가족들의 불법 의혹에 대한 수사는 감감무소식이고, 대장동 50억 클럽 고위 법조인들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지지부진하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기껏 얻어 낸 경찰 독립과 수사권 독립은 현 정부 들어 거의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경찰은 다시 행안부 장관의 영향력 아래 놓이게 됐지만 조용하기만 하다. 이외에도 감사원은 대통령 사정 정치의 손발이 되었고, 국정원 역시 공안정국의 도구로 되돌아갔다. 국방부는 급속한 대통령실 용산 이전이 야기한 국방상의 여러 문제에도 불구하고 그 어떤 언급도 표출하지 못하고 있고, 통일부는 반통일부와 분단지속부에 가깝게 변신했다.

국민도 마찬가지다. 지금 대한민국 국민은 공적인 공민(公民)이 아니라 사적 욕망의 화신에 가깝다. 현 정부 들어 퇴행하는 민주주의에 대해 국민은 전반적으로 무관심하거나 무기력하다. 심지어 사적 욕망에 빠져 민주주의가 밥 먹여 주냐는 국민도 존재한다.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한 무관심과 무기력함은 대한민국 공동체의 공익과 공동선을 추구하는 민주 시민의 자세가 아니다.

좋은 국가공동체는 국민 개인의 사적 영역과 국민 공동의 공적 영역이 조화롭게 균형을 이루는 공동체다. 개인의 사적 욕망도 중요하고 공동체의 공익과 공동선도 중요하다. 하지만 일반 국민이 아닌 대통령과 정당, 정부 부처는 공익과 공동선을 최우선적으로 추구해야 한다. 이들이 사적 욕망의 정치에 빠져 있다면 이건 정말이지 나라의 큰 우환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이 다시 민주적으로 깨어나는 수밖에 없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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