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가스라이팅’ 동거녀 처벌에 영향 가능성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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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녀 법정 공방 벌일 듯
법적 정의·수사 지침 여전히 없어
사각지대 막는 제도적 개선 절실

부산지방법원, 부산고등법원, 부산가정법원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지방법원, 부산고등법원, 부산가정법원 전경. 부산일보DB

네 살배기 딸 ‘가을이’(가명)를 학대·폭행해 죽음에 이르게 한 20대 친모와 그런 친모를 가스라이팅해 2400회나 성매매를 강요하고 아동학대를 방조한 동거녀가 어떤 법적 처벌을 받을지 관심이 집중된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친모 A 씨와 동거녀 B 씨 모두 기소돼 부산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A 씨는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아직 선고가 나지 않았다.

아동학대살해 방조와 성매매 알선 등의 혐의를 받는 B 씨의 경우 첫 공판만 진행된 상태라 앞으로 법정 공방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당초 경찰은 B 씨가 아동학대 행위에 일부 가담했다고 보고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하지만 검찰은 B 씨가 아동학대의 직접 가해자라기 보다는 묵인했다고 보고 방조 혐의만을 적용해 기소했다.

법조계는 B 씨의 가스라이팅이 두 사람의 양형에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법무법인 시우의 최재원 변호사는 “형법 12조에 따르면 사람이 정상적으로 판단하거나 행동할 수 없을 때는 처벌하지 않을 수 있지만, 법원은 이 조항을 적극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이 범행의 경우 그렇게 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다만 판사의 재량에 따라 ‘작량감경’이 적용될 수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변호사는 “아직까지 양형위원회에서 가스라이팅의 정도에 따라 형을 늘이거나 줄이는 식의 규정은 만들지 않았다”며 “최근 논란이 된 사이비 종교의 여성 신도 성착취 등도 사건의 핵심은 가스라이팅에 있다. 가스라이팅이 핵심이 되는 범죄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에 관련 법령이나 제도 정비를 위한 연구가 보다 활발히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현행법은 가스라이팅 범죄 수법에 대한 명확한 정의를 내리고 있지 않아 제도적 보호막이나 수사지침, 양형 기준 등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다. 법조계에서도 이 같은 사각지대를 막자는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부산의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이 같은 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가을이 같은 무고하고 안타까운 피해자가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법적·제도적 개선이 절실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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