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저학년 우리 아이, 또래보다 키가 많이 큰 것도 걱정?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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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보다 이차 성징 비정상적으로 빠른 성조숙증
성호르몬 억제제 주사 치료로 성장 기간 연장
여아 만 9세, 남아 만 10세까지 건강보험 적용

또래들보다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이차 성징이 나타나면 성조숙증 관련 검사를 받아 봐야 한다. 또래들보다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이차 성징이 나타나면 성조숙증 관련 검사를 받아 봐야 한다.

16만 6645명. 2021년 성조숙증으로 진료받은 환자 수(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이다. 2019년 10만 8576명에서 2년 새 53%나 증가했다. 최근에는 우리나라 성조숙증 유병률이 12년간(2008~2020년) 남아 83.3배, 여아는 15.9배 증가했다는 상계백병원 소아청소년과 성장클리닉 연구팀의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이렇게 성조숙증 유병률이 높아진 원인은 성조숙증에 대한 인식과 부모의 관심이 커졌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구화된 식습관과 무분별하게 노출되는 환경호르몬 탓도 있다.


■자녀 이차 성징 시작됐는지 체크해야

여아는 일반적으로 만 10~11세에 가슴의 멍울이 만져지기 시작하고 2년가량 급속 성장기가 나타난다. 유방 발달이 시작한 때로부터 2~3년 후 초경을 하고, 초경 후 2년 이내에 성장판이 닫힌다. 남아는 고환의 용적이 4cc 이상(대략 2.5cm)으로 커지는 것이 사춘기의 시작 증상으로, 대개 만 12~13세에 나타난다. 남아는 여아보다 2년 늦게 급속 성장기를 거치고, 만 16~17세에 성장판이 닫힌다.

성조숙증이란 이러한 이차 성징이 또래들보다 비정상적으로 빠른 경우를 말한다. 여아는 8세 이전에 유방 발달이 시작되는 경우, 남아는 9세 이전에 고환이 커지는 경우다. 아이에게 성조숙증이 있다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 사춘기가 빨리 시작되면 또래보다 키가 크고 체격도 커진다. 아이가 잘 크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성호르몬의 조기 분비로 인해 다른 아이들보다 성장판이 일찍 닫혀버려 성인이 됐을 때 최종 키가 10cm 이상까지 손실이 나타날 수 있다. 또한 성호르몬에 노출되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여자는 유방암이나 난소암, 남자는 전립선암 등의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정서적으로는 미성숙한데 신체 발달만 빨라지면서 심리적인 충격을 받을 수도 있다.

따라서 성조숙증은 빨리 진단받고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 여아는 만 9세 이전(8세 11개월)까지, 남아는 만 10세 이전(9세 11개월)까지 건강보험 급여로 치료 시작이 가능하다.

굿메디성장클리닉 강재빈 원장은 “최근 성조숙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초등학교 저학년 자녀를 둔 보호자들이 미리 불안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특별한 증상이 없다면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하지만 자녀의 유방이나 고환 등을 한 번씩 살펴봐야 하고 너무 이른 시기에 발달이 나타나면 관련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초등학교 저학년인데도 키가 1년에 10cm 이상 자라거나, 부모가 빨리 자라고 일찍 성장을 멈춘 경우, 엄마가 초경을 일찍 시작한 가족력이 있는 경우에도 성조숙증이 나타날 확률이 높으니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굿메디성장클리닉 강재빈 원장이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를 진료하고 있다. 굿메디성장클리닉 제공 굿메디성장클리닉 강재빈 원장이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를 진료하고 있다. 굿메디성장클리닉 제공

■성장 기간 늘리는 성호르몬 억제제 치료

성조숙증 진단을 할 때는 먼저 상담을 통해 이차 성징의 시작 시기, 진행 속도, 성장 속도, 부모님의 사춘기 시기, 과거 질환, 약물 복용력 등을 확인하고 현재 키와 몸무게, 이차 성징의 진행 정도를 진찰한다. 그리고 손과 손목뼈의 방사선 촬영으로 뼈나이를 확인하고, 혈액검사로 호르몬 수치를 확인한다. 신체적으로 이차성징을 동반하면서 뼈나이가 실제 나이보다 빠른 경우에는 2시간 동안 생식샘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 자극검사를 할 수 있고, 최종적으로 황체형성호르몬(LH)의 수치가 5IU/L 이상으로 나타나면 성조숙증으로 진단을 내린다.

성조숙증은 여아가 남아보다 10배가량 더 흔하지만 여아의 90%가 원인 불명인 것에 반해 남아는 특정 원인에 의한 기질성으로 나타나는 경우가 더 많다. 남아에게 성조숙증이 발생한 경우나 너무 이른 나이에 성조숙증이 발생한 여아, 두통과 시야장애 등 다른 증상을 동반한 경우에는 치료 전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추가로 필요하다.

성조숙증으로 진단받으면 성선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작용제(성호르몬 억제제) 주사를 4주마다 2년가량 맞게 된다. 강재빈 원장은 “주사를 맞으면 급속 성장기에 들어섰던 아이의 성장 속도가 정상으로 떨어지고 주사를 중단하면 급속 성장이 다시 진행되므로 결과적으로는 성장 기간을 연장하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치료를 중단하면 수개월 내에 생식선의 기능이 활성화되어 사춘기 증상이 다시 나타난다. 여아는 치료 종료 후 6~18개월 이내에 초경을 시작한다.

뼈나이가 실제 나이에 비해 많이 진행됐거나 예측 최종 키가 매우 작은 경우, 성장 속도가 기대치보다 떨어지는 경우에는 성장호르몬 치료를 병행하기도 한다. 개인 편차가 크고 정확한 진찰과 평가가 필요하므로 소아내분비학을 전공한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강재빈 원장은 “성조숙증의 원인은 대부분 특발성이지만 비만은 사춘기를 일찍 오게 할 수 있다”며 “식습관을 건강하게 유지하고 환경호르몬에 많이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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