없앴다가 부활… 부산 초등 객관식 평가 '오락가락’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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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일보DB

2017년 부산 초등학교에서 폐지됐던 객관식 평가가 6년 만에 공식적으로 부활한다. 하윤수 교육감의 ‘학력신장’ 기조에 발맞춘 변화라고 하지만 서술형 답안 등으로 미래 인재를 키우겠다는 당초 정책 취지를 뒤집는 오락가락 교육 행정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15일 부산시교육청이 발표한 ‘2023학년도 초등 학업성적관리 시행지침’ 개정 내용에 따르면 이달부터 부산 초등학교에서는 학생 평가 과정에서 최대 40%까지 객관식 문항 출제가 가능해진다. 기존 지침에는 2017년 이후 창의적인 인재 육성을 목표로 교실에서 치뤄지는 단원평가 등에서 객관식 문항 출제가 공식적으로 불가능했다. 초등학교의 경우 중간고사, 기말고사가 치뤄지지 않고 통상 과목 이해도를 확인하기 위한 점검 수준의 평가만이 이뤄지고 있다.

6년 만에 시교육청이 객관식을 재도입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평가 방식 다양화’다. 주관식, 서술형 문항만으로 저학년의 경우 이해 수준을 측정하기 어렵고 수학, 과학 등 정답이 정해진 과목의 경우 객관식 평가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는 것이 시교육청의 설명이다. 시교육청은 교과 특성에 따라 학교 자율로 다양한 형태의 학생 수준 평가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시교육청이 서술형 교육을 기본으로 하는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교육을 올해 처음 도입하기로 해놓고 객관식 평가를 부활시키는 것은 일관성이 부족한 오락가락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시교육청은 창의적 인재 양성을 목표로 서술형 평가, 토론 교육을 중심으로 한 IB 교육을 도입하기 위해 부산 시내 학교 10곳에서 IB 시범 학교를 운영한다는 방침이다.

익명을 요청한 부산의 한 교육계 인사는 “일부 시범 학교에서는 IB교육으로 미래형 인재를 키운다면서 대다수 학교에서는 학생 평가 때 객관식 비중을 늘리겠다니 이해할 수 없다. 부산 교육의 방향성이 어디에 있는지 의문이다”고 우려했다.

전임 김석준 교육감 지우기의 일환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초등학교 객관식 폐지는 ‘4차 산업시대에 맞는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겠다’는 취지 속에 이뤄진 김석준 교육감의 대표 교육 정책으로 꼽혔기 때문이다. 당시 객관식 폐지 발표 후 다른 시도 교육청에서도 ‘벤치마킹’하며 주관식, 논술형 평가 방식 도입 논의가 전국적으로 이뤄지기도 했다.

윤미숙 부산교사노조 교육협력국장은 “학생 평가 방식 다양화 측면에서는 객관식 부활이 환영할 일이지만 자칫 객관식 부활이 학생 줄세우기, 학생 서열화로 이어져서는 안될 것이다”며 “학생 성취 달성도 평가라는 본래 의도에 맞게 객관식 평가가 활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시교육청은 2022 개정 초등 교육과정에도 객관식 평가가 가능하다고 명시가 돼 있고 일선 학교에서도 비공식적으로 객관식 평가가 진행되고 있어 지침을 현실화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선택형 문항 개발이나 보급으로 일선 학교에 다양한 평가 방식이 정착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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