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기·가짜뉴스·부정선거… 국힘 당권주자 ‘네거티브 전쟁’
국민의힘 3·8 전당대회를 2주 앞두고 당권주자들이 당내 전대 후유증 우려에도 네거티브 공격의 수위를 높이는 양상이다. 4명의 당대표 후보는 각각 다른 ‘타깃’에 집중 공세를 퍼붓고 있는데, 김기현-안철수 ‘양강’의 결선투표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3·4위인 천하람·황교안 후보의 지지율 흡수가 결선 승리 관건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양강 후보는 19일에도 서로를 향해 거친 비방전을 펼쳤다. 김 후보는 이날 TV조선 인터뷰에서 안 후보 측의 ‘KTX 역세권 시세차익 의혹’ 제기에 “이미 다 검증된 명백한 가짜뉴스”라고 주장하며 “패색이 짙어져 급하고 답답하기는 하겠지만, 그렇다고 극약 처방을 쓴다면 대권을 꿈꾼다는 분이 할 모습이 아니고 참 유치하다”고 안 후보를 겨눴다. 그러면서 “(안 후보가)민주당 대표를 하고 민주당과 오랫동안 교류를 가져 왔기 때문인지 몰라도 ‘아니면 말고’식 덮어씌우는 걸 능수능란하게 잘한다”며 정체성 공세도 거듭 제기했다. 김 후보의 투기 의혹은 황교안 후보가 지난 13일 제주 합동연설회에서 갑작스럽게 제기했다. 김 후보 측은 안 후보의 ‘해명’ 요구에는 격하게 반응하면서도 자신을 향해 “사퇴하라”고 날을 세운 황 후보는 건드리지 않고 있다. 황 후보를 지지하는 ‘강경 보수층’이 결선에서 안 후보보다는 김 후보와 결합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기 때문이다.
안 후보도 김 후보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천하람 후보가 ‘비윤 선명성’을 앞세워 자신의 지지층을 잠식하는 상황에서 양강 대결 구도를 강화하려는 포석으로 읽힌다. 안 후보는 황 후보의 문제 제기 이후 “부동산 문제는 국민의 역린”이라며 “투기 의혹이 있는 대표로는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비리를 심판할 수 없다”며 적극적으로 공론화하고 있다. 안 후보는 이날도 기자들과 만나 김 후보 측의 해명에 대해 “민주당이 얼마나 끈질기고, 어떤 수법을 쓰는지 내가 제일 잘 안다”며 “김 후보가 이번에 완전히 털고 가지 않고 대표가 된다면 (민주당이)집중적으로 공격하고 물어뜯어서 내년 총선에서 우리가 이기기가 굉장히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그러나 ‘안 후보를 제쳤고, 이미 결선투표 준비를 하고 있다”는 천 후보 측의 ‘도발’에는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섣불리 받아쳤다가 오히려 ‘2위 경쟁’ 구도를 부각할 수 있고, 천 후보 지지층 가운데 비윤·중도 표를 결선에서 가져와야 한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 안 후보는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원이 실질적인 당의 주인이 되도록 개혁하겠다”며 책임당원이 비례대표 순위를 결정하고 부적절한 언행을 보인 현역의원의 공천신청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천하람 후보는 김·안 후보를 싸잡아 비판한다. 그는 친윤(친윤석열)의 지원을 받는 김 후보에 대해 “대표가 되면 당 총선 후보들은 ‘윤핵관표’ 공천 딱지를 달게 된다. 그러면 총선은 폭망”이라고 날을 세우는 동시에 안 후보에게는 “‘친윤 호소인’ 내지는 ‘윤심 호소인’이라는 모호한 스탠스만 유지하다가는 지지율만 빠질 것”이라고 혹평한다. 그러면서 황 후보의 과거 부정선거 주장을 끄집어내 견제구를 던지는 등 ‘모두 때리기’ 전략을 펴고 있다. 세 후보를 ‘기득권’으로 한데 묶으면서 개혁 선명성으로 결선 티켓을 거머쥐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황 후보도 지지층이 겹치는 김 후보 표를 뺏어 오기 위한 행보를 이어 가고 있다.
양강에 이어 3, 4위 후보들도 10% 이상의 만만찮은 지지표를 갖고 본선 진출을 노리면서 2주 동안 네거티브 전쟁은 한층 가열될 공산이 커 보인다. 한편, 전당대회까지 합동연설회는 4차례(21일 대전·세종시·충북·충남, 23일 강원도, 28일 대구·경북, 3월 2일 서울·인천·경기도), TV토론은 3차례(20일, 22일, 3월 3일)가 남았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