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서 꿀벌 70% 사라졌는데 원인 못 찾아 애타는 양봉농가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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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도, 지역 양봉농가 피해 전수조사…전체 꿀벌 가운데 70% 폐사 확인
정부 “응애가 원인” vs 농민 “기후변화 탓”…폐사 원인 놓고 이견
지자체, 밀원수 지원·꿀벌 사육기반 안정지원사업 등 지원 나서

경남 진주시의 한 양봉농가. 지난 가을부터 겨울까지 적잖은 꿀벌이 폐사하거나 사라졌다. 김현우 기자 경남 진주시의 한 양봉농가. 지난 가을부터 겨울까지 적잖은 꿀벌이 폐사하거나 사라졌다. 김현우 기자

전국적으로 꿀벌 실종 사태가 벌어진 가운데 전국에서 두 번째로 양봉농가가 많은 경남 역시 70% 안팎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확인됐다. 게다가 정확한 원인이 파악되지 않고 있어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10일 경남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경남에 등록된 양봉농가는 3308호다.

우리나라 전체 양봉농가의 14% 정도를 차지하고 있으며, 경북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사육되고 있는 벌통의 수는 34만 9992통에 달한다.

1통에 꿀벌 3만~4만 마리가 서식하고 있음을 감안하면 적어도 100억~140억 마리가 사육되는 셈이다.

벌통에 가득해야 할 꿀벌이 2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 김현우 기자 벌통에 가득해야 할 꿀벌이 20여 마리 밖에 남지 않았다. 김현우 기자

양봉농가의 가장 큰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는 바로 월동이다.

겨울나기를 하는 동안 많게는 10% 안팎의 꿀벌이 폐사한다.

꿀벌은 기온이 13도 아래로 떨어지면 동사를 하는데, 경남의 경우 지난해 겨울에는 13% 정도가 죽거나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10%조차 농민에게는 부담스러운 수치지만 올해는 아예 피해 수준이 다르다.

지역 양봉농가의 벌통을 살펴보면 대다수 벌통이 텅텅 비어있는 상태다.

경남도의 전수조사 결과, 경남지역은 지난해 가을부터 12월까지 50%가 폐사하거나 사라졌고, 올 1~2월에 또다시 20%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나타났다.

남은 30%의 벌로는 제대로 꿀을 뜨기 어려운 만큼, 사실상 한해 농사를 망친 셈이 됐다.

아예 텅텅 비어있는 벌통도 눈에 띈다. 김현우 기자 아예 텅텅 비어있는 벌통도 눈에 띈다. 김현우 기자

여기에 내년 농사도 장담하기 어렵다.

원래 양봉농가는 월동 중 꿀벌이 일부 폐사하더라도 여름철까지 다시 번식을 시켜 이듬해 농사를 준비한다.

하지만 올해는 피해가 워낙 크다 보니 복구 자체가 쉽지 않다.

벌통을 새로 사려고 해도 최근 전국적으로 꿀벌 폐사나 실종이 발생하다 보니 웃돈을 줘도 못 구할 정도다.

한 농민은 “이런 피해는 생전 처음 입는다. 수십 년 동안 농사를 지어온 농민들 모두가 피해를 입었다.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한 심정이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꿀벌이 워낙 부족해 내년 농사도 장담하기 힘든 실정이다. 김현우 기자 꿀벌이 워낙 부족해 내년 농사도 장담하기 힘든 실정이다. 김현우 기자

더 큰 문제는 여전히 원인조차 불명확하다는 사실이다.

농식품부는 최근 꿀벌 피해 상황 진단 결과를 발표했다.

꿀벌 피해는 방제제에 내성을 가진 응애(꿀벌 전염병을 일으키는 진드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전국 양봉 농장에서 응애가 다소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는데, 이 때문에 꿀벌의 면역성이 떨어졌고, 겨울이 되자마자 폐사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방제제 사용법을 준수하지 않은 농가의 피해가 컸고, 기후변화는 직접적인 연관성이 없다고 밝혔다.

반면 농민들의 생각은 다르다.

수십 년째 같은 일을 하고 있는 농민들이 피해를 입었는데, 단순히 응애 탓 만하고 있는 걸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이들은 지난 3년여 동안 기후변화가 피부에 와닿을 정도로 심각해졌고 벌들이 이에 대해 적응을 못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응애 번식 역시 기후변화로 인한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경남 산청의 한 농민은 “꿀벌 집단 폐사를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 인정하고 양봉직불금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벌통 뚜껑 안에는 꿀벌 사체가 가득하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김현우 기자 벌통 뚜껑 안에는 꿀벌 사체가 가득하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고 있다. 김현우 기자

원인에 대한 의견이 엇갈리는 가운데 지자체는 일단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경남도는 먼저 올해 처음으로 2억 7300만 원을 편성해 지자체별 밀원수 지원사업을 추진한다.

밀원수는 꿀벌의 먹이를 제공하는 나무로, 꿀벌 실종사태 해결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아까시나무, 백합나무, 헛개나무, 쉬나무, 밤나무 등이 대표적이다.

도는 또 꿀벌 사육기반 안정지원사업으로 100억 원을 편성한다.

농민들이 벌통을 구입하는데 한 통당 12만 5000원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벌통 가격이 너무 오른데다 심지어 웃돈을 줘도 구하기 힘든 상황이지만, 최대한 지원폭을 넓혀 농민들을 돕겠다는 의지다.

기초지자체 역시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다.

거창군은 앞서 꿀벌 피해 민관 합동조사에 들어갔으며, 합천군은 양봉농가에 밀원수를 배부했다.

하동군 역시 식목일을 맞아 양봉농가를 위해 밀원수 15ha를 심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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