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주철의 어바웃 시티] 2030부산엑스포와 도시의 미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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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도시공학과 교수

부산 시내 곳곳에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의 부산 유치를 지지하는 현수막이 내걸렸다. 다음 달 부산 실사를 앞두고 지역에는 긴장감도 느껴진다. 부산을 위한 좋은 국제행사라는 생각을 넘어 박람회 유치는 지역을 근본적으로 혁신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부산시민, 특히 우리나라 국민에게 부산엑스포가 갖는 진정한 의미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는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박람회가 부산에 무엇을 가져다줄 수 있는가’, ‘우리는 박람회 유치를 위해 무엇을 도시 미래상으로 제시하고 있는가’에 대해서 말이다. 실제 주변의 시민들은 물론 필자가 접한 전문가들조차 박람회 유치와 도시 발전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하는 듯했다.

엑스포 유치의 진정한 의미 알아야

부산만의 새로운 어젠다 도출 중요

시민과 함께 미래 사회상 공유 핵심

부산엑스포에 대한 관심은 10여 년 전부터 시작됐다. 당시 부산시는 강서구 ‘맥도’를 개최 예정지로 내세우고 중앙정부에 유치계획서를 제출했다. 맥도 일대는 김해국제공항과 인접하고, 인근 에코델타시티 등의 대규모 개발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었다. 하지만 외곽 확산 개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과 주변 개발제한구역 해제를 노린 건설자본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 아니냐는 시민사회의 비판도 함께 제기됐다.

2018년 국가사업화가 결정되었지만, 이듬해 강서구가 아닌 북항 재개발이 이루어지던 현재 동구 지역으로 박람회 유치 계획이 변경되었다. 이러한 변경은 오히려 박람회 유치의 정당성을 강화했다. 부산의 숙원인 쇠퇴해 가는 도심 재구조화와 부활을 함께 이룰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되었기 때문이다.

1800년대 중반 산업혁명 시기 선진국은 세계박람회 개최를 경쟁하듯 유치하며 자국의 도시 문명을 과시했다. 보통 세계 첫 박람회로 인정하는 1851년 런던박람회에서는 규격화된 주철 구조물과 유리만으로 만들어진 대형 건물인 ‘수정궁’ 등의 선진과학 건축물이 선보였다. 이에 뒤질세라 1889년 파리박람회에선 지금도 파리를 상징하는 에펠탑이 건설됐다.

1893년 시카고박람회는 도시계획사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당시 산업화가 한창이던 시카고에서는 열악해진 도시 환경을 개선하려는 열망이 매우 높았다. 이에 박람회 동안 건물 대부분을 유럽풍으로 건설하고 페인트도 하얗게 칠했다. 일명 백색 도시(White City)라고 불렸다. 극단적이긴 했지만 이런 도시 환경 개선에 대한 열망은 미국 도시계획사에서 유명한 ‘도시 미화 운동(City Beautiful Movement)’의 시발점이 됐다. 토지이용 계획 등 물리적 도시계획이 시작되는 계기가 되었고 미국 전역으로 퍼졌다. 시카고는 물론 다른 미국 대도시들의 현재 번영이 100년 전 시카고박람회의 영향이라는 주장이 여기서 나온다.

이후 100여 년간 세계박람회 개최를 통해 캐나다 몬트리올(1964), 일본 오사카 (1970) 등 많은 곳이 도시부흥의 계기를 마련하였다. 도시 부흥은 각국의 균형발전 성과로도 이어졌다.

금세기 들어 세계박람회는 미래 사회를 선도할 새로운 도시 미래상을 선보이고 있다. 2010년 중국 상하이박람회에서는 녹색도시(Green City)라는 주제가 제시됐다. 이처럼 역사적으로 세계박람회에선 도시 미래상의 제시가 주된 주제였다.

그렇다면 부산엑스포가 제시하는 도시 미래상은 무엇인가. 2030부산세계박람회의 주제는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위한 항해’다. 포괄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면이 분명히 있지만 도시의 구체적인 미래상은 잘 떠오르지 않는다. 1893년 시카고의 백색도시에서 2010년 상하이 녹색도시로 이어진 100여 년간의 도시 미래상 변화가 부산에서는 어떻게 제시될지 아직 불분명해 보인다.

부산의 강력한 경쟁국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제시하는 도시 비전인 ‘네옴시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개최지인 리야드와는 직접 관련은 없어 보이지만, 1400조 원 규모의 도시개발 프로젝트는 그들이 처한 환경을 극복하고 혁신할 구체적인 도시의 미래상을 선보였다. 이 프로젝트는 척박한 사막 환경을 근본적으로 극복하고자 길이 170㎞, 높이 500m의 친환경 수직 도시를 건설한다는 내용이다. 실현 가능성을 떠나 인류의 미래 도시 프로젝트가 될 가능성이 분명히 있다.

부산엑스포도 인류의 미래를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 다만, 그 전제 조건이 있다. 부산의 혁신적인 도시 미래상은 부산만이 아니라 전 세계에도 기여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

사우디에 비해 우리의 강점은 역시 민주주의 시스템이다. 몇몇 지도자나 소수 엘리트만이 정하는 도시 미래상이 아니라 시민들이 직접 참여하고 공유하는 미래상을 만들 수 있는 시스템이 현재 우리가 가진 강력한 장점이다. 함께 힘을 모으고 부산과 대한민국, 그리고 인류의 미래를 준비할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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