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 위기 후 최고” 지난해 술값 인상은 예고편… 올해 또 오른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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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주류 물가 5.7% 상승
1998년 이후 24년 만에 최고
4월부터 주세 인상까지 예고
식당 소주 1병 6000원 될 수도

지난해 ‘국민 술’ 맥주와 소주 등 술값이 줄줄이 인상되면서 주류 물가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맥주와 소주 가격은 올해 또 추가로 인상될 전망이다. 주세가 작년보다 더 큰 폭으로 오르는데다 원재료·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등 오름세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해 주류 가격은 전년보다 5.7%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의 11.5% 이후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주류 물가 상승률은 1998년 두 자릿수를 기록한 이후 2003년(4.7%), 2009년(4.2%), 2013년(4.6%), 2017년(4.8%) 4%대를 보인 것을 제외하고는 매년 2%대 이하에 머물렀다. 그러다 지난해에는 6% 가까이 치솟았다.


작년 주류 물가 상승은 소주와 맥주가 이끌었다. 소주는 7.6% 올라 2013년 7.8% 이후 최고 상승률을 보였다. 맥주는 5.5% 상승해 2017년 6.2% 이후 가장 많이 올랐다. 지난해 소주와 맥주 물가가 상당 폭 오른 것은 주류 회사들이 수년 만에 출고가를 줄줄이 인상했기 때문이다. 하이트진로는 작년 2월 참이슬·진로 출고가를 3년 만에 7.9% 인상한 데 이어 3월 테라·하이트 출고가도 6년 만에 7.7% 올렸다. 롯데칠성음료는 3월 처음처럼 출고가를 3년 만에 6~7% 인상했고 11월에는 클라우드 출고가를 3년 만에 8.2% 올렸다. 대선주조도 지난해 3월 소주 제품 출고가를 평균 8.06% 올렸다.

작년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이 전년보다 리터당 20.8원 올라 맥주 가격 인상 요인이 됐다. 소주 역시 원·부자재 가격 상승이 출고가 인상을 부추겼다. 소주 원료인 주정 가격이 지난해 10년 만에 7.8% 올랐다. 출고가 인상은 소비자 가격 인상으로 이어져 시중 판매가격이 100~150원씩 올랐다. 다른 주류 물가도 지난해 대부분 상승했다. 양주는 4.2% 상승해 2013년 4.8% 이후 가장 많이 올랐고, 약주도 4.8% 올라 2013년 5.2%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막걸리는 2021년 12.8%에 이어 지난해 7.2% 올랐다. 다만 과실주는 1.1% 하락했다.

올해도 맥주·소주 가격이 또 오를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와 주류 업계 등에 따르면 오는 4월부터 맥주에 붙는 세금이 작년보다 리터당 30.5원 올라 885.7원이 된다. 작년 리터당 20.8원 오른 것보다 세금 인상 폭이 더 커졌다. 맥주 세금 인상은 통상 주류회사의 출고가 인상으로 이어진다. 원·부자재 가격과 물류비, 전기료 등이 계속 오르고 있는 것도 맥주 출고가 인상 요인이다.

소주의 경우 주세가 인상된 것은 아니지만, 원가 부담이 출고가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 소주는 주정(에탄올)에 물과 감미료를 섞어 만든다. 10개 주정회사가 공급하는 주정을 국내에서 독점 유통하는 대한주정판매는 작년에 10년 만에 주정값을 7.8% 올렸다. 그런데도 지난해 상당수 주정회사는 주정 원재료인 타피오카 가격과 주정 제조 과정에 필요한 에너지 가격 상승 등으로 경영에 타격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주정값이 또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제병업체의 소주병 공급 가격도 병당 180원에서 220원으로 20% 넘게 올랐다.

주류업체가 출고가를 인상하면 유통 과정을 거쳐 소비자가 사는 술 가격은 더욱 비싸질 수 있다. 특히 다른 원가 부담까지 술값에 얹는 경향이 있어 식당 판매가격은 이보다 인상 폭이 더 커진다. 올해도 비슷한 추세로 출고가가 오르면 식당에서 ‘소주 1병 6000원’ 가격표를 보게 될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상욱 기자 eye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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