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 유치에 도움 되고 싶어요" 시민 간절함, 부산 빛내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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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막으려 실사단 이름 손목에
초등생 영문 편지 낭독 ‘맹연습’
"7년 뒤 만나요" 큰 박수로 화답
실사 기간 꽃꽂이 작품 옮기고
숙소 앞 ‘환영 현수막’ 게시도

(사)2030부산월드엑스포범시민유치위원회 조숙은 홍보팀장의 손목에 실사단원 이름을 한글로 적은 메모지가 테이프로 붙여진 모습. 독자 제공 (사)2030부산월드엑스포범시민유치위원회 조숙은 홍보팀장의 손목에 실사단원 이름을 한글로 적은 메모지가 테이프로 붙여진 모습. 독자 제공

국제박람회기구(BIE)의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현지 실사 기간 부산을 빛낸 건 화려한 불꽃, 멋있는 축제와 선진 기술만은 아니었다. 어디서든 시민의 마음과 배려가 모여 부산은 더욱 빛났다.


■손목에 적힌 깨알 글씨

실사단과 수소버스를 함께 타고 다니며 안내한 (사)2030부산월드엑스포범시민유치위원회 조숙은 홍보팀장은 지난 4일 을숙도생태공원에서 깨알같이 적힌 메모지를 붙인 손목을 내보였다. 독일, 프랑스, 루마니아, 세인트키츠네비스 등 다양한 국적의 실사단과 소통하다 이름을 잘못 부르는 실례를 하지 않기 위해 이름을 한글로 적은 메모였다.

부산의 면면을 관찰해야 하는 탓에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실사단에게 수소버스는 잠시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 조 팀장은 부산 방문 첫날 을숙도생태공원으로 향할 땐 “젊은 시절 데이트코스로 유명했다”며 분위기를 풀기도 했다.

조 팀장은 자신을 ‘버스 안내양’이라고 칭하면서 “버스에서 실사단에게 가볍고 재미있는 부산 이야기를 해 주려면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고민했다”며 “부산 시민으로서 이렇게 부산을 안내할 수 있어 굉장히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실사단 환영 만찬에서 영문 편지를 낭독한 강동초등 김다예(10) 양. 독자 제공 실사단 환영 만찬에서 영문 편지를 낭독한 강동초등 김다예(10) 양. 독자 제공

■똘망똘망 소녀의 영문 편지

“Let’s meet again in 7 years!(우리 7년 뒤에 만나요)!”

또박또박한 발음으로 14개 문장의 영문 편지를 읽어 내려간 소녀는 명랑한 목소리로 ‘7년 뒤’를 기약했다. BIE 실사단원 사이에서는 환한 웃음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월드엑스포 유치의 간절한 염원이 담겼던 지난 4일 실사단 환영 만찬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사람은 초등학교 3학년 소녀였다.

실사단이 웃음을 짓게 한 편지의 주인공 해운대구 강동초등 김다예(10) 양은 지난달 초 학교에서 BIE 실사단 방문 기간 영어 편지를 낭독할 학생을 구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 양은 어릴 때부터 말하는 것을 좋아했고, 특히 영어로 말하는 것을 더 즐겼다. 김 양의 부모는 아이로부터 BIE 실사단 앞에서 영어로 말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듣고 편지를 써 보라고 했다. 김 양은 며칠 동안 인터넷에서 월드엑스포를 검색해 공부했다. 편지에는 미래의 친구들과 함께할 2030부산월드엑스포를 그리는 김 양의 간절한 바람이 담겼다. 그로부터 며칠 뒤 김 양은 학교 대표 학생으로 선발됐다.

김 양의 어머니 이혜경(37) 씨는 “거리에서 월드엑스포 홍보 깃발을 보고는 뭐냐고 묻기도 했다”며 “영어 편지 낭독 학생을 구한다는 소식에 아이도 월드엑스포 유치에 도움이 되고 싶다면서 잘해야겠다며 맹연습했다”고 말했다.

김 양은 바라는 세상을 주제로 편지를 썼다. ‘월드엑스포가 2030년 부산에서 열린다면 나와 친구들이 보다 밝은 미래를 누릴 등대가 될 것이다’라는 내용과 ‘7년 뒤에 다시 부산에서 만나자’는 당부를 담았다.

김 양은 이날 떨리는 기색 없이 완벽히 영문 편지를 발표했다. 김 양은 “월드엑스포가 2030년 부산에서 열려 친구들과 함께 박람회장을 누비고 싶다”며 웃어 보였다.

세계화예작가친선협회가 제작해 을숙도생태공원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 전시한 꽃꽂이 작품. 손혜림 기자 세계화예작가친선협회가 제작해 을숙도생태공원 낙동강하구에코센터에 전시한 꽃꽂이 작품. 손혜림 기자
시민단체 가덕도신공항국민행동본부가 마련한 환영행사. 손혜림 기자 시민단체 가덕도신공항국민행동본부가 마련한 환영행사. 손혜림 기자

■비바람에도 환영 플래카드

꽃꽂이 작가 모임인 세계화예작가친선협회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4년 만에 여는 ‘화훼조형전’ 개최지를 부산으로 정했다. 2030월드엑스포 부산 유치를 응원하는 뜻을 전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전시 기간도 BIE 실사단이 방문하는 3~7일로 잡았다.

전시 장소가 문제였다. 당초 실사단 방문지가 공개되지 않은 탓에 협회는 고심하다 실사단이 부산시청을 한 번 정도 들를 것으로 보고 도시철도와 시청 사이 연결통로를 전시 장소로 결정했다. 그런데, 예상은 빗나갔다.

협회 장혜주 이사장은 “월드엑스포 유치에 도움이 된다면 부산에서 진행하자는 데에 다들 동의했다. 특별히 엑스포와 관련된 작품도 2개나 제작했다”며 “실사단에게 직접 보여 주지 못해 아쉽긴 하지만 4일 오전 을숙도생태공원으로 간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5~6개 작품을 에코센터로 옮겼다. 그 정도로도 만족한다”고 말했다.

실사단의 방문 일정 내내 숙소 앞에서 환영 현수막을 들고 월드엑스포 유치 염원을 표현한 시민단체도 있었다. 가덕도신공항국민행동본부 관계자 5~10명은 지난 5일부터 실사단이 숙소에서 나오는 오전 시간 ‘I love Busan EXPO 2030(나는 2030부산엑스포를 사랑합니다)’이라고 적힌 플래카드를 들고 환영 행사를 벌이고 있다.

이들은 실사단이 출국하는 7일에도 ‘Goodbye, See you again in 2030!(잘 가요, 2030년에 다시 만나요)’라는 작별 메시지를 담은 플래카드를 펼친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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