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 무임승차로 인한 적자, 지자체 책임”… 손실 보전 요구에 선 긋는 정부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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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지하철 손실 국비 보조를”
기재부 “수용 불가” 반대 고수
중앙정부 운영 철도에만 지원
서울 지원 땐 부산 등 파급 전망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3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장관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65세 이상 노인의 지하철 무임수송에 따른 손실을 국가가 보전해야 한다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요구에 대해 기획재정부가 기존의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하철은 지방자치단체 고유의 사무이므로 노인 할인 등 지하철 요금 체계 전반도, 이에 따른 손실 보전도 모두 지자체가 결정하고 책임지는 사안으로 보는 것이다. 특히 오 시장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할 경우 부산, 인천 등 다른 지자체의 지하철 적자도 논란이 될 수밖에 없어 지자체에서 해결하라는 입장이다.

5일 정부 당국과 서울시 등에 따르면 지하철 무임수송 논란은 오 시장의 문제 제기로 시작됐다. 그는 올해 4월 지하철과 버스요금을 300~400원 인상한다는 계획을 제시하면서 노인 무임승차를 적자 요인으로 지목했다. 여야가 공익서비스손실보전(PSO) 예산 확보에 동의했으나 기재부가 반대했다는 것이다. 중앙정부가 국비로 노인 무임승차 비용을 지원해 줄 경우 지하철 요금 인상 폭을 낮출 수 있는데 응하지 않아 요금 인상 폭이 커진다는 주장이다.

오 시장은 ‘무임승차는 중앙정부가 결정하고 부담은 지자체가 진다’는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발언을 인용하면서 “무임승차 정책은 모순적”이라고 발언했다. 무임승차의 기준이 되는 노인 연령 ‘65세’를 정부가 법률로 정해 두고 있지만, 운영에 따른 적자는 지자체가 부담하는 불합리한 구조라는 것이다.

중앙정부를 대표하는 기획재정부는 'PSO 문제는 지난 10여 년간 제기돼 온 사안이며 중앙정부와 지자체의 역할 분담 차원에서 수용 불가한 의견'이라는 입장이다. PSO는 노약자, 학생 등의 할인 요금을 중앙정부가 지원해 주는 제도다. 우리나라는 중앙정부가 운영하는 철도에만 PSO 지원을 해 주고 있다. 지방 공기업이 운영하는 도시철도는 지방의 사무이므로 관련 결정 주체가 지자체이고 이에 따른 비용 부담 주체도 지자체라는 법령상 해석이다.

현행 노인복지법 26조는 '65세 이상 노인에게 국가 또는 지자체가 수송시설, 고궁·박물관·공원 등 공공시설을 무료 또는 할인할 수 있도록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자체 역시 요금 결정 권한이 있다는 것이다.

도시철도법 31조도 '도시철도운송사업자가 운임을 결정·변경하는 경우 시장, 도지사에게 변경 내용을 신고하면 시장, 도지사가 수리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인 할인 시행 여부와 시행 방법을 지자체가 사업자와 협의해 언제든지 결정할 수 있는 구조다. 민간 자본으로 지어진 부산·김해 경전철은 2011년 개통 때부터 노인 할인을 시행하지 않고 있다. 시내버스의 경우 처음에 노인 할인 제도를 뒀지만 이후 폐지한 상태다.

서울 지하철 적자 보전에 중앙정부가 개입할 경우 서울 지하철에서 문제가 끝나지 않는다는 논리도 있다. 많게는 연간 1000억 원 안팎의 적자를 내는 부산과 인천, 대구, 대전, 광주 등 다른 광역시의 지하철에도 중앙정부가 적자를 보전해 줘야 하기 때문이다. 교통뿐 아니라 무상요금제를 적용하는 공원과 박물관, 지자체 고유사무인 상하수도나 쓰레기 처리 등 영역에서도 지방 공기업이 적자를 내면 중앙정부가 보전해야 하느냐는 문제 제기도 있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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